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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는 비영리 공공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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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는 비영리 공공시설이다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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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영화 문화 상상]

도서관에 가서는 무협소설이나 로맨스소설을 읽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관에 가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부수는 액션영화나 성적인 노출도 서슴지 않는 자극적인 에로영화를 찾는다. 도서관에 가면 점잖은 문화인이 되어 고급 지식이 담긴 책을 펼쳐놓지만 영화관에 가면 연신 입안에 팝콘을 집어넣으며 남녀배우의 섹스신에 환장하고 속물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건 도대체 무슨 문화적 괴리란 말인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도서관에 대해서는 비영리 공공시설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도서관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책을 진열해놓고 우연히 들른 방문자들을 향해 호객을 하며 책을 팔고 책을 빌려주는 시설이 아니다. 그런 시설에 대해서는 서점과 도서대여점이라는 말을 쓴다. 영화관은 어떤가? 대박을 쳐서 떼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영화들, 그런 영화들을 스크린에 영사하며 요란한 포스터에 팝콘과 콜라를 곁들이고 심야시간에까지 숱한 관객을 끌어들이는 영화관은 장사꾼들의 한때 돈벌이를 충족시키는 꽤 그럴 듯한 오락시설로 간주된다. 이렇듯 영화관은 영리추구의 사유시설로 인식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영화예술작품, 영화고전들을 아껴 보관하고 관람하는 공간인 영화자료관 시네마테크는 일반의 관심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공모 및 기본계획 수립연구의 일환으로 마련된 <품격 높은 문화인프라 구축 및 도시문화 조성방안> 연구보고서에는 미래의 세종시가 이른바 명품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안으로서 기본적인 문화 관련 시설의 구축에 대한 방향과 시안이 담겨있다.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에서 보고서의 제목을 입력하여 검색하면 원문을 읽어볼 수 있다. 세종시 건설 관련 문헌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지식포털은 유용한 자료제공처가 된다. 이 지면의 주요 독자인 세종시 주민께서도 필요에 따라 관심이 가는 정책자료를 살펴보시면 좋겠다.

이 보고서는 세종시의 예상거주민 문화수요 분석에 관한 부분을 상세히 밝히는 등 현재 건설 중인 문화시설 전반에 대해 최초의 구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자료중의 하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이주를 고려할 때 ‘문화환경이 중요하다’고 답변한 주민의 비율이 94.4%로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필요 문화시설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곁들여지는데, 상위 5항을 나열하면 1)중소규모 복합공연장(43.2%), 2)영화관(35.4), 3)대규모 공연장(31.8), 4)도서관(29.8), 5)박물관 등 전시시설(29.0)이 제시된다. 도서관과 박물관보다 공연장과 영화관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 예정이주민은 공공시설로서의 도서관보다 영리목적의 사유시설인 영화관을 더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이 보고서에 나타난 필요 문화시설 순위에 대한 해석은 단순히 시설 그 자체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필자는 새로이 건설되는 명품도시 세종시에서라면 공공영역 부문에서의 공연문화와 영화문화가 문화시설 건립의 뒷받침 속에서 훨씬 더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예정이주민의 희망으로 이해한다.

공공시설로서의 영화관은 어떤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세계명작영화전집이 갖추어진 영화필름자료실에서 세종시민들이 상세한 안내설명을 살펴보며 영화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은 영화작품을 골라보는 상상. 자녀에게 순수한 정서를 담고 교육적 의미가 큰 명품 애니메이션영화들을 골라주며 부모와 함께 관람하는 상상. 영화예술인들을 초청하여 영화 안팎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수용하도록 하는 감상법을 배우는 상상. 이 모든 것이 무료로 책을 빌려보는 도서관에서처럼 무료로 영화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영화관이 바로 시네마테크다. 시네마테크는 비영리공공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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