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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참새’에서 ‘성난 독수리’ 결기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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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참새’에서 ‘성난 독수리’ 결기 보여줘야
  • 이계홍
  • 승인 2020.06.15 2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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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칼럼] 한화이글스, 18연패 최다 타이 끊고 2연승 반전 
연패 탈출 쾌감으로 ‘다시 시작’… 스텝과 선수들 분발해야

 

한화이글스가 지난 13일 두산 전에서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18연패 사슬을 끊어낸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한화이글스 TV)

 

한화이글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팬 여러분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최근 계속되는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금일 길고 긴 연패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으나 그동안의 부진으로 인해 여러분들께 죄송스러운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희는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내에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뼈를 꺾는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0년 6월 14일 한화이글스 임직원 일동-

팀 창단 이래 최다 연패(14연패)와 한국 프로야구 39년 사상 최다 18연패 타이 기록을 이루고, 극적으로 2연승한 한화 이글스가 팬들에게 보낸 자기 다짐의 사과문이다. 

사과문의 핵심 내용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빠른 시일 내에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과 “팬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 약속한 데 있다. 

그렇다. 포기하지 않으니 치욕의 18연패 기록을 잠재우고. 2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18연패를 하고도 지치지 않고 1승을 따내겠다는 6월 14일의 한화 이글스 의지는 돋보였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좌절감이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기나긴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 ‘절치부심’, 18연패 끝에 2연승 

우리는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한다. 전쟁과도 같다고들 말한다. 기복과 부침이 있다는 뜻이고, 승리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뜻이리라.

인생이 실패하거나 전쟁에 패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실력에도 불구하고 불운하게 연패의 늪에 빠진다. 

그러나 더큰 실패는 무기력에 빠져들어 침몰하는 과정이다. 그것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없다면 설사 행운으로 승리를 가져왔다고 해도 승리의 가치는 반감된다. 

한화이글스는 각오를 다시 다지고, 이를 악물고 마침내 치욕의 기록을 차단했다. 그런 면에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화는 지난 14일 두산과의 대전 홈 경기에서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19연패 치욕의 신기록을 막자는 절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화는 12일 패배로 18연패를 기록해 1985년 삼미가 남긴 KBO 리그 최다 연패 기록에 타이(운동 경기에서 이전에 기록한 것과 동등한 기록)를 이뤘다. 이제 1패만 더 하면 한국 프로야구 39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연패의 기록을 남길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한화가 9회말 두산에 극적인 7대6 승리를 거두자, 마치 대회 우승이나 한 것처럼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응원하던 치어리더들도 눈물을 훔쳤다. 

18연패의 과정에서 많은 아픔도 겪었다. 감독이 교체되고, 1군이 2군으로 물러앉았다. 창단 이래 최다 연패(14연패)를 경신한 지난 7일 한화는 한용덕 감독을 경질했다. 1군과 2군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한화는 2군인 퓨처스 사령탑이던 최원호 감독에게 감독대행을 맡기고 1군 엔트리를 대폭 조정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그 역시 4경기를 내리 패했다. 어쩌면 가망이 없는 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14일, 서스펜디드게임(13일 성적으로 기록)에서 6-6 동점으로 9회말을 맞은 한화의 결기는 남달랐다. 공격은 1번 이용규부터 시작되었다. 이용규가 볼넷을 고르자 정은원이 이용규를 2루로 보냈고, 두산은 김태균을 고의 4구로 거른 뒤 다음 타자 호잉과 승부를 가려 호잉을 플라이아웃 시켰다.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태형. 절박함이 그의 방망이에 불이 붙은 듯이 보였다. 노태형은 2사 주자 2·3루에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뚫는 깨끗한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렸다.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을 밟았고, 한화는 이윽고 19경기 만에 18연패의 치욕을 씻어내는 ‘위대한 승리의 업적(?)’을 달성해냈다.

뒤이어 열린 사실상의 더블헤더에서 2연승을 거둘 때도 한화 이글스의 투지는 돋보였다. 3대 2 승리로 18연패를 끊은 견인차는 지명타자 김태균이 구심점이 되었다는 데 있다. 

√ ‘줄무늬 참새’ 대신 ‘성난 독수리’ 결기 보여줘야 

연패의 사슬을 끊고 2연승을 올린 한화이글스. 이제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사진은 6월 주요 경기 일정.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승리 퍼레이드를 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답은 나와있다. 젊은 유망주를 대거 발탁하라는 것이다. 

바로 히딩크 방식이다. 유망주들을 과감히 투입해 공격성을 키우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노련한 노병들로 안주하려 하지 말고 비록 불안하다 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부단히 키워 야전에 투입해야 한다. 

젊은 유망주들의 반란과 폭발성은 18연패에서 숨통을 끊은 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노태형은 "야구선수로서 팬들께 기억되는 선수가 되자는 마음으로,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며 "계속 1군에서 활약하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을 달구겠다"고 다짐했다. 기회를 주니 이런 멋진 승리로 보상해준 것이다.

한화는 선수층이 약한 편이다. 몇 년째 하위권에 머물러 팀 사기도 떨어져있다. 이런 때는 프랜차이즈 선수(구단에서 데뷔하고 그 구단에서 활동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하여 대표로 내세울 만한 선수)들의 리더쉽이 절실해보인다. 

선배들이 리더쉽을 발휘해 팀을 추스르고, 사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사실 연전연패는 이긴 팀도 민망하고, 연패팀에게는 더욱 좌절감을 안겨준다. 

다행히 김태균이나 주장 이용규가 살아났으니 기대해볼만하다. 두 번째 경기에서 3대2로 2연승을 거둔 주장 이용규는 “(프로야구 레이스 중) 남은 게임도 악착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으로 팀에 대한 팬들의 응원이다. 한화 팬심은 10개 구단 가운데 부산의 롯데나 광주의 기아에 못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연패가 거듭되자 팬들도 실망한 나머지 하나둘 돌아서버린 경향이 있다. 

점잖은 충청도 기질이 직접 욕은 하지 못하고 외면해버린 인상이었다. 그러나 지역 연고팀은 지역 팬의 응원을 먹고 산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성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물론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스텝과 선수들이 분발해야 한다. 그 핵심은 소소한 갈등을 줄이고 단합하는 일이다. 

한화이글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대전 홈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 3연전에서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다.  

연이은 부진과 무능은 팬심을 실망시킬 수 있다. ‘줄무늬 참새’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팀 전체가 ‘성난 독수리’라는 결기를 보여줄 때다. 연고 팬들의 자존심도 생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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