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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70명을 모아 천막생활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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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70명을 모아 천막생활을 시작하다
  • 이성원(연기새마을금고 이사장)
  • 승인 2012.06.0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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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곳을 찾아서 50년... -여섯번째 이야기

한평생 청소년선도와 사회계몽 운동을 해온 이가 있다. 꼬박 50년간이다. 연기새마을금고 이성원 이사장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을 바른길로 인도하고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구현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이 이사장이 청소년선도와 사회계몽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1960년 조치원역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6.25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호적도 없어 학교마저 들어갈 수 없는 ‘무호적자’를 위해 ‘호적갖기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세종포스트는 이성원 이사장의 청소년선도, 사회계몽운동을 중심으로 연재를 한다. ‘시민참여 일간지’인 세종포스트는 이처럼 세종시민이 참여해 만드는 신문이다. <편집자 말>

할아버지께서 내주신 조치원읍 원리 600여 평의 땅에 천막을 치고 거지들을 불러 모았는데, 순식간에 70여명이 모였다. 거지들 연락망 하나는 빨랐다. 어떤 집에서 잔치를 하거나 누구네 집에서 초상을 당하며 거지들은 금세 연락을 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이런 가운데 천막을 치고 숙소를 마련했다고 하니 순식간에 모여든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몰골을 보니 5살짜리 어린아이부터 67세 된 노인까지, 무학력자에서 대학 중퇴까지 다양했다. 철로에서 여객 손님이 버린 빈 병을 줍다가 실족해서 두 다리가 잘린 장애인도 있었고, 못 먹고 몸 관리 잘못해 얼굴이 누렇게 뜬 황달병 환자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머리는 산발로 길게 기르고, 머리와 옷에 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또 남의 옷을 얻어 입다보니 단추가 없어서 앞자락을 여미지 못해 앞가슴이 그대로 드러난 거지도 있었다.

이때 몽니 거지들은 역할과 계층도 있었다. 깡통을 들고 밥만 얻어오는 나이어린 거지, 껌을 파는 어린아이 거지, 이들을 조종하는 앵벌이, 시골로 돌아다니며 쌀만 동냥하는 먹배, 뱀을 잡아서 술과 바꿔먹는 땅군거지도 눈에 보였다.

장을 따라다니며 돈과 물건을 구걸하는 각설이, 타령꾼, 아편중독과 환각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쪽쟁이 등이 있었다.

하루는 나이가 많은 거지가 나한테 "이 군! 이 군!"이라며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고 대우를 해달라고 하자니 마땅한 직함도 없었다. 이때 마침 마당 구석에 쌓아놓은 모래더미에서 아이들과 어른이 엉켜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 힘을 보여줘야 통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씨름으로 거지왕초를 이기기로 했다. 그 왕초는 유도 3단이라 소문이 났기 때문에 내가 도전장을 내자 다들 와! 하고 비웃음 반, 응원 반이었다.

은근히 걱정이 됐다. 혹시 지기라도 하면 큰 낭패에다 앞으로 통솔이 어려울 것같았다.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길 방도를 궁리했다. 이때 샅바를 서로 잡고 시작 신호를 내가 하기로 하고는, 상대가 준비가 안 된 틈을 노려 "시작!"이라는 말보다 순간적으로 앞서서 상대방을 밀어젖히다가 앞으로 확 끌어당기니 퍽! 하고 고꾸라졌다. 유도 3단이라는 거지왕초를 순식간에 땅바닥에 메다꽂으니, 갑자기 모두들 조용했다. 이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거지가 나서서 "저분(이성원)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유도가 4단이야!"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얼떨결에 유도 4단이 됐다. 이때부터 거지들 통솔이 쉬웠다.

▲ 희망의 집을 짓고 있다. 아래 오른쪽 두번째가 이성원 연기새마을금고 이사장
▲ 희망의 집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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