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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절정! 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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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절정! 대서
  • 정규호(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7.2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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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평상에 앉아 찐 옥수수와 감자를 먹으며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귀신이야기에 등골이 오싹하여 더위를 잊었던 기억! 바람소리에 수수대가 한들거리는 소리가 스산한 귀신소리로 들려 화장실도 갈 수 없었던 기억!

▲ 대서풍속-약수 물맞이. 대서때 약수를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하여 유명한 약수터를 찾아 약수를 먹는 약수 물맞이 풍속이 있었다.
▲ 대서풍속 - 천렵, 친구나 가족이 족대와 소쿠리 등 어로도구로 물고기를 잡아 어탕을 끓어 먹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로 밤조차 덥던 대서(大暑)무렵 어릴 적 고향의 풍경이다.

여름철 무더위는 초복을 시작으로 말복이 지나면 서서히 꺽이지만 더위에 대한 인식을 농사관리를 하는 농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소서(小暑)와 대서(大暑)로 절기를 구분한 듯하다. 역으로 겨울철 추위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으로 절기를 구분하고 있다.

대서는 24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서, 소서와 입추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은 대략 120도 지점을 통과할 때이다. 겨울철 대한으로부터 꼭 6개월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를 입추 때 까지 15일 기간을 5일씩 끊어서 삼후(三候)로 하였는데, 『고려사(高麗史)』기록에는 6월 중기로 초후(初候)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次候)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末候)에는 큰 비가 때때로 온다고 하였다.

▲ 대서풍속 - 천렵. 전통 천렵 풍경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지방문화축제 일환으로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명주실로 그물을 만들어 낙동강의 토종어종인 누치를 잡는 풍경이 정겹다.

말 그대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대개 중복(中伏) 무렵이며,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 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더위가 가장 극심할 때 이다. 오행설에 따라서는 이 무렵이 여름의 토용(土用)에 해당된다.

토용이란 토왕용사(土王用事)의 준말로 토왕지절(土旺之節)의 첫날을 의미하며, 토왕지절은 토기(土氣)가 왕성한 절기로 혹서(酷暑)의 시기이다. 이 때 흙일을 하면 해롭다는 속신이 전해지기도 한다. 반면 겨울의 토왕용사는 대한 무렵 혹한(酷寒)의 시기로, 이것을 각각 겨울의 토용, 여름의 토용이라고도 한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을 하며. 수박을 비롯한 참외, 복숭아 등 여름과일을 수확한다. 뜨거운 태양과 많은 비로 인해 일 년 중 이 무렵에 모든 작물이 가장 잘 자란다. 그래서 "오뉴월 장마에 돌도 자란다"라는 말도 있다. 아울러 논두렁의 풀들이 웃자라 벼 생육을 방해하는데, 논두렁 풀베기도 중요한 농작업이다. 이 외에도 논두렁에 심어둔 두렁걸이 콩과 팥, 고구마 밭의 풀 등도 이때 메고 복 돋아 주어야 한다.

김매기 외에 이 무렵 중요한 농 작업은 물 대기 이다. 물대기 농경은 전통농경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농 작업으로 다양한 생활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 물골을 만든 곳을 도랑이라 한다. 도랑에서 논으로 물을 넣는 곳을 ‘물꼬’라고 하는데, 서로 자기 논에 많은 물을 넣기 위해 물꼬를 트는 농기구인 ‘살포’를 들고 ‘물꼬싸움’을 하는 풍경이나 서로 ‘용두레’질이나 ‘무자위’를 이용하여 물을 대는 풍경은 지금도 익숙한 풍경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현대에는 관개 수리의 발달로 찾아 볼 수 없는 풍경
들이다.

▲ 대서 풍경도
▲ 대서 풍경 - 논 물대기. 성장기에 있는 벼의 생육을 돕기 위해 ‘용두레’와 ‘무자위’를 사용하여 논에 물대기를 하고 있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을 대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농기구는 ‘무자위’이다.

이 무렵 가장 대표적인 민간풍속은 천렵(川獵)을 비롯한 다양한 피서(避暑)활동이다. 천렵은 주로 남자들이 즐기던 피서법의 하나로,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아 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던 것으로, 때로 농악이 따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풍속도에 ‘천렵도’가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던 풍속이긴 하지만 오늘날 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농촌지역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지역의 특산어종을 잡아 향토음식으로 발전시키고자 천렵행사를 문화축제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천렵과 더불어 피서풍속의 중요 모티브는 바로 ‘물놀이’이다.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하여 산천 약수를 찾아 약수 먹기를 하며, 계곡물 맞기 풍속도 익숙한 피서 풍속으로 오늘날 유명 계곡이나 폭포수는 대표적인 피서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한 해안지방에서는 해수욕을 즐기고 이열치열의 기력회복을 위해 모래찜질을 하며 피서를 즐겼다. 대서 무렵 시절식은 복날과 더불어 보양식을 즐겨 먹으며 여름철 떨어진 기력회복을 하였다. 복날에 삼계탕이나 개장국을 보양식으로 먹는 것과는 달리 ‘백숙’을 즐겨 먹었다. 특히 약수를 받아 밥을 짓고 백숙을 끓여 먹었다. 특히 경북 주왕산의 달기약수를 비롯한 신촌약수, 강원도 설악산의 오색약수 등지에는 약수로 끓인 백숙이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또한 천렵을 하여 잡은 물고기로 끓인 어탕과 매운탕또한 더운 여름날 기력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다른 보양식과 달리 어탕과 매운탕은 칼슘이 풍부하여 골근(骨筋)의 기력회복에 효능이 있어 체력을 유지하기에 좋은 음식이 였다. 이 외에도 하지 때 수확한 밀을 이용하여 냉국수를 해 먹거나 매밀 냉면 등을 시절식으로 즐겨 먹었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 왔다. 바다를 찾아, 산간계곡을 찾아 가는 설레임도 잠시 정체된 도로에서 차량 에어콘에 더위를 식혀야만 하는 것이 오늘날의 피서풍속중의 하나로 와 닿는다. 추석이 아니더라도 형제들이 함께 모여 고향의 개울가에서 천렵을 즐기면서 부모님께서 손자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더위를 식혀 보자! 우리 아이들에게도 귀신이야기 좀 해 주라고 졸라도 보자! 몸과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피서는 분명 따로 있다.

▲ 대서 시절식-닭백숙. 복날과 더불어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닭백숙을 즐겨 먹었다. 특히 약수를 받아 밥을 짓고 백숙을 끓여 먹었는데 오늘날 향토음식으로 맥을 잇고 있다.
▲ 대서 시절식-어탕. 천렵으로 잡은 물고기로 어탕과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칼슘이 풍부하여 여름철 무기력해진 골근(骨筋)의 기력을 회복하는데 좋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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