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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여름철 별미 집장 한번 담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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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여름철 별미 집장 한번 담궈 볼까?
  • 정규호(세종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5.3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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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날 하늘에서 천둥이 요란하게 치면, 그 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하였으며, 망종이 늦게 들어도 빨리 들어도 안 좋으며













힘겨운 보릿고개를 잘 넘어온 시기이다. 망종은 말 그대로 까그라기 종자라는 뜻으로, 보리와 밀을 수확하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보릿고개를 넘어 식량은 해결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인 장(醬)이 떨어질 시기이다. 올해 담근 장을 먹을 시기인 9월까지 전 해 담근 장을 먹어야 하나, 6월이면 장이 떨어져 여름에 먹을 장이 모자라게 된다. 이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조상들은 망종때면 수확한 밀, 보리를 원료로 단기간 숙성하여 여름철 먹을 장인 ‘즙장(汁醬)’을 만들었는데, 오늘날 각 지방별 독특한 풍미를 지닌 여름철의 별미인 ‘집장’이다. 올 여름 신선한 야채와 함께 건강한 밥상을 위한 ‘집장’을 담 궈 여름철 별미를 느껴보자!

망종은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드는 절기로, 24절기 가운데 아홉째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75°에 이르는 6월 6일경에서 하지 전까지의 약 15일간의 절기이다. 이때에는 보리 베기를 비롯하여 모심기, 콩 심기 등 일 년 중에 농사일이 가장 바쁠 때이다. 특히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쓰러져 수확이 어려워 바쁘지만 철을 넘겨서는 안되는 농사일이 산적해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망종과 관련하여 ‘ 보리는 씨 뿌릴 때는 백일, 거둘 때는 삼일’이라는 속담과 함께 ‘발등에 오줌 싼다’, ‘별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 온다’ 등, 농사일이 바쁨을 비유한 속담들이 많다. 또한 망종에는 보리수확과 관련하여 지방마다 다양한 세시풍속이 있었다.

전남지방에서는 망종날을 '보리 그스름'이라 하고, 경상도에서는 ‘보리서리’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아직 남아있는 풋보리를 베어다 그스름을 해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 되어 곡물이 잘 여물며 그 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하며, 풋보리를 밤이슬을 맞혀서 먹으면 허리가 아프지 않고 한 해 병이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망종보기’라 하여 망종이 빠른 날짜에 오는지 늦게 오는지에 따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 있었다. 전남, 충남,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하늘에서 천둥이 요란하게 치면, 그 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하였으며, 경남 섬 지방에서는 망종이 늦게 들어도 빨리 들어도 안 좋으며 가운데에 들어야 가장 좋다고 하였다.

이 밖에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긴 후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간 다음, 체로 쳐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었다.

▲ 여름철 별미 집장

망종 때 가정에서는 여름철에 먹을 ‘즙장’을 즐겨 담궜다. ‘즙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과 함께 우리 민족의 중요한 전통장류이다. 찐 밀과 콩을 섞은 뒤 고온으로 단기간에 발효시켜 만드는 장으로 색깔은 된장보다 어두운 노란색이나 맛은 된장보다 고소하고 단맛이 나 주로 쌈장과 오이, 풋고추 장으로 서민층에 널리 이용되었는데 주로 높은 열을 유지하는 퇴비더미 속에서 단기간 발효시켜야만 하는 제조상의 단점과 밀 생산량의 급감 등으로 1900년대 초부터 우리 식탁에서 점차 사라졌으나, 현대에 와서 ‘집장’으로 재인식 되면서 명맥을 유지해 오던 즙장은 각 지방별 풍미를 지닌 전통장류로 발달되어 식탁에 오르고 있으며, 여름철 별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집장이 여름철 전통장류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나름 조상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민족의 위대한 식품인 장(醬)은 음력 정월에 담궜다가 약 열 달정도 숙성시킨뒤에 9월경부터 먹을 수 있는데, 여름철인 7월이나 8월경이면 장(醬)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식량이 없어 보리고개 넘듯이 장(醬)도 그러한 시기가 있다. 그래서 망종 무렵인 6월경부터 단기간 숙성하여 먹을 수 있는 ‘집장’을 담궈 여름철에 모자라는 장(醬)을 충당하였다. 그래서 된장은 가을에 수확한 콩을 주원료로 하지만, 집장은 망종 무렵 수확한 보리나 밀을 주원료로 하여 담궜다.

이러한 집장은 지역마다 재료와 만드는 법을 달리 하여 특색 있고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음식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곱게 빻은 메줏가루를 보릿가루, 고춧가루와 함께 찹쌀 죽에 섞은 뒤 소금에 절인 고춧잎, 무 등의 채소를 박아 넣고 익힌 장으로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나서 보리밥과 잘 어울린다. 또한 충청도에서는 밀을 쪄서 집장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킨 다음 찹쌀과 고춧가루, 물엿 등을 가미하여 집장을 만들어 먹는데 그냥 쌈장용으로 먹기도 하며, 야채와 고기를 곁들어 볶아 먹기도 한다. 특히 메주가루를 주원료로 동치미국물에 장을 담 궈 부뚜막에서 발효시킨 천안의 빠금장이 유명하다. 이 외에도 등겨장, 막장 등이 각 지방의 풍미를 지닌 집장의 한 종류이다.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머니의 손길로 천년을 이어온 장(醬)은 집안의 자긍심 그 자체였다. 더운 여름날 장이 잘 익기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장독대를 닦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집안에 장(醬)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계절의 별미로 즐겼던 집장은 조상들의 애환과 슬기가 함축된 건강한 장류이다. 다가올 여름에는 새콤한 집장을 곁들인 신선한 식탁에서 고향의 별미를 맛보며 더위를 날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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