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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양치법과 칫솔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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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양치법과 칫솔의 유래
  • 선병원재단
  • 승인 2020.08.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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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원재단 칼럼] 선치과병원 교정과 정길용 과장
대륙의 돼지털 칫솔, 포르투갈인의 소변 인기
선치과병원 교정과 정길용 과장

[선병원 재단 칼럼] ‘석가모니가 이쑤시개를 쓰고 땅에 던지자 곧바로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었다.’

불교의 법전에 나와 있는 소절이다. 석가모니 시대의 인도에서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칫솔이 없던 고대에는 어떻게 구강관리를 했을까.

칫솔이 치위생을 위한 인류 최초의 시도는 아니었다. 불교의 법전에서 보듯이 고대인들은 청결 유지를 위해 나뭇가지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쑤시개를 만들거나 끝부분을 브러시처럼 풀어서 치아 표면을 닦기도 했다. 나무의 섬유질은 침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침은 음식물 찌꺼기를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나무 향이 입안에 남아서 구취도 제거된다. 언젠가 TV에서 창호지를 씹으면 입 냄새가 제거된다는 내용이 방송됐었는데 그것과 같은 원리다.

이집트 파라오 무덤의 발굴과정에서도 ‘치아 막대기’들이 출토됐다. 이 도구는 얇은 나뭇가지나 섬유질이 많은 관목의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학자들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이 치아 사이나 혀를 닦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랍인들도 아락나무의 뿌리를 씹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뿌리를 씹는 것으로 부족함을 느낀 아랍인들은 씹은 뿌리줄기가 부드러워지면 겉을 벗겨내 브러시처럼 만들어 칫솔질을 하기도 했다. 아락나무에는 탄닌성분이 있어 치태 제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과거 조선에도 구강청결에 대한 중요성과 개념이 확립돼 있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소금으로 이를 닦고 더운물로 양치를 하면 이에 남은 술독이 제거된다’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백성들은 소금을 입에 넣고 씹거나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닦고 깊숙이 박힌 음식 찌꺼기는 이쑤시개로 빼냈다. 이쑤시개는 주로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만들었는데, 버드나무 가지를 뜻하는 ‘양지(楊枝)’를 따 양지질이라고 불렀다.

일본에서는 이쑤시개를 뜻하는 ‘양지’를 ‘요지’라고 읽는다. 이후 양지질은 양치질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또 조선의 임금님과 양반들은 나무를 한입에 물기 좋게 잘라 아침마다 씹었는데, 적당히 단단한 것을 씹으면 잇몸이 튼튼해지는 효과가 있다. 미백효과가 있는 상추를 씹어 오랫동안 입안에 물고 있기도 했다.

미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1세기경 로마의 의사들은 "포르투갈인의 소변으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가 하얘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류층 로마 여인들은 비싼 값에 포르투갈 산 소변을 공수해 양치질에 사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에 와서 소변의 미백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소변 속 암모니아에 미백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인의 소변이 미백효과가 뛰어났던 이유는 로마까지 긴 시간 동안 수송되면서 암모니아 성분이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칫솔모는 언제 등장했을까.

칫솔모를 처음 사용한 나라는 15세기 때의 당나라다. 1498년 집필된 당나라의 백과사전에는 ‘길쭉한 손잡이에 동물털을 심은 기구’가 묘사되어있는데, 이는 이를 닦는 데 사용된 것이었다. 당나라 사람들은 야생 멧돼지의 목 부위에서 채취한 강모를 동물 뼈로 만든 손잡이에 심어서 칫솔을 만들었다.

이 칫솔은 당나라 상인들에 의하여 유럽으로 건너가 많은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멧돼지의 털이 너무 거칠어 부드러운 말의 털이 대안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멧돼지 털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남아 있었다.

유럽으로 진출한 당나라의 돼지털 칫솔은 영국인 윌리엄 애디스(William Addis)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품화됐다.

1780년 윌리엄 애디스는 폭동을 선동한 죄로 전과자가 되었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칫솔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소의 허벅지 뼈를 다듬어 자루를 만들고 그 끝에 야생곰과 말의 털을 부착했다. 이 최신식 칫솔이 대량생산되면서 그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1840년대 중반에는 보다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등장했으며 이때 처음으로 칫솔모가 일렬로 정렬되었다.

1938년에는 뒤퐁 드 느무르(duPont de Nemours)가 나일론을 발명하면서 천연 모 칫솔의 시대가 끝나고 나일론 모 칫솔의 시대가 열렸다.

듀퐁연구소에서 나일론 섬유를 이용한 값싼 칫솔을 개발한 것이다. 나일론은 부드럽고 내구성이 뛰어난데다, 자루도 뼈가 아닌 셀룰로이드로 교체되면서 칫솔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39년에는 세계 최초의 전동 칫솔도 등장했다.

칫솔은 가장 오래된 발명품 중 하나로, 현재까지도 인간에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건이다.

얼마 전 미국 CNN에서 재미있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전자레인지,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칫솔을 제시하고 ‘5개의 물건 중 없으면 절대로 살 수 없는 발명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중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것이 바로 칫솔이었다.

단순하고 저렴하며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칫솔이다. 실제로 칫솔의 발명 이후 사람들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것을 보면, 더 이상 칫솔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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