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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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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게 된 계기
  • 최수진
  • 승인 2019.09.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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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종참교육학부모회 최수진 회원

6살 남매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사)세종참교육학부모회의 회원이다. 얼마 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은 미디어 교육의 내용을 듣고 문제점을 느껴 펜을 잡았다.

“엄마 하루 1시간 게임해도 된대요”. 유치원에서 하원한 아이가 대뜸 한다는 말이다.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멀리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게임하고 있는 아이들을 뜯어 말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교육기관에서 하루 1시간은 게임해도 괜찮다고 지도하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께 전화로 자초지종을 물었다.

남편 직장을 따라 충북 영동에서 살다 세종으로 이사왔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유치원 입학 시기에 맞춰 집을 옮겼다. 지내고 보니 세종은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은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조금만 부지런 떨면 양질의 교육이나 강연을 들을 기회도 많았다.

올 3월 아이들을 유치원에 입학시킨 후 한 달 뒤 학교종이 앱을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중요한 공지문을 보게 됐다. 세종참교육학부모회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시행한 ‘게임, 스마트폰중독예방 강사양성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검증된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동안 눈과 귀와 뇌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는 사명에 집중됐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유해한 줄 모르고 무심코 사용하다 유해성을 발견해 맞서 싸워 나갔던 사람들처럼 우리 엄마들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얼마나 유해한지 제대로 파악해 그 유해성을 알리고 예방하는 노력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교육을 듣기 전, 아이들이 두 살 무렵 때다. 영어 노출이라는 목적으로 영어 DVD를 매일 2~3시간씩 보여줬다. 여행이나 외식 때는 휴대용 DVD플레이어를 필수로 가지고 다녔다. ‘엄마표 영어’ 열혈 맘이었다.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영어 영상 보여주기도 생활화했다. 아이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영어를 많이 노출해 주면,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스마트폰중독예방 강사양성 과정’ 교육을 통해 이 생각이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바로 미디어 단식에 들어갔다.

미디어 단식 전, 아이들의 하루는 DVD로 시작했다. 하루 종일 DVD만 보려하는 아이들의 시청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했다. 온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DVD를 보여주었고, 병원 대기나 차로 이동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틀어줬다. 이런 생활에 젖어 있던 아이들은 DVD보는 시간 외에는 늘 심심하다고 칭얼댔고, 블록 장난감에도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말 심각한 것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책 한 권 스스로 꺼내보는 일이 없었고, 정형화된 장난감만 갖고 놀았다. 미디어 단식의 필요성을 깨달은 후에는 일주일 중 일요일 단 하루만, DVD도 딱 1개만 보여 주도록 했다.

그 외 무슨 일이 있어도 영상과 미디어 노출은 절대 하지 않았다. 외출 시엔 항상 2~3권의 책을 가지고 나가 읽어줬다. 아이들은 처음엔 금단현상을 보이며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성 행동을 보였는데, 2주 간 보여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을 때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참학세종지부가 진행한 ‘게임, 스마트폰중독예방 강사양성 과정’ 수료식 모습.
참학세종지부가 진행한 ‘게임, 스마트폰중독예방 강사양성 과정’ 수료식 모습.

미디어 단식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아이들 입에서 심심하다는 소리가 사라졌다. 책으로 소방서와 경찰서, 주차장 등 타운을 만들며 놀았다. 두루마리 휴지로 찻길과 차고지를 만들기도 했다. 병원놀이, 엄마놀이, 경찰놀이, 소방관 놀이, 인형놀이 등을 하면서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들며 놀았다.

색종이를 접고, 자르고, 풀칠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며 놀았다. 아이들은 외출해 심심할 때면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영어책을 거부하던 아이들과 매일 즐겁게 영어책 한 권씩을 읽게 됐다.

아이들의 DVD 시청은 중독에 가까웠기 때문에 미디어 단식은 절실한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유치원의 하루 한 시간 게임이 적정하다는 교육 내용을 그냥 넘길 수 없던 이유다.

하원한 아이의 한 마디를 들은 후 ‘게임, 스마트폰중독예방 강사양성 과정’ 강의를 맡아주신 놀이미디어센터 소장님과 상의했다. 조언대로 유치원 원장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현재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실태를 알렸고, 스마트폰, 미디어, 게임 과의존 아이들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 모두에게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하고, 중독 예방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소장님이 강연한 세바시 347회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를 모든 교사들이 보고 스마트폰, 미디어,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첨언도 했다.

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앞서 교육했던 내용은 부연 설명을 통해 아이들이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하셨다. 세바시 강연은 선생님들이 모두 보기에 적절한지 확인 후 함께 시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 단체다. 자녀들의 스마트폰 미디어 사용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앞서 고민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각자 속한 모임, 단체, 학교 현장 곳곳에 이 뜻을 공유해 스마트폰 제로 운동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참학세종지부 최수진 회원.
참학세종지부 최수진 회원.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 교육을 주관해주신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세종지부 윤영상 지부장님과 교육을 담당해주신 놀이미디어센터 권장희 소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는 나 역시 모든 아이들의 부모가 돼 유해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전사가 되기로 다짐해본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큰 실천 과제다. 내 자녀가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받고 훌륭히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 스마트폰 제로운동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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