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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의 날, 여전히 우리 농축산물의 미래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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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의 날, 여전히 우리 농축산물의 미래를 걱정한다
  • 이병철(비씨팜영농조합법인 대표)
  • 승인 2012.07.03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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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로컬푸드 (4)

7월 1일 드디어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거리마다 게시되어 있는 현수막을 보면서, 또 중앙언론의 메인 뉴스에 등장하는 기사 속에서 뭔가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막연하게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변화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행정구역상의 이름이 연기군에서 세종시로 바뀐다고 해도, 출범 축하 ‘열린음악회’가 개최된다고 해도,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아직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시 출범을 자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휩쓸려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왜 농축산물 직거래인가?
원래 필자의 본업(인쇄디자인)은 조치원과 서울에도 사업장을 두고 있었으며, 농업과도 무관했다. 그런데 5년전부터 판로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의 과수업을 돕기 위해 서울 거래처 회사들에 판매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농업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다.

특히 귀농을 결심하고 농촌마을을 찾아다니며 속사정을 들여다 보니 생산보다는 판매와 유통이 더 큰 숙제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첫째, 농산물이 갖는 ‘생물(生物)’이라는 특수성은 유통상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둘째, 농산물 유통정보는 한정되어 있어 산지수집상과 중간 도매상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농산물 출하처도 산지농협과 공판장, 대량 소비처 직판 정도이다 보니 농민들은 여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몇십 년 동안 농업에 종사해 온 전문농업인이 이러할진대, 농촌의 현실과 농사에 미숙한 많은 귀농인들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결국 ‘열심히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헐값에 넘길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거나, 차별화된 유통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 대안 중 하나가 농민들의 숙원인 ‘농축산물직거래’다.

지자체 농업정책의 성과목표는 ‘농민의 소득증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쌀만은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거짓이 되었고, FTA니 뭐니 하면서 너무도 많은 해외 농산물이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 재래시장에까지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농업과 농민을 위한정책을 편다면서 그린투어, 농촌관광체험, 클러스터, 향토산업, 농어촌뉴타운 기타 등등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대책들을 쏟아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한결같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결여된 상황에서 하향식(Top-Down)으로 결정되다 보니 실제 농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떨어져도 한참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농업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농민들의 목표와 같아야 한다.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첫 번째 잣대여야 한다. 그동안의 농업정책이 무슨 사업에 몇 억을 썼고, 몇 개소를 만들었다는 실적쌓기에만 급급했다면 세종시 출범을 계기로 농업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성과 목표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농협의 존재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농민이다.
지난 달 28일 농협중앙회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중소수퍼 및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식'을 가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협약내용대로 된다면 현재의 많게는 7단계에 걸쳐있는 농산물 유통구조가 4단계로 줄어 소비자는 지금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농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농협이 그 동안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기 보다는 늦은 감이 있으나 일단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계획과 실행에는 늘 갭(gap)이 존재하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고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다만, 중앙차원에서 결정된 내용이 실제 지역단위의 농협으로 내려오기까지 하세월이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저 나의 기우이길 바란다.

농민들은 하루 24시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신경쓰기에도 여간 바쁜 게 아니다. 그러니 유통과 판매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유관기관(농협 등)의 관심과 지원아래 농민들이 농사지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유통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명품도시 세종시, '농업솔루션'의 새로운 모델
‘명품도시 세종시는 뭐로 유명한 겁니까?’
외지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필자에게 요즘 자주 묻는 질문이다.
세계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이 들어설 거라고 답할 수도 있겠고, 녹지가 울창한 친환경도시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도시와 농촌이 조화를 이루는 자족도시’라고 답하고 싶다.
중앙부처가 모두 이전되면 세종시는 도시의 성격을 더 많이 갖겠지만, 동시에 ‘강소농(조용하지만 강한 농업)’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소농이 되기 위해서는 '농민, 연구, 협업' 등 세 가지가 필수요소인데 ‘세종시의 풍부한 지역자원’과 ‘대내외 네트워크’, 그리고 ‘세종시농업기술센터’ 등 유관기관과의 연대 등을 통해 세계속의 명품도시 세종시가 ‘농업솔루션’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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