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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의 길과 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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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의 길과 꿈의 길
  • 강수돌(고려대교수, 경영학)
  • 승인 2012.05.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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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불안감, 무엇이 문제인가(2)

학부모이건 부모이건 사실, 그 용어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자녀를 대하는 우리의 의식, 태도,행동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듣고 아무리 좋은 글이나 책을 잃고 또 깊이 있는 토론을 해도 집에만 돌아오면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그 까닭 중의 하나는 "과연 우리 자식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사실, 이 두려움의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학)부모 자신이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시장의 현실이 사다리꼴로 위계화 되어 있고, 높이올라간 자는 많이 누리지만 중간이나 아래쪽은 늘 빡세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우리는 과연 현실이랍시고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 현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잘못된 것을 혁신해야 하는가? 달리 말해, 흔히들 말하는 우리 눈앞의 현실이란, 적응해야 하는 현실만 있는 게 아니라, 변화시켜야 하는 현실도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인생의 두 갈래 길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것은 생계의 길과 꿈의 길이다. 생계의 길이란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려가는 길로, 인생의 목적을 잘 먹고 잘 사는 것, 즉 생계 해결에 둔다. 다른 삶의 가치는 외면한 채, 오로지 먹고사는 데 인생을 다 바치는 것이다. 결국, 돈을 많이 벌어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된다. 돈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류 직장이나 일류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류 대학을 가는 게 가장 빠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렇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것이 결론이다. 그래서 4천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제발,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으니, 공부 좀 열심히 해라!"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가면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길, 바로 이것이 생계의 길이다. 4천만, 아니 5천만 국민이 대부분 이 길로 달려가고 있지만 과연 그 대부분이 행복한가? 아니면 극소수만 행복한가? 일류대, 일류 직장에 꼴인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리고 그 일부분조차 진정으로 행복한가? 저녁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학벌 좋고 재산 많고 잘 생기고 부모 배경 든든하고 멋진 호화 주택에 사는 사람들조차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 결여된 인간관계 때문이다. 게다가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조차 과연 자신의 꿈을 실현하며 사는가? 생계는 해결했을지언정 꿈은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마친다.

반면, 꿈의 길을 가는 자는 어떠한가? 꿈의 길을 가는 이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에 맞추어 살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하는 일, 아니면 사명감을 느끼는 일에 일관되게 매진한다. 홀시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못 해 준다 하더라도 마음의 지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용기 있게 달려 나간다. 혹시 마음의 지지가 없더라도 내가 갈 길은 꼭 간다 - 꿈이 확실하다면.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엔 부모조차 그 일관된 마음에 감동하고 마침내 지지의 눈물을 흘릴 때가 온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는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막노동도 마다 않는다. 부모가 밀어준다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즐겁다. 막노동을 하면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기쁘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고 어떤 선생님을 찾아 배워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남들이 말하는 일류대가 아니라도 좋다. 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서울이나 지방, 국내나 해외를 가리지 않고 달려갈 자세가 되어 있다. 그렇게 고생해서 목표를 갖고 찾아간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은 일 분 일 초라도 아깝고 소중하다.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실력이 갈수록 향상되며 새로운 배움을 얻는 기쁨을 누린다, 꿈의 길을 걷는 이는 꿈을 꿀 때부터 그리고 그 길을 걷는 모든 발걸음이 즐겁다. 나중에 꼭 성공해야 기쁜 게 아니다. 결과나 속도가 아니라 과정이고 느낌이다. 이렇게 열심히 가다 보니 실력은 증진되고 어느새 선생님은 "자네 실력을 보아 하니, 이제 내 조교로 따라 다녀도 되겠군."하고 새 길이 열린다. 이 사람은 비록 날마다 호화판 뷔페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된장찌개에 김치를 먹더라도 행복하다. 비록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마을이나 지역에서 이웃에게 유익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게 사회 헌신이다. 이렇게 꿈의 길을 가는 사람은 일류대학이나 일류직장에 목숨 걸지 않고 ‘일류인생’을 산다. 일류대나 일류직장은 소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지만 일류인생은 누구나에게 열린 기회다. 그를 위해서는 꿈의 발견, 실력 증진, 사회 헌신 등 세 요소만 갖추면 된다. 꿈의 길을 걷는 자는 꿈도 이루고 생계도 해결한다.

자, 이제 우리는 자녀들에게 우리가 그런 것처럼 생계의 길만 가도록, 아니, 생계의 길에다 고속도로를 내놓고 남보다 더 빨리 달려가라고 등을 떠밀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오솔길로 가더라도 네 자신의 꿈을 찾으라고 격려하면서 매 발자국마다 행복을 느끼며 살게 도울 것인가? 사회구조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부모 자신의 가치관부터 찬찬히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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