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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장애인 정책', 선제적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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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장애인 정책', 선제적 실행이 필요하다
  • 정은진
  • 승인 2020.06.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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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화도시' '무장애 도시 콘셉트' 무색... 정부 정책 이행 수준 머물러
코로나19 필수 직종, 전담 '수어통역사' 전무... 장애인 화장실 관리 소홀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는 세종시 수어통역센터 직원들. (제공=세종시 수어통역센터)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덕분에 챌린지'는 '존경'의 의미가 담긴 수어 동작이다. 어느덧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국민 참여형 릴레이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의료진 노고에 수그러들며 전 국민이 함께 동참 중인 이 캠페인에 '수어'가 쓰인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주요 브리핑에 등장, 수어통역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 농아인을 비롯한 '장애'를 온 몸으로 대변하는 수어 표현은 제2모국어란 수식어를 가져왔다. 

통역사들의 진정성 있는 손 표현을 넘어 풍부한 얼굴 표정도 한껏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수어통역사는 '장애인'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다만 세종시의 장애 인지 감수성은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수준 또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어통역사를 비롯해,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을 뜻한다. 

지난 4.15 총선때 투표소의 수어통역사 배치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서울시(25명)와 달리 세종시에선 단 한 곳도 배치되지 않았다. 

▲ 수어통역사 처우, 타 시·도 대비 열악

코로나19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수어통역사에 대한 세종시의 처우는 다른 지자체·시도에 비해 부족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수어통역센터에 따르면 "수어통역사 양성 과정에는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에서 지급되는 사업비 보조가 부족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다보니 지속성이 부족한 상태"라며 "통역사가 필요할땐 프리랜서 통역사를 보내야할 정도로 인력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시의회에서도 종종 수어통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야간통역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계속 고용'과 '양성과정을 통한 지속성'이나, 세종시의 통역사 양성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 4.15 총선에선 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 투표소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그림 투표용지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세종시에는 먼 일로 다가왔다. 서울시의 경우 25명의 수어통역사가 배치됐음에도 세종시에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것이 단적인 현실이다. 

[7월 15일 정정보도] 실제 확인 결과 세종시의 경우 사전투표소를 포함한 6곳에 총 7명의 수어통역 가능 투표 사무원을 협의해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 수어통역사가 아닌 투표 사무원 중에 수어가능한 인력으로 협조되다보니 구분이 없고, 효율적이지 못하기에 농아인협회 중앙회 차원에서 선관위와 향후 수어통역사 전담 배치 요청 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게될 경우, 세종시 등의 기관 브리핑시 고용되는 수어통역사에 대한 계속 고용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담 수어통역사, 세종시에는 필요없나

세종시청에 상주하는 전담 수어통역사는 아직 없다. 

대전시를 비롯한 광역시나 도청 차원에서는 수어통역이 가능한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도시 중 한 곳인 전주시는 특별 케이스로 전담 인력이 상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지속 고용 체계인 전담인력을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조인데, 세종시는 아직 관련 정책이 미비하다. 

민원통역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세종시 수어통역센터는 최근 늘어난 시청과 시의회, 교육청, 다른 외부 기관 등의 수요 대비 인력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한 현실이란 하소연이다. 

충분한 인력공급과 전담 인력을 두려면 체계적인 양성과정을 통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양성과정이 세종시에서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 세종시의 '장애인 지원대책', 제자리 걸음

세종시 장애인 현황 (출처=보건복지부)

세종시 장애인 인구 현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 2046명으로 전체 인구수(34만 6210)대비 3.5%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세종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는 기존에 시설을 이용했던 대부분 장애인이 가정 또는 시설에 고립된 상황을 가져왔다. '코로나19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 준수를 위해 지역 내 대다수 장애인 복지시설 및 기관, 유관단체 등이 휴관이나 제한적 운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실제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등의 시설이 휴관에 들어갔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장애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 들려온다. 

다행히 최근 민간영역인 장애인 복지관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재활과 자립을 위한 키트를 지원해주고 있고,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 후 불안정한 일상생활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세종시는 현재 공적마스크 판매제도 실시 관련 장애인 대리구매를 적용하고 있고, 장애인 활동지원 등의 돌봄서비스 제한 운영 등과 같이 정부방침을 그대로 이행하는 행정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또는 시설에 고립됐거나 이후 상황에서 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책이 없다. 

2019년 10월, '장애인 화장실 사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세종시민. 

세종시의 '장애인지 감수성',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보일수록 선진도시다"란 말이 있다. 세종시는 애초 '장애인 친화도시'로 설계됐으나 거리에 보이는 장애인들은 많지 않다. 

거리에 나온 장애인들이 많이 보이는, 선진 도시화의 성격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의미로 지난해 9월 세종시 장애인들을 위한 '화장실 개방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세종시 대부분 상가에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으나 관리 상태는 열악하다. 사업주에 의해 문이 잠겨있거나 창고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캠페인은 이에 대한 개선 의지를 담았다. '올바른 장애인 화장실 이용 안내문' 배포와 포스터 부착, 상가 사무실 방문 등의 활동을 벌였으나 일부 상가만 개선되고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9개월 여가 흐른 현재까지도 장애인 화장실 개방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어 지자체 차원의 조사 실시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애인 화장실 관리 소홀 여부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의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요소다. 

세종시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상가 장애인 화장실 문제는 올해 다시 캠페인을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멈췄다. 법에 따라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운영상에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달부터 지속적인 관리와 계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고용지표와 관련해선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보건복지부 가이드 라인을 적용, 처우 보장과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점도 알려왔다. 

지난해부터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종합계획'도 실행 중이다. △통계분석 △복지·건강 △교육과 건강 △경제활동 △권익증진 분야 등에 걸쳐 시민참여와 소통으로 모두 70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출범 전·후 '장애인 친화도시' '무장애(barrier-free) 도시 콘셉트'를 지향해온 세종시. 2020년 코로나19 시대 현주소는 열악 그 자체다. 도시 목표와도 거리가 멀다. 

지자체의 면밀한 관심이 제도개선으로 반영되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한 지속적인 장애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과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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