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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엔 가곡 동아리 ‘라 보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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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엔 가곡 동아리 ‘라 보체’가 있다 
  • 이계홍 주필
  • 승인 2019.12.1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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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참여하고 노래하면 세상 일이 평화롭고 행복해져요”, 똘똘뭉친 15명 회원 
임기성 대표와 서민정 성악가 지휘로 ‘수준급 실력’ 뽐내 
세종시 가곡동아리 '라 보체' 회원들. 어느덧 수준급 실력에 올라있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은은하게 울려오는 피아노 반주 소리에 이어 아름다운 남녀의 노래 소리가 창밖으로 울려 퍼진다. 목소리들이 은은하고 맑고 경쾌하다. 정제된 소리들이어서 수준급이란 것은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세종시 한솔동 주민자치센터 훈민관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면 회원들이 모여 노래 연습을 하는 가곡 동아리 라 보체(대표 임기성). 

성악가 서민정 씨가 지휘하는 라 보체는 참여자들이 수준급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세종시민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곡 동아리다.  

#.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노랫소리, ‘감성 자극’ 

라 보체 회원들이 가곡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40분, 연습을 하고 있는 가곡 동아리를 찾자 지휘자 서민정 씨의 피아노 반주에 회원들이 김효근 작사 작곡의 가곡 ‘눈’을 합창하고 있었다.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한겨울의 허공을 맴돌아 듣는 이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 새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 길을 잊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임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이 되어온다오

 

저 멀리 숲 사이로 내 마음 달려가면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희 여운만 남아 있다오

 

-가곡 ‘눈’(김효근 작사·작곡)- 

노래가 여운을 끌고 이어지면 어느새 듣는 이를 시적 감성에 젖게 한다. 고급 발표회장에 온 느낌도 준다. 

이날은 가곡 ‘눈’에 이어 ‘비목’ ‘선구자’ ‘고향의 노래’ ‘사랑’ ‘등대지기’를 두 시간에 걸쳐서 노래했다. 

#. ‘라 보체=노래 모임’, 2018년 5월 결성  

팀을 이끌고 있는 서민정 지휘자. 

“노래는 호흡법이 중요해요. 가사에 따라 중간에 호흡을 정리하는 훈련이 필요하죠. 엉뚱한데서 호흡하면 노래의 질서와 맛이 흐트러지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지도하던 서민정 지휘자가 사이사이 반주를 중단하고 설명을 보탠다. 모두가 차분한 가운데 진지하다.

“라 보체는 이탈리어어로 소리, 노래라는 뜻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선율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노래 모임을 뜻합니다.”

지휘자 서민정씨의 소개다. 라 보체는 지난해 5월 결성되었다. 가곡을 사랑하고 시를 바탕으로 한 작사(가사)를 좋아하는 세종시민들이 모여 만든 가곡 동아리다. 창립 초기 세종시 문화재단에서 지원해주어 점차 존재의 근거를 확장해가고 있다.   

“노래를 잘못 불러도 감정 이입과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노랫말이 곱고 언어 순화에 도움이 되는 곡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요.”

서 지휘자는 그러면서 “참여 회원들이 심성들이 곱고, 노래의 맛을 아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회원들은 현재 15명. 아직은 많은 이가 참여하지 않지만 참여 회원 모두 수준급이라고. 그중 성악을 한 사람도 있고, 교회 성가대나 군대에서 합창대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 다시 바라본 ‘가곡 선구자’ 유래 

회원들이 연습하는 악보 예시.
회원들이 연습하는 악보 예시.

황한진(배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조경숙 부부 중 조 씨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황 교수는 가곡 ‘선구자’를 합창하면서 그 유래를 소개했다.

“선구자의 무대는 일제 강점기 만주 용정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독립군의 젊은 일원이 작곡가 조두남을 찾아와 시를 주고 간 것이 작곡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용주사, 일송정, 해란강, 용문교, 용두레 샘이 용정에 그대로 있습니다. 용정은 우리 동포 60만이 거주하는 한민족과 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구자’는 윤해영이 작사(1절)했고, 2·3절은 작곡자 조두남이 작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더라도 황 교수의 소개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윤해영 조두남이 친일 행적이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는 데다 작사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말한 ‘선구자’는 항일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의 웅혼한 기개를 묘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의 애국 투사들이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눈보라 휘몰아치는 만주 벌판을 누비며 분투했다는 대륙적 기상을 곡으로 말해주고 있어서 작사자가 누구이건 간에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라 보체 개별 회원들 실력도 ‘수준급’ 

지금은 라 보체 회원들의 연습 타임. 

교육사업을 하는 박성호 씨는 군대 시절 목소리가 좋아 발탁돼 노래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군대 시절 고혈압으로 병원 신세를 졌는데, 군 병원으로 후송되었을 때 환자들이 제 목소리를 듣고 노래를 해보라고 강권해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지요. 목소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병상의 병사들을 위해 노래로 군 복무를 성실히 수행한 셈입니다.”

주부 박분식 씨는 라 보체에 들어온 지 5개월 전 우연히 친구에게 끌려와 참여한 케이스. 성가대에도 참여했지만 “노래를 할수록 나이를 잊을만큼 여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고, 건강도 좋아져서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주부 염현진 씨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성격 개조도 하고 쾌활성을 찾고자 입회했다고 했다. 석승규 충남대 미래군사학회 이사는 이날 지각을 했지만 노래만은 열정적으로 불렀다. 

#. 라 보체 동아리 회원가입, 열려있는 공간 

라 보체 동아리 모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임기성 대표는 앞으로 세종시내 어디서든 버스킹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종촌동, 호수공원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찾아가서 노래로 세종시를 맑게 흔들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대표는 근무하고 있는 GS테크연구소 뒤편에 미니 무대를 만들어 주민을 위해 공연하겠다고도 소개했다.  

“정제된 시어들이 절묘한 음악적 리듬 속에서 노래의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삭막한 삶을 견디는 우리 모두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합니다. 음악의 경계가 배타적이지 않고, 여러 의미로 다가갈 수 있는 열린 음악으로 나아가도록 회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서민정 지휘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세종시의 음악과 예술계가 선진국처럼 음악과 풍요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서 지휘자는 부산대 성악과를 나와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가 본격 성악공부를 한 소프라노. 부친이 창원기계공단 연구소에 재직했기 때문에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서 지휘자는 5년전 세종시로 내려와 어린이 중창단, 일반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코리아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펴왔다. 

라 보체 음악동아리 회원 가입은 언제든지 가능하며, 월 회비 2만원. 임기성 대표 연락처(010-3510-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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