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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잘 알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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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잘 알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극장
  • 송길룡
  • 승인 2012.05.3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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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영화문화 상상]

영화는 작품인가 상품인가? 작품이라 여긴다면 창작과 감상의 의미를 되새기겠지만 상품이라 여긴다면 생산과 소비의 효용을 따져보게 될 것이다. 작품이라면 가치의 관점으로 보겠지만 상품이라면 가격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 몇 억을 들여 영화를 만들었는지, 배우의 출연료는 얼마인지, 입장료 할인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이 상품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다. 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화는 애초부터 돈 받아서 구경시켜주는 흥행거리로 출발했다. 영화가 작품이 된다는 것은 그런 무차별적이고 끈질긴 눈요기와 대박심리의 문화저변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진입복도 풍경. 고전영화와 최근 개봉된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포스터, 영화제포스터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미술관에 가면 전시된 작품들 앞에서 해설을 해주는 안내자를 만나게 된다. 그림감상이란 결국 방문객의 몫이니 그저 눈앞의 그림을 나름대로 잘 보고 가면 그만인데 왜 안내자가 대기하는 걸까? 그의 친절한 작품설명을 듣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보통 안내자는 해당작품의 작가이거나 관련 내용을 숙지한 미술전공의 전문안내원이다. 그를 둘러싼 자리에서 작품의 창작배경과 의미를 전해듣는 일에 쓸모없다며 귀찮아하는 감상자는 없다.

그런데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어떤가? 자판기처럼 티켓을 팔며 할인카드를 읊조리는 매표알바생, 너나없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서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 채 형식적인 친절의 손짓으로 상영관 안내를 하는 검표알바생, 영화포스터와 할인광고의 복도를 거쳐 멀티플렉스 상업영화관에 들어서는 관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작품으로서 감상하는 고도의 문화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미술관의 작품과 영화관의 작품은 아무리 상업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시대라 하더라도 서로 그렇게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영화관들이 모두 패스트푸드 음식점 같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 주말 충남 연기군의 조치원역에서 출발하여 장장 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강원도 강릉시에 당도했다. 지난 5월 18일에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민간주도로 설립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소식을 들은 터였다. 궁금했다. 강릉지역에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시네마테크 운동을 이어온 관록깊은 지역영화문화단체 강릉씨네마떼끄의 존재는 서울 이외 지역에 대한 필자의 오랜 무관심을 뒤돌아보게 했다.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박광수 사무국장.

이름은 강릉독립예술영화극장 신영. 오랜 동안 강릉시민의 애정을 받았지만 인근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며 빈 공간으로 남아야 했던 예전의 신영극장을 새로이 정돈하고 그 이름의 역사를 아껴 물려받은 상영관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필자의 눈에 우선 매표데스크의 풍경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늦은 저녁 마지막 상영을 준비하며 데스크를 지키고 서있던 이는 이 극장의 박광수 사무국장. 민간설립의 영화관이니만큼 재정적인 부담이 작지 않다는 그의 말에 사무국장이 매표원을 겸해야 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장이 넉넉한 살림을 꾸리게 되더라도 그는 늘 그 공간 어느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면 무례가 될까?

데스크 뒤편 벽면에 3천 편에 가까운 영화작품들을 수록한 DVD 서가도 필자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3-40명으로 출발한 시네마테크 모임이 180여 명의 든든한 회원단체로 성장해오는 동안에 폭넓게 수집, 소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서가 한편에는 한국의 독립예술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관련도서들이 산뜻하게 진열되어 있다. 시네마테크 회원들에게 무한 개방된 중요자료들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려 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며 영화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사람들의 극장을 묻는다면 나는 우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꼽고 싶다. 필자 역시 흔쾌히 강릉씨네마떼끄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극장을 열어 영화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모임에 든 것은 오히려 필자에게는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박광수 사무국장은 자주 찾아와달라는 웃음띤 인사로 극장문을 나서는 필자를 배웅해주었다. 강릉 오갈 여비를 생각하며 필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 매표데스크를 마주보는 다른 쪽 벽면에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건립후원자와 시네마테크 회원 명단이 게시되어 있다. 이들이 이 극장의 주인이고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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