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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과 모욕의 ‘한미 관계’, 앞으로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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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과 모욕의 ‘한미 관계’, 앞으로 미래는
  • 이계홍 주필
  • 승인 2020.02.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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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주필의 현대사 특강(5)]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영원한 ‘봉’이 된다 
영구 주둔을 꿈꾸는 미군, 이대로 그들은 나가지 않는다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내정간섭적 발언이 미국의 본질을 다시 생각토록 한다. (제공=주한 미국 대사관)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오늘은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내정간섭적 발언으로 시작해본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북미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 범위가 아니기에 추진할 의사가 있다. 접경지역 협력, 개별관광, 도쿄올림픽 공동입장·단일팀 구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우리는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전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의 비핵화가 되기 전까지 남북 관계 발전은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해리스 대사는 며칠 후 또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라고 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에 개입해 일을 추진하는 것을 돕기보다 방해하는 기구로 인색돼왔다.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자는 해리스 대사의 말은 결국 미국이 한국 뜻대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지 못한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해리스 대사는 주재국 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우리 정부에 6조원에 가까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지소미아 연장 등을 강박한 적이 있었다. 해리스 대사의 내정간섭적 발언, 그리고 부담을 강제하는 발언 등에 따라 일부 국민들은 “해리스 고홈”을 외치기도 했다.  

#. ‘한미 관계’, 굴종과 모욕의 역사 

한미 관계에 관한 한 우리는 굴종과 모욕의 역사를 살아왔다.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항의 한마디 못했다. 미국 자체보다 국내의 친미세력으로부터 종북 좌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태극기 집회에 얼토당토않게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자칭 보수세력이다. 보수의 최우선적 가치란, 사대주의가 아니라 민족 우선, 주체성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것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  

냉철하게 한번 살펴보자. 미국은 때로 적에게도 무기를 팔아먹고, 그중 한국은 최고의 고객이었다. 전쟁의 위협 속에서 가장 큰 무기 수입국이 되어있다. 냉전이 해체되고, 시대환경도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냉전의 고도’에 갇혀서 미국의 첨단 무기들을 수입해왔다. 

미국이 가는 곳에 분쟁과 음모, 불안과 공포가 상존했다. 우리에게 자유를 지켜준 은혜로운 나라긴 하지만, 관계는 언제나 불평등 구조 속에 있었다. 동등한 우방으로 대접받아본 적이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의 책임이 크다. 지난 70년 체제 동안 순한 양처럼 어떤 불평등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는 대결적 분단 의식이 알게 모르게 우리 내면 깊숙이 침윤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신과 적대감, 부정과 배제…. 그런 가운데 세계관은 옹졸해지고, 대륙적 기상은 사라지고 말았다. 피폐한 몰골로 허덕이며 사는 꾀죄죄한 몰골이 되었다.   

조계종 지선 스님이 하던 말이 있다.

“분단 현실에서 모든 건 반쪽이다. 영토는 물론 정신도, 인생철학도 반쪽이다. 민족 모순이 먼저냐. 민중 모순이 먼저냐, 무엇이 주요 모순이고, 부차 모순인지를 두고 논쟁했다. 분단 모순이 존재하는 한은 그것은 겹쳐 있다. 세계의 냉전 구도가 허물어졌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대결적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런 것을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엉터리 민족이 되어버렸다.”

#. 미군은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는다

주한 미군의 존재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제공=주한 미국 대사관)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국방 안보에 당장 위협이 된다고 말하는 세력이 있다. 

공포를 팔아 체제 유지의 근간으로 삼아온 보수 세력들이다. 그들은 사대 의존의 관성에 젖어서 미군이 없으면 금방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공포심을 유발한다. 그러면서 꼼짝 말라고 위협한다. 

노무현의 말처럼 그 많은 국방 예산을 쓰고도 자주 국방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방기한 채 주한 미군 주둔을 ‘종교화’ 한다. 

한국 주류사회를 점유해오던 기득권층이 된 보수 세력들. 기득권 신화가 무너지기 때문일까, 주한 미군 철수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다. 골수까지 사대 의존에 젖어있으니 해리스 같은 사람의 망언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미군더러 나가라고 해서 나가겠는가. 

미국의 세계 전략을 보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중동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라크, 인도양은 디에고가르시아, 동남아는 괌, 동북아는 한국이 최전방 방어선이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뺀다면 미국의 방어 라인은 이가 빠진 형국이 되고 만다. 주한미군 주둔은 그들의 세계 전략 가운데 하나인데 나가라고 해서 나가지 않는다. 

영구 주둔을 목표로 그들은 경기도 평택에 미군 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건설했다. 여의도 5배 면적(1477만m2)에 한국 돈 10조 8000억원(예산의 90%)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주한 미군기지

이 기지에는 18홀의 정규 골프 코스가 있고, 최신예 전투기 이착륙 비행장, 야전 훈련장, 호수가 있고, 드넓은 숲이 있고, 5곳의 학교 캠퍼스, 4곳의 버스 노선이 있으며, 미국의 상가와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다. 

현재 3만7천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최대 10만명이 살 수 있는 작은 아메리카다. 실제로 그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부속 도시로 명명되어있다. 

그래서 거주 미국인은 캘리포니아와 똑같은 물가로 생활하고 있는데, 한 예로 휘발유 값도 캘리포니아 주유소 가격과 동일하다. 한국 휘발유 값의 반값 이하라고 한다.  

미군이 들어가 사는 1가구에 한국은 매년 4500만원의 주거비를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지 내 근무하는 한국 근로자들은 이런 여러 시설들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우리의 세금만 낼 뿐이다.

방위비 분담비, 기지 주변 정비 비용, 토지임대료, 카투사 운영비. 각종 세금 면제, 기지 이전 비용까지 모두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미군이 오염시킨 땅과 시설물들을 우리 예산 수천억 원을 들여 정비, 정화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안보보다 중국 견제를 목적에 둔 인도양, 태평양 전략 비용까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KBS는 기획 프로그램 ‘창’에서 지적하고 있다. 

자위적 방어 차원의 무력 시위(실전 훈련) 비용도 우리가 지불한다. 통상의 경비 이외에 전략물자 유지비까지 대라고 요구하는 현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년 5조 8000억 원을 내라고 압박한다.  

한반도 프로세스 운용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이런 요구들은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KBS ‘창’이 이 문제를 다루자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켰던 것도 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구조 때문일 것이다.

#. <에필로그> :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없으면 봉이 된다

한미 관계의 발전적 변화는 우리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 

평화 체제가 도래하면 한반도는 동북아 강대국이 될 것이다. 남북 협력이 이루어지면 남북의 인구는 8000만이 넘어 자체 시장으로도 번영할 수 있다. 

미국은 카길(농축산업), 구글(IT), 무기산업 개발로, 중국은 화웨이(통신)와 값싼 제품으로, 러시아는 가스 등 천연자원과 시베리아개발 계획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 이권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일본도 가세하려고 눈을 굴릴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중러일의 각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때 우리가 외세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를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지난 역사를 반추하며 내일을 예비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대사를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맹목적 종속의 국가관은 일극주의에 매달리는 함정이다. 냉전이 해체된 이후 세계는 다극주의로 이행해가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끼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미국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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