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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冠禮) 어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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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冠禮) 어른의 시작
  • 정규호(세종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5.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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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의 민속문화 엿보기 l 관례(冠禮) 이야기

좋은 날을 받아 처음으로 어른의 옷을 입히니, 너는 어린 마음을 버리고 어른의 덕을 잘 따르면 상서로운 일이 있어 큰 복을 받으리라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온갖 꽃들이 활짝 피었고 잎새들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일생으로 따지자면 청소년시절이다. 5월은 노동절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갖춰야 할 기념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성년을 맞이하는 청소년에게는 어른으로 문턱을 넘는 통과의례인 성년의 날을 맞아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날이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보호의 벽이 없이 스스로 보호를 하며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으로 삶의 지위가 높아지는 만큼 책임과 의무 또한 높아진다.

전통사회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삼칠일, 백일, 돌 등 출산의례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상례, 제례 등 일생동안에 겪는 통과의례가 있지만 흔히 ‘관혼상제’로 요약되어 일컬어지는 것은 어른이 되는 관례에서부터 책임 있는 사회성원으로 출발하는 것을 삶의 시작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양반과 상민의 계층이 구분되어 있었던 전통사회에서 성년식은 각기 구분되어 행해졌으나, 어른으로서 자질을 갖추었는지 시험하는 행위라는 것은 동일하다. 성인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지식을 시험하고 인성을 보며,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어른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행위를 했었다.

현대의 성년식은 5월 셋째주 월요일에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를 축하해 주는 의례가 행해지지만, 전통사회에서는 보통 15세~20세 전후에 행해지는데 남자는 관례라 하였고, 여자의 경우는 계례(笄澧)라 하였다. 통상적으로 이때가 청소년으로서 정신과 육체가 성숙된 시기로 별도로 행해졌으나 조혼(早婚)이 행해지면서 혼례시에 함께 치르게 되었는데, 오늘날에도 전통혼례식에서 신부가 족두리를 올리는 것이 바로 계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례는 말뜻 그대로 관복을 입고 갓을 쓰는 행위를 하는 의례로, 먼저 음식을 갖추어 진설(陳設)을 마련하고 관복을 준비한 다음 이른 아침 일가친척과 어른들을 초청해 손님을 모시는데, 덕망 있고 귀감이 될 만한 손님들이 얼굴과 손을 닦고 나서 의식을 진행한다. 성인이 될 청년이 의관과 신발을 갖추고 뜰에 나와 단정히 앉으면 정성껏 머리를 빗기고 나서 머리에 관을 씌운다. 그 뒤 조삼(早衫)을 입히고, 혁대를 띠우고, 신을 신긴다. 손님은 관을 씌우면서"좋은 날을 받아 처음으로 어른의 옷을 입히니, 너는 어린 마음을 버리고 어른의 덕을 잘 따르면 상서로운 일이 있어 큰 복을 받으리라"는 식의 축담(祝談)을 해 주었다. 한편 여자의 경우는 어머니가 주관하여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예(禮)가 끝나면 자(字)가 수여되고 사당에 고한 뒤 이후로는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이 풍속은 갑오경장 이후 신문화가 들어오면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농경문화를 근간으로 살아온 전통촌락사회에서는 생업을 영위하는데 집약노동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성년식 또한 노동력을 시험하는 풍속이 있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오늘날엔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 하여 다양한 행사나 축제를 하면서 근로자를 위로하지만, 전통촌락사회에서는 음력 2월 1일을 ‘머슴날’이라 하여, 오늘날 노동자에 해당하는 머슴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오늘날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하여 노사협의를 하듯이 통상 이날 머슴의 임금인 한 해 ‘새경-私耕’을 정하기도 하고 노동조건을 협상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이때 청년들은 ‘들돌들기’라는 성년식을 치르는 풍속이 있었다. ‘들돌들기’는 흔히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인 ‘머슴날’에 하거나 집약노동이 필요한 유월 유두, 칠월 백중, 팔월 추석 등 지방에 따라 다양하게 행해졌는데, 힘을 시험할 수 있는 둥글고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풍속이다.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들돌’을 들어 올리는 정도에 따라 어른에 준하는 ‘새경’을 결정짓거나, 마을 두레 및 품앗이에서 품삯을 어른 품을 받을 수 있어 소년들은 마을마다 정해진‘들돌 들기’에 도전하여 어른으로 인정을 받았다.

▲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들돌의 크기는 장사가 ‘땅 뜨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거운 돌이며 작은 돌은 쌀 한 가마 정도의 무게로 ‘등 넘기기’를 할 수 있는 둥글고 타원형의 돌로서, 대부분의 마을에서 당산나무 밑이나 공동장소에 두어 평소에도 심신의 단련과 친목을 위하여 틈나는 대로 연중 이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칠석·백중·추석 등의 명절에 술을 붓고 풍년과 무병을 기원하며 놀기도 하였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부녀자들이 들돌에 금줄을 치고 정안수를 떠놓고 득남하기를 빌기도 하였다.

한편 여자의 경우는 ‘손더듬’이라 하여 15세 전후의 딸을 길쌈두레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날을 잡아 음식을 준비해서 어른들을 대접하는데 그것을 ‘손더듬’ 또는 ‘주먹다듬이’라고 했다. 손이 여물지 못해 일이 서툰 딸을 잘 봐달라는 의미가 있는데,이 과정을 거치면 어른들과 동등한 노동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을 해 줬다.

옛 선현들이 성인의 요건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책임과 능력을 중요시 했던 것처럼 다가올 성년의 날엔 건강한 사회를 꾸리는 대한민국 청년의 어른 됨을 축하해 주자!

▲ 세자의 성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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