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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 곳 없는 세종시, 신(新)풍속도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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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 곳 없는 세종시, 신(新)풍속도 기현상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8.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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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1-1편] 대학생부터 중장년까지 세대 총집합, ‘감성주점’ 해방구 분출
세종시 내 감성주점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나성동 상권 일대.
세종시 내 감성주점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나성동 상권 일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만 18세 이상 성인들은 그동안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인근 도시에 고개를 돌려왔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놀이 문화와 스트레스 해소 공간을 찾아서다. 세종시 놀이 공간은 천편일률적이거나 부족하다는 인식도 한 몫했다. 신도시를 떠나 읍면지역에도 마땅치 않다.

최근 나성동 상권이 서서히 중심상업지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속칭 감성주점의 탄생은 상권 활성화 속도를 견인하고 있다. 

본보는 2차례에 걸쳐 '세종시 성인들의 놀이문화 세태'와 함께 감성주점 인기 기현상을 집중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이슈 추적 1-1편. 스트레스 풀 곳 없는 세종시 성인들, 어디로 가야 하나
이슈 추적 1-2편. 나성동 '감성주점' 인기 기현상, 왜? 

#. 놀이 공간 '천편일률적이거나 부족하거나' 

놀이 공간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 7월 28일 KB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9년 5월 기준 세종시 노래방 수는 148곳이다. 노래방 1곳 당 인구수는 2201명으로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전국 평균치는 노래방 1곳당 1581명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노래방 1곳 당 인구수는 인근 대전이 1069명(1389곳)으로 가장 적었고, 이어 ▲인천 1238명(2388곳) ▲대구 1311명(1871곳) ▲광주 1312명(1112곳) 순으로 나타났다.

시·군·구로 나눠보면, 경기 부천시가 625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 달서구(565개) ▲대전 서구(512개) ▲서울 송파구(507개) ▲인천 남동구(498개) ▲인천 부평구(430개) 순이었다.

세종시 노래방 공간 인기가 다른 도시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다. 숫자만 봐도, 대전 1개 자치구의 약 29% 수준에 그친다. 

전국 시도별 노래방 1곳 당 인구 수와 시군구별 현황. (자료=)
전국 시도별 노래방 1곳 당 인구 수와 시군구별 현황. 세종시는 노래방 1곳 당 인구 수가 전남 다음으로 많았다. (자료=행정안전부)

퇴근 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이나 볼링장, 당구장, 탁구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나, 이 역시 시민 수요 대비 역부족이다. 

올해 5월 기준 골프연습장으로 등록된 사업체 수는 40곳, 볼링장은 5곳이다. 행복도시 신도시 볼링장은 모두 주류 판매가 가능한 형태의 락볼링장이란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구장은 84개소, 체력단련장은 39개소, 수영장은 10개소로 집계됐다.

인터넷게임시설로 등록된 PC방은 77개소, 영화관은 자동차극장을 포함해 3개소, 일반게임제공업은 13개소로 나타났다.

소위 뒷풀이와 회식, 단합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여느 도시와 다름 없는 프랜차이즈 식당만 즐비해 선택권도 제한된다. 

직장인 A 씨(33)는 “출범 초에 비하면 이용 가능한 시설 수는 늘었지만, 기타 문화체육 시설은 여전히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퇴근 후나 주말 저녁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밤문화 공간 등 해방구도 마땅치 않다. 음식문화특화거리는 둘째치고,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 일색이어서 실증을 느낀다는 지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0월 신도시에 등장한 일반음식점, 일명 '감성주점'.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새벽시간대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새로운 해방구로 자리매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철 지난 감성주점, 세종에선 가장 핫하다?

감성주점의 역사는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홍대 앞 ‘밤과 음악사이(일명 밤사)’ 등이 문을 열면서 90년대 댄스음악이 나오는 주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복고 댄스음악에 몸을 맡긴 손님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작은 클럽 형태의 모습을 갖췄다. 20대 청년들이 유명 힙합, EDM 클럽에 몰리는 동안 3040세대는 감성주점을 즐겨찾았다.

지난해 10월 행복도시 내에도 첫 감성주점이 문을 열었다. 이미 감성주점 문화가 한 차례 휩쓸고 간 타 도시와 달리, 입구부터 줄을 서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성주점 방문기를 묻는 글이나 놀만한 곳을 찾는 질문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등 공직사회를 넘어 시민사회에서도 이 공간이 '대화 이슈'로 급부상했다.   

감성주점을 방문하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나성동 내 3곳 감성주점은 각각 고객 연령대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대 새벽 6시까지 영업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있다. 

직장인 B 씨(42)는 “저녁에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 흥을 분출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다 보니 세대 불문하고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며 “피크 시간대에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연이어 감성주점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예상 밖 열풍(?), 관계 기관들 예의주시 

행복도시 내 유흥문화가 태동하면서 행복청에서도 지구단위 계획 상 마련된 관련 필지에 대한 실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행복도시 내 유흥문화가 태동하면서 행복청에서도 지구단위 계획 상 마련된 관련 필지 운영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광주 클럽(감성주점) 붕괴사고 이후에도 감성주점을 향한 발길은 여전하다.

지하에 위치한 광주와 달리, 여느 음식점과 같은 지상에 자리잡고 있어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 감독 기관인 세종시도 이 같은 열풍(?)을 감지,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과 함께 영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도시 내 유흥문화가 태동하면서 밤 놀이문화가 적절한 해방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기 정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관련 산업 발달은 불가피한 수순이기 때문.

다른 도시 사례만 봐도 그렇다. 홍대 관할 마포구청은 이미 2015년 조례를 개정,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점의 경우 별도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서대문구와 광진구에서도 연이어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에는 총 3곳, 전국으로 부산 진구, 광주 서구 등 7곳에 해당 조례가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세종시 신도시의 경우, 유흥 주점 등의 시설은 아직 없다. 나성동에 계획된 지구가 있으나, 공급일정은 아직 안갯 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2007년 행복도시개발계획 수립 당시 지구단위 계획에 합법적인 유흥·단란주점 필지를 계획해둔 상태”라며 “최근 상가 공실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내년 초까지 계획 재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양성화할지 아닐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결론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 대안 문화 없어 서울, 대전, 청주로

소위 나이트와 일반(주류)음식점 사이에 걸쳐있는 감성주점의 등장에도 성인들이 버스나 기차에 몸을 싣는 현상은 여전하다.

실제 세종시 2030세대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이면 밤문화를 찾아 인근 대전이나 청주, 천안 등지로 향하고 있다. SNS를 통해 각종 문화 행사, 야시장, 먹거리 특화거리, 복고 주점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골목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다반사다. 

직장인 C 씨(28)는 "재즈바, 라이브카페, 클럽 등 음악 문화를 즐길 곳이 없다"며 “스트레스 분출구,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인근 도시로 가는 젊은이들이 많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내려온 지역 대학생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회나 사교모임 등 대안 문화가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 성장하는 도시 특성상 제약도 따른다.

그는 “네트워크가 좁은 도시 특성상 젊은 공무원들이나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동호회나 사모임 활동을 하는 데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젊은 미혼남녀의 경우 가까운 대전에 있는 동호회나 사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새벽시간대까지 (감성주점에) 사람이 몰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인기몰이를 할 지는 예상못했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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