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무더위의 시작! 소서(小暑)
상태바
무더위의 시작! 소서(小暑)
  • 정규호(세종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7.09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규호의 민속문화 엿보기 l 소서(小暑) 이야기

뙤약볕이 내리 쬐더니 이내 먹구름이 몰려오고 소나기가 시원스럽게 내린다. 잠시 일손을 놓고 원두막으로 비를 피해 수박 한쪽으로 갈증을 달래며 비가 그칠때까지 한담을 나누던 풍경, 바로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는 소서 무렵 농촌 풍경이다.

일 년을 지내면서 자연이 주는 계절의 시련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연에 순응하며 생업을 영위하고 생활문화로 승화시킨 것이 조상들의 여름나기 풍속이자 지혜...

▲ 소서의 농촌풍경인 원두막 -장마비도 피하고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으며 즐겼던 정겨운 농촌의 풍경

흔히 작은 더위라 일컫는 소서(小暑)는 장마철과 겹쳐있어 지리한 장마가 그치면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이다. 하지와 대서사이의 절기로서, 24절기 중 열한 번째로 드는데, 보통 7월 7일이나 8일경에 든다. 태양의 황경은 105도에 위치하는 때이다. 고려사에는 소서를 삼후(三後)로 나누어 첫 닷새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 닷새는 귀뚜라미가가 기어 다니며, 말 닷새에는 매미가 운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오늘날의 기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월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가 그치면서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듯 하다.

▲ 소서의 농촌풍경인 원두막 - 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잠시 일손을 놓고 쉬던 원두막.

소서 때 대표적인 농경은 바로 김매기 이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마치고 나서 대략 스무날 뒤가 되는 소서부터 벼논에 김매기를 해야 하는데, 뿌리가 내린 벼가 제대로 생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고 논바닥을 호미로 파 뒤집어 생육을 돕는 작업이다. 이때 하는 김매기를 ‘초벌매기’ 또는 ‘애벌매기’라 하였는데, 집약노동이 필요하고 작업량이 많아 전통촌락사회에서는 주로 ‘품앗이’나 ‘두레’를 짜서 김매기를 하였다. 요즘에는 친환경농법의 도입으로 오리를 방사하거나 우렁이를 길러 김매기를 대신하는 신풍속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농부들이 논에 엎드려 호미로 김매기를 하면서 노동의 힘겨움을 풍물과 농요(農謠)를 부르면서 달래던 ‘두레 김내기’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지고 지역의 무형문화재로 전승의 맥을 잇고 있다. 충남 홍성의 결성농요를 비롯하여 경남 고성의 고성농요, 경북 예천의 공처농요 등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 소서의 풍경인 수박밭-소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데 여름철 대표적인 과일인 수박
▲ 소서의 농가풍경인 모기불 놓기-풀을 올려 연기를 지펴 모기가 오지 못하도록 한다.
▲ 소서의 농경인 두레 김매기-소서에 가장 중요한 농작업은 김매기 이다. 마을에서 두레를 짜서 한다.
▲ 소서의 농경인 두레 김매기

소서 무렵 농경과 김매기의 풍경에 대하여 조선 철종때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가 권농을 위해 지은 <農家月令歌>에도 잘 묘사되어 있는데,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비가 자주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번갈아 서너 차례 김을 맬 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이 막혀 맥 빠질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라고 노래하고 있다.

소서 무렵 벼논 김매기 이외에도 콩이나 팥을 비롯하여 조나 기장 같은 작물의 밭에도 김을 매고 북을 돋아 주어야 농작물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게 마련이다. 또한 봄부터 정성드려 가꿔온 호박을 비롯한 각종 채소와 수박, 참외 등 여름과일이 소담스럽게 익어가고 있어 이를 수확하고 돌봐야 한다.

▲ 소서의 대표적인 보양식인 민어탕 - 민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칼슘 등 영양소가 골고루 있다.
▲ 소서의 시절식인 호박전-소서때에는 애호박을 이용하여 호박전을 즐겨먹으며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한다.

이 때 봄에 수확한 보리와 밀을 찧어 일용식을 먹기 시작했으며, 시절식으로 수제비와 밀국수를 즐겨 먹었다. 특히 부족한 비타민 섭취를 위해 소채류로는 애호박으로 호박전을 주로 해먹었으며, 보양식으로는 ‘민어탕’을 즐겨 먹었다. 이 무렵에는 동의보감에서도 사계절 중 건강을 지키기 가장 힘든 계절이라고 할 만큼 덥고 습한 기운으로 인해 몸이 지치고 진액이 쉽게 마르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때이다. 이에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입맛을 돋우는 소채류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고 원기를 보충할 수 있는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시기이다. 삼복을 앞두고 소서에 보양식으로 민어를 즐겨먹었는데 민어는 이 무렵 대표적인 제 철 생선으로서,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칼슘 등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기력회복에 효력이 높아 탕이나, 구이, 조림 등으로 조리하여 즐겨 먹었다.

소서 때부터 여름이 끝날 때 까지 마을청년들은 논둑이나 산에서 풀을 베어 이듬해에 쓸 두엄을 만들기 시작한다. 여름철의 풀베기는 70년대 생산증대를 위해 다양한 장려책들이 있었는데, 특히 ‘풀베기 대회’는 여름 농촌의 대표적인 축제 중의 하나였다. 점차 친환경 농법이 확산되고 있지만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오늘날의 농경이 옛날로 역행하여 본받아야 할 풍속인 듯하다. 또한 습한 기온과 무더위가 시작됨으로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농가에서는 마당에 풀을 베어 모듬을 놓고 불을 지펴 연기로 집안을 소독하며 모기의 접근을 막았던 ‘모기불 놓기’ 풍속이 여름철의 정겨운 농가풍경으로 기억되고 있으나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아이들 놀이인 대나무물총놀이- 여름철 아이들이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어 놀며 더위을 잊는다.
▲ 소서의 아이들 놀이 풍속인 여치집만들기- 소서때부터 아이들은 보리짚이나 밀짚을 이용하여 여치집을 만든다.
▲ 소서의 풍속인 풀베기-본격적으로 여름철이 시작되면 마을청년들은 이듬해 쓸 두엄을 만들기
▲ 소서의 농경인 애벌김매기-소서때 하는 김매기를 애벌매기라 한다. 논호미와 손으로 비교적 가볍게 김매기를 한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보리 짚이나 밀짚으로 ‘여치집’을 만들어 산천을 다니며 여치를 잡아 기르면서 놀기도 하였는데, 여치의 날개짓에 일어나는 바람이 시원함을 느끼고자 하였다. 아울러 놀이감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대나무를 이용하여 물총을 만들어 놀며 짓궂은 장난과 더불어 일상의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자 했다.

일 년을 지내면서 자연이 주는 계절의 시련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연에 순응하며 생업을 영위하고 생활문화로 승화시킨 것이 조상들의 여름나기 풍속이자 지혜였다.

오늘날의 생활문화는 인공적으로 계절을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름철 질병에 시달리고 더욱 더위를 먹는 것은 아닐까? 올 여름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잠시 잊고 도회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 원두막에서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쫗고 시원한 수박한쪽으로 갈증을 달래며, 낮잠을 즐기는 삶의 여유로 고온다습한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