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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단희
  • 승인 2019.05.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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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9>9.11테러에 대한 단상

#.독도 경비대, 경북도지사와 화상회의
9월 10일 | 풍향 북동-동 | 풍속 9~13m/s | 파고 1.5~2.5m | 천기 흐리고 비

추석을 앞두고 경북도지사께서 독도 대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화상회의에서 독도경비대장에게 지원 동기와 차례상 준비 과정을 묻자 이승수 독도 대장은, “경찰관으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으며 조촐하게 차례상을 준비했다”고 답변.

추석을 앞두고 고향의 아버님께서 차례 지낼 때 쓸 제문을 보내셨다.
‘위국헌신 경비대 본분’

그리고 “내 인생 말년에 나라의 중책을 맡아 더 무엇을 바랄쏘냐. 경사로다. 대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사랑하며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부디 건강해다오”라는 편지도 함께 보내셨다.
네,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나의 세계에만 통용되는 외국어를 가지고는 기본적으로 이름난 지식인이 되기가 힘들다.

공자는 전통과 소통하는 매뉴얼로 주례, 즉 예(禮)를 강조했고, 반면에 많은 제후국과 소통하는 매뉴얼로 시(詩)를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자기 아들들과 제자들에게도 우선 예와 시를 학습하라고 권했다.

이 두 가지를 학습하라고 하는 이유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예로써 이루어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시라는 것을 통하여 풍속의 성쇠를 알 수 있게 하며, 남과 잘 어울릴 수 있게 하고 잘못을 풍자할 수 있게 하며, 가까이로는 아버지를 섬기게 하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게 하며, 새, 짐승과 풀,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게 해준다고 했다.

이렇듯 시는 단순히 문학의 장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는 인간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학자들은 시경(詩經)을 매우 중요한 학문으로 공부했다.

#.정보의 실패가 불러온 재앙
9월 11일 | 풍향 북동-동 | 풍속 10~14m/s | 파고 2~3m | 천기 흐리고 비

2001년 9월 11일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의 비행기 충돌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테러가 발생하여 3000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사망한 인원이 700여 명이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현대의 테러는 전쟁보다 참혹하다. 9.11테러를 돌이켜보면서 20여 년 이상 정보업무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을 지적한다.

2001년 8월 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PDB(President’s Daily Brief), 소위 일일 중요보고서가 배달되었다.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보고서의 한 꼭지.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입수되지 않았다고 추정된다.

왜냐하면, 세부 첩보내용이 확인되었다면 9.11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외에도 미국 정보기관과 연방 수사기관의 협력문제, 소수언어를 등한시한 미국 정보기관의 행태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007 제임스 본드>라는 첩보영화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국의 대외정보수집기관 M16은 첩보원을 적지에 투입하여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을 사전에 제거한다. 007 제임스 본드와 비틀즈라는 소재로 수십 년간 마케팅하는 것을 보면 영국 사람들의 집요함과 전통 고수의식은 그들만의 전유물인 듯하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시대가 지나가고 디지털시대, 인공위성 시대로 첩보수집 양상이 컴퓨터와 첨단기기로 바뀌면서 인간 정보는 등한시되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모든 정보의 확인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에 대한 최종 판단과 이에 따른 조치도 결국 사람이 결정한다.

‘정보는 사람이다.’ 내가 20여 년간 정보업무에 종사하면서 배운 결과물이다.

#.추석날
9월 12일 | 풍향 북동-동 | 풍속 8~12m/s | 파고 1~2m | 천기 흐리고 비

‘위국헌신 경비대 본분’, 고향의 아버님이 써서 보내주신 글귀를 추석 차례상 위 식당 중앙에 걸어놓고 지휘 요원 및 대원들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 저녁에는 예능 단체인 평양예술단에서 추석을 맞아 울릉경비대를 방문, 대원과 지휘 요원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였다.

공연단 중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분의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공연 후 대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북한을 탈출한 분들이 독도나 울릉경비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 자체가 색다르다.

그것도 추석날 위문을 해주시니 대원들이 우울하지 않은 명절을 보내게 되어 참 고마웠다. 요즈음의 신세대들은 무엇을 하는 모양이 제각각이고 개성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앉고 서고, 먹고 말하는 가운데 그 특징들이 보인다. 한데 가면 갈수록 참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우고 가정에서는 예의범절을 배우는 법인데 많은 부부가 맞벌이에다가 더구나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학교의 성적이며 그 등급을 가지고 어떤 학교 무슨 과를 갈 수 있는지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이를 어쩌랴!

예(禮)라고 하는 것은 넓은 의미로는 풍속이나 습관으로 형성된 행위 준칙, 도덕 규범 등 각종 예절을 말하는데 예의 기본적인 핵심은 죽은 자들과 산 자를 매개해주는 특정한 의식에서 기원했다.

‘예(禮)’라는 글자 자체가 ‘시(示)’라는 글자와 ‘풍(豊)’이라는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갑골문자에서 ‘시(示)’라는 글자는 제사를 지낼 때 조상신의 혼령이 머문다고 생각되었던 신단(神壇)을 본뜬 것이고, ‘풍(豊)’이라는 글자도 조상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쓰던 그릇을 본뜬 상형문자였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예라고 하면 일상의 예의 작법에 그치지 않고, 관혼상제의 통과 의례는 물론 집, 지역사회, 학교, 조정 등 장(場)에서의 작법이나 절차도 포함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예에 어울리는 신체 행동을 규범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개인의 신체 행동을 초월해서 국가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의 총체 또한 예의 이름으로 불렸다. <주례>는 <의례> <예기>와 함께 ‘3례’의 하나이다. 이 고전적 예에서는 우주 질서에서 모방하여 관료제도나 문물 전장이 정연히 기술되어 있다. 중국은 이런 예의 유무에 의해서 문명국과 비문명국을 차별했기 때문에 이는 넓은 의미로는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예를 뒷받침하는 것은 질서에 대한 의지로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 장유의 질서, 친족과 타인의 구별이 신체 행동을 비롯해 복장이나 일용 기구 등을 통해서 표현되어야 했다. 예를 추진한 것은 물론 유가였다. 예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오상(五常)’에 들어 있다.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사람으로 갈 수 없다’고 했으니 예는 사람과 사람을 바르게 소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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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출판한 <독도 일기>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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