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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er together(함께 하면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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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er together(함께 하면 강해집니다)!”
  • 이계홍
  • 승인 2019.11.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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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남아공의 흑백 통합, 럭비월드컵 우승 견인… ‘하나된 힘’ 확인
국회 세종의사당과 KTX 세종역 등으로 대립하는 지역 정치권, ‘반면교사’ 해야 
남아공은 한때 인종차별국의 대표국이란 오명을 얻었다.
남아공은 한때 인종차별국의 대표국이란 오명을 얻었다.

지난 2일 일본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럭비월드컵 결승전. 

남아프리카연방공화국(남아공) 팀이 럭비 종주국 영국 팀을 32 대 12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인 럭비 경기에 흑인 대표선수 6명이 포함되고, 주장도 흑인이 맡은 승전보여서 더욱 세계가 환호했다.  

럭비 월드컵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럭비의 발상지인 영국 등 영연방과 유럽 국가에서는 월드컵 축구와 하계 올림픽과 함께 3대 인기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2015년 잉글랜드 대회는 247만 명의 관중과 42억 명의 TV 시청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 대회에서 2019 우승 트로피를 안은 남아공의 국가대표 팀 주장 시아 콜리시는 단상에 올라 이렇게 우승소감을 말했다.  

“Stronger together!”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함께 하니 강해졌다!”이다. 백인의 독점 스포츠나 다름없던 럭비 월드컵에 흑인 선수들이 함께 뛰니 강해지고, 마침내 우승컵을 안았다는 감격의 외침이다.

이번 우승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 세계인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한때 인종차별의 대표국이 냉전체제 붕괴와 함께 흑백 통합 노선으로 전환되면서, 우승 DNA가 성장했다. 

남아공 사례는 대한민국 그리고 세종시의 정치‧사회 영역에도 투영해볼만 하다. 함께 하는 힘에 집중해야 무슨 일이든 결실을 맺을 수 있단 뜻이다. 남아공 역사와 럭비 우승을 반면교사해보길 제안한다. 

#. ‘남아공’의 오명, 인종차별 대표국  

우리가 알다시피 남아공은 흑백 분규로 수십 년간 내전을 치른 나라다. 남아공은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래 10%의 소수 백인 지배층이 90%의 다수 흑인 피지배층을 차별하고 억압했다. 그런 사이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었다. 

1948년 남아공 정부는 인종차별(Apartheid)을 공식 법령으로 채택했다. 인종차별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1956년에는 저항하는 만델라 등 흑인지도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해 구속했다. 

만델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고(27년간 수감되었다가 석방), 전체 흑인 지도자의 양형이 수천 년이 넘는다고 했다. 흑인 저항 단체인 ANC(African National Congress), 범아프리카회의 PAC(Pan-African Congress)는 1960년부터 무장 게릴라 활동을 벌였다. 이때 희생된 사람만도 수만 명에 달했다. 

단지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투표권 제한은 물론 식당 출입이 구분되고, 대중교통 수단도, 학교도, 화장실도 분리했다. 백인이 흑인 여성을 강간해도 법은 외면했고, 흑인을 쏘아죽여도 백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거리를 활보했다. 

결국 증오심은 테러와 살육과 보복전으로 이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지만 영국과 미국의 비호를 받은 백인 지배층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차별정책은 공산주의 대항이라는 명제로 치환되었다. 영국과 미국은 남아공의 인권문제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공산주의 확대를 억제한다는 구실로 남아공 정부의 강경 흑인 탄압정책을 묵인했지만 명분은 약했다. 상황은 우리의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행태와 비슷했다. 사회 모순에 대해 저항하면 빨갱이로 몰아 처단해버린 것이다. 

#. 냉전체제 해체, 남아공에 찾아온 봄 

1989년 동서독 통일과 구소련 붕괴와 함께 냉전 체제가 해체되었다. 공산주의 발호를 이유로 흑인을 탄압했던 남아공의 통치 기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영국 영향 하에 있던 남아공 백인 정부는 흑백 통합과 평화가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탄압과 대결이 당장 자신들의 이익을 더 담보한다고 보고 탄압정책을 고수해왔는데, 냉전이 해체되자 기로에 서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와 국제적 여론 때문에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디 클라크 남아공 대통령은 1990년 이후 만델라 등 흑인지도자의 석방, 흑인 저항단체 ANC의 합법화 승인, 인종차별법 폐지 등을 실시하고, 나라의 민주화와 흑백 통합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94년 흑백이 함께 하는 사상 첫 자유 총선이 실시되고, 같은 해 5월 ANC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0%의 백인 기득권이 공포정치로 90%의 흑인사회를 지배했던 것이 허물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만델라의 흑백 통합 노선, ‘럭비 우승’으로 승화 

만델라는 흑백의 국민 통합 노선을 추진했다. 

명실공히 근 1백년의 흑백 인종분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종식된 것은 만델라의 탁월한 지도력 때문에 얻어진 결실만은 아니다. 100년 동안 누려온 백인 기득권 세력이 통절하게 반성하고, 그동안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회개하면서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들이 여러 권한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도덕률과 영국적 규범과 신사 정신이 정치권력, 경제자본 권력 등 막강한 권한을 내려놓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정신을 고양시켰다. 그들이 먼저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손을 내민 것이다. 그것이 만델라의 흑백 통합 관용의 정신과 결합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실의 하나가 이번 2019 럭비 월드컵 남아공 우승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남아공 럭비 대표팀에는 흑인 선수가 들어가지 못했다.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인 럭비에 감히 연탄덩어리 같은 것들이 푸른 그라운드를 뛰어다니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백인의 기본 정서였다. 

럭비 경기는 영국이 식민지 점령지에서 도전과 개척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야성적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었고, 그것은 백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양 인식되었다. 단합과 우애, 도전과 결속의 정신은 백인에 국한되는 것이지, 결코 흑인이 끼어들 수 없다고 오만을 부렸던 것이다. 럭비가 백인들의 세계 지배의 꿈과 야망을 달성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 흑인 선수 6명이 대표선수로 뛰고, 주장도 흑인이 맡았다. 1995년 대회 때 1명, 2007년 대회 때는 2명이 뛰던 것과는 천양지 차이다. 그래서 흑인 주장 콜리시가 무대 앞에서 “Stronger together!”를 외쳤던 것이다. 함께하니 강해졌다는 것을 그 자신 우승 트로피로 웅변한 것이다.

남아공은 ‘천년의 전쟁’이라는 흑백 분규를 해결했다. 

#. 대한민국은 ‘동서 분열’ ‘남북대결’ ‘정치 색깔론’ 

우리는 같은 혈통, 같은 피부색깔인데도 상종 못할 인간처럼 상호 적대적이다. 남북간에도 대결이 일상화되었고, 동서간에도 분열의 이간책이 작동한다.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워 대립한다. 정치가 특히 그렇다. 

이것을 언론이 더 부추긴다. 증오와 저주를 심으면서 이익을 독점하려 한다. 지난 70년 체제가 여전히 우리 핏속에 관류하고 있다. 가치 우선보다 이익 우선의 천박한 철학의 결과물일 것이다. 

#. 세종시 현안, ‘소모적 대결 구도’ 이제 그만  

지방분권세종회의가 31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 제동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지방분권세종회의가 지난 달 31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 제동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현안에서도 이런 대결적 모습이 드러난다.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대립한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에선 당리당략 뿐만 아니라 지역 이기주의 기제가 작동한다. 국회의사당 분원 설치와 세종역 신설이 어느 당에, 어느 지역에 유리하고 불리한가. 오직 유불리를 따져 찬반으로 나뉜다. 

이러다 보니 지역 현안이 허공에 뜨게 된다. 세월만 낭비하는 셈이다. 지역 문제는 뜻을 같이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비틀고 방해한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익단체도 그렇지만 국민을 선도해야 할 정치가 그러니 다른 영역을 탓할 수도 없다.

송아영 한국당 세종시당위원장이 3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세종의사당 조속 설립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송아영 한국당 세종시당위원장이 같은 날 오전 11시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세종의사당 조속 설립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정치적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현안을 가지고 당리당략으로 대립하면 누가 손해인가는 그들이 먼저 알 것이다. 유권자는 과거의 시민이 아니다. 

우중정치, 선동정치, 생떼정치로 한때 유권자의 눈을 흐릴 수는 있어도 결국은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심판하게 된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통 넓게 지역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도력이 지역민으로부터 추앙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중앙 정치에서도 지녀야 할 덕목이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 시군의원들이 좀 더 멀리, 높게 보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배려와 양보와 협력의 정신이 정치적 자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계홍 본지 주필.
이계홍 본지 주필.

필자는 남아공 럭비 국가팀 대표 주장인 콜리시의 “Stronger together’의 정신을 지역 정치인들,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갖기를 권한다. 

 

자기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자고 고함지르는 세상에서는 지역 발전의 에너지를 확장할 수 없다.

 

아량과 포용, 배려의 정신으로 충청권 정치인만이라도 솔선수범했으면 한다. 함께 하니 강해졌다는 남아공 럭비팀 주장 콜리시의 외침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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