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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의례 ‘기우제(祈雨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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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의례 ‘기우제(祈雨祭)’
  • 정규호(세종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6.11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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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의 민속문화 엿보기 l 기우제(祈雨祭)이야기

우리 조상들은 물을 용과 같은 신성스러운 존재로 인식

유월에 비가 오지 않고 한발이 계속되면 바로 파종한 농작물이 말라 죽기 때문에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기우제와 다양한 기우풍속이 생존을 위한 의례로 행하였으나, 오늘날 다양한 수리관개시설의 발달로 점차 사라져지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는 지역의 무형문화재로 발굴, 복원하여 전승하고 있다.

어려움을 전적으로 신(神)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면서 신(信)의 힘을 빌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세시풍속을 근간으로 우리들 일상도 주체적으로 개척해 보자!

▲ 기우단-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농업의 특성상 가뭄은 전통농경사회에서 생존을 위협 받는 가장 큰 재앙이었다. 대체로 하지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파종한 작물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대파작물을 경작했다. 주요 대파작물은 메밀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다. 이 작물은 물이 없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주식 대용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생존을 위협 받는 가뭄을 해소할 최선의 방법은 기우제를 지내는 일이였다.

이러한 기우제는 조정으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나라 전체가 지내는 가장 큰 행사였다. 고대에 환웅이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기록은 이미 고조선 사회가 물에 의존하는 본격적인 농경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려준다. 삼국시대에는 명산대천이나 시조묘에서 기우제를 지냈으며, 고려시대에는 불교식 법회인 태일(太一)이나 도교식의 초제(醮祭), 그리고 무당을 모아서 지내는 취무도우(聚巫禱雨)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비가 오기를 빌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유교식 기우제를 중심으로 각종 주술적 방법까지 동원된 기우풍습이 있었는데, 각 지방별 특징이 반영된 다양한 기우제가 행해졌었다.

▲ 유교식 기우제 - 마을에서 깨끗한 사람을 제관으로 선출하여 유교식 제례절차에 따라 기우제를 지낸다
▲ 여성이 지내는 기우제 - 비는 여성과 매우 관련이 높아 여성이 주제자가 되어 기우제를 관장하는 풍습이 있다

가뭄이 들면 임금을 비롯한 조정대신들이 모두 근신하였는데, 이는 임금이 천명을 잘못 받들고 정사를 부덕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민간에서도 다양한 기우 풍습이 있었는데, 일반적 동제(洞祭)의 절차에 따라 기우제를 지낸 다음 여러 가지 주술적 방법이 동원되었다. 먼저 정초의 줄다리기는 줄을 용으로 인식하는 쌍룡상쟁(雙龍相爭)의 상징으로서 기우를 비는 풍습이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특히 산상분화(山上焚火)가 성했는데, 양(陽)인 불을 지핌으로써 음(陰)인 비가 내리기를 기대하는 풍습이었다. 이는 밤에 대개 여러 마을이 함께 지냈기 때문에 대단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또 조정에서 북묘의 용게 제사지내는 것과 같이 민간에서는 용제(龍祭)를 지냈다. 용제는 기우제장이나 장터에서 지냈는데, 통나무에 짚을 감고 흙을 바른 다음 비늘 등을 그려 용의 형상을 만들고 제를 지냈다. 용신이 거주한다고 믿는 못에 가축의 생피를 뿌려 더럽힘으로써 용이 비를 내려 그것을 씻어 내리기를 기대하는 풍습도 일반적이었다. 또 사립문에 금줄을 치고 처마 끝에 물병을 거꾸로 매달아 비가 내리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한편 민간에서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인 ‘기우단’을 마을마다 마련해 놓고 유교식 제례를 기우제로 지내는 형식이 보편적이였다. 혹 가뭄이 극심한 경우에는 무속인을 불러 큰 굿을 하며 기우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지역에서는 곡창지대인 논산지방의 기우제가 유명하였다. 유교의 본향으로 유교식 기우제를 지내는 형식은 다른 지방과 다를 바 없으나 여성기우제를 지내는 풍속이 독특하다. 먼저 여성들에 의한 기우제는 이른바 날 궂이로 표현되는 것처럼 강변이나 시냇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를 위해 마을의 부녀자들은 비용을 갹출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키를 뒤집어쓴 채 풍물을 울리면서 마을 인근의 시냇가로 나아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간단하게 기우제를 지낸 다음 키로 물을 까부르면서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또한 알몸으로 물속에 들어가서 욕설을 퍼붓고 물장난을 치며 즐겁게 노는데 이를 날 궂이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날 궂이 기우제는 ‘여자가 미친 짓을 해야 비가 온다’는 관념 때문에 물속에 오줌을 누거나 여성의 속곳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등 온갖 독특한 행동을 수반하였다.

이 외에도 민간에서는 산에 불을 지펴 비가 오기를 기원하거나, 집집마다 버드나무가지를 걸어 두는 풍속 등이 기우풍속으로 행해졌었다. 그 중 산에 불을 지피는 행위는 불을 지핌으로써 많은 열기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 일시적으로 비구름이 형성되는 인공강우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인간생활에 가장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전통농경사회에서 물의 공급원인 비가 오지 않으면 식수공급원인 우물물이 마르고, 농작물이 말라 죽어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물을 용과 같은 신성스러운 존재로 인식을 하였다. 마을마다 있는 우물물을 ‘용물’이라고 하였으며, 연못을 ‘용소’라 하였다. 물을 신성스러운 존재로 인식했던 조상들의 정신문화를 되돌아보며, 생존의 근원이 되는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생각하며 시원하게 목을 축여 보자!

▲ 기우제-제단에 제물을 차리고 마을사람들이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
▲ 기우풍속으로 승화된 인공강우 행위-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산에 불을 놓는다
▲ 풍농기원영등제 - 영등신은 비와 바람을 관장하는 신으로 영등신에게 풍농을 기원하며 농사에 비를 내려주기를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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