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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광역BRT 브랜드 개발용역', 베껴쓰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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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광역BRT 브랜드 개발용역', 베껴쓰기 의혹
  • 박종록 기자
  • 승인 2020.06.18 18: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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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보] 혈세 8914만 원 들여 지난 1년여간 진행... 보고서 내용 상당수 '나무위키' 복사
무단 도용 의심되는 사진도 나와... 제보자 K 씨 "용역안 신뢰성 저하" 개선 촉구

 

사업주체와 수행주체가 명기된 사업 개요표.(제공=B 모 씨)
LH가 지난해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주)매쓰씨엔지를 통해 진행한 '행복도시권 광역 BRT 브랜드 개발' 용역 개요. (제공=시민 K 씨)

[세종포스트 박종록 기자] 미래 대중교통중심도시 콘셉트를 지향하는 세종특별자치시. 이의 핵심은 비알티(BRT) 브랜드로 통한다. 

국토교통부도 세종시를 S(슈퍼)-비알티 시범지구로 지정하며 미래 핵심 교통수단으로 육성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소요하는 지하철 대신 '도로 위 지하철, BRT'를 정책적으로 택한 셈이다. 세종시 대중교통수단 중 비알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란 의미도 된다. 

더욱이 비알티는 시간이 갈수록 충청권 광역환승시스템 구현으로 범위를 넓히게 된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전시와 청주시, 공주시, 천안시 등 광역을 잇는 비알티 요금과 디자인 통일이 중요한 숙제로  부각되고 있는 배경이다. 

LH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행복도시권 광역 BRT 브랜드 개발' 용역(45페이지)을 진행했다. (주)매쓰씨엔지가 지난 달 20일 수행업체 자격으로 해당 용역을 발표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뒤늦게 일었다. 8914만 9000원의 혈세를 들인 용역안의 주요 내용에 '베껴쓰기와 짜깁기' 흔적이 다수 발견되면서다. 

시민 K 씨는 18일 본사를 방문, 이 같은 문제점을 담은 제보 자료를 제공했다.  K 씨는 용역안의 주요 내용이 누구나 첨삭‧수정이 쉬운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 글귀'로 채워진 사실을 확인했다. 또 '원저작자가 있는 사진'도 출저 없이 무단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K 씨는 "평소 교통 분야에 관심이 많다. 혈세를 들여 만든 비알티 브랜드 개발 용역안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며 "용역안의 상당한 문구가 나무위키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적시됐다"며 근거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의심되는 사례1.(제공=B 모 씨)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쓴 근거로 제시한 문서. 사진 중간의 '1.개요' 아래 노란색 부분이 위쪽 용역안의 내용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제공=K 씨)

K 씨는 먼저 용역안 6페이지의 비알티(BRT) 개념 설명 부분과 나무위키의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문서의 370번째 개정 버전 내용을 비교해줬다. 노란색 선을 그은 문서 내용이 출처 없이 용역안 문구로 그대로 도용됐다는 주장이다.

나무위키는 문서를 수정하더라도 이전 기록을 버전별로 확인할 수 있는 데, 용역안은 이전 버전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복사 및 붙여넣기와 짜깁기 흔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의심되는 사례2.(제공=B 모 씨)
개발 용역 문서에서 나무위키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의심되는 사례2. (제공=K 씨)

K 씨는 개발 용역 문서의 7페이지에 소개된 BRT의 장단점 부분에서도 같은 사례를 찾아냈다. 나무위키의 '간선급행버스체계' 문서의 370번째 개정 버전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썼다는 주장이다. 좌·우 내용들을 차례로 보면, 나무위키 문서 내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의심되는 사례3.(제공=B 모 씨)
개발 용역 문서에서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의심되는 사례3. (제공=K 씨)

K 씨는 개발 용역 문서 22페이지에 소개된 M버스의 정의 또한 나무위키의 M버스 문서에서 복사 및 붙여넣기한 것으로 봤다. 실제 확인 결과 글 내용에 토시 하나 차이가 없었다. 한 가지 차이는 나무위키에서 중간 부분 덧줄 문장을 뺀 점이다. 

세종시 BRT 현황을 소개한 11페이지의 경우에도 개요와 특징 등 내용이 나무위키 '간선급행버스체계' 문서와 동일한 문장으로 파악됐다. 

저작권 이용 허락없이 사용된 BRT 도로 사진도 등장했다.  그는 "지인 중 나무위키에 CCL(Creative common license, 저작물 이용 허락)을 걸고 사진을 올린 분이 있는데, 이 용역 문서를 보고 자신의 사진이 출처 표기나 연락 없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무위키에 저작권을 걸고 올린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이 의심되는 정황.(제공=B 모 씨)
나무위키에 저작권을 걸고 올린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는 정황. 왼쪽 위는 BRT 브랜드 용역 12페이지, 출처 표기가 없다. 오른쪽 위는 원작자가 저작권을 걸었다고 하는 나무위키 세종시 BRT 사진, 아래는 저작권자 표시. (제공=B 모 씨)

이에 본지는 저작권 사진 무단 도용 여부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행복도시권 광역BRT 브랜드 개발 용역 사업의 수행사인 ㈜매스씨앤지와의 통화를 시도했다. 

㈜매스씨앤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디자인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매스씨앤지 측은 "사업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시에 따라 용역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짧게 답하며 LH로 책임을 돌렸다.

다시 LH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용역안에 정확한 수행 부서 명기가 없어 관련 담당 부서를 찾기 어려웠다. 연관성있는 단지사업처 2곳에 연락했으나 모두 담당 부서가 아니란 답변만 돌아왔다. 뒤이어 통화한 한 부서에서 몇 시간 뒤 연락이 왔다. 

LH 관계자는 "광역BRT 브랜드 용역은 LH가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교통계획과가 주관해 진행한 사업이다. LH가 용역 발주를 맡았던 건 맞다"며 "그동안 용역안과 관련한 별도 민원 등이 없었다. 행복청과 함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업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행복청 홈페이지(http://www.naacc.go.kr) 메인화면의 비알티(BRT) 다지인 설문조사 항목에서 해당 용역안의 '블로그 포스팅 링크'가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눈으로 확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포스팅은 삭제됐고 현재는 그 내용을 확인 할 수 없다.

LH 관계자는 "행복청이 설문 조사에 활용하기 위해 그 용역 문서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비알티 버스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을 알리기 위해 올렸다. 나무위키의 내용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용역이 아직 다 끝난 상황이 아니다 보니, 해당 업체가 (깊이있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시민 분들께 죄송하다. 빨리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제보자 K 씨는 "연구용역비로 지출한 8914만 원 예산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용역안 작성 과정에 전문 학술 서적이나 참고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내용을 인용할 때 출처를 밝히는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나무위키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자의적인 내용 첨삭‧수정이 쉬운 특징을 지녀 공신력 있는 매체로 보기 어렵다. 연구용역 과정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시민들은 연구용역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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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2020-06-19 11:22:14
명색이 수십개 정부부처가 상주하는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복합 도시인데. 도시계획 당시에 순환트램 건설과 대전과의 지하철 연결, KTX세종역을 계획했어야 했다. BRT는 예산 확보하기 귀찮아서 비용이 저렴하게 드는 기존 도로와 버스를 활용한, 말이 좋아 BRT지 그냥 광역버스수준이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GTX등 신규 철도연결과 지하철 노선 확장에 엄청난 노력으로 유치한다. 세종시는 제2의 행정수도임에도 지하철 연결이나 트램건설 계획이 없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기재부와 국토부가 세종에 있는데 말이다. 행복청와 세종시는 예산확보에 더 노력을 기울었어야 했다. BRT는 아쉬운 대목이다.

리신 2020-06-19 07:16:14
ㅋㅋㅋㅋㅋㅋ 레포트에 나무위키 긁어오면 대가리 박아야 하는데 세금 날로먹기 쉽나보네

세종시민 2020-06-18 20:39:49
도대체 세종시 교통은 언제 좋아지나요?
이렇게나 진전이 안되는건 다 누구책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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