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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년 전 충경공 류형 장군의 길을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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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년 전 충경공 류형 장군의 길을 따르다
  • 유단희
  • 승인 2019.02.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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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희의 독도 일기] <3>경비대장 발탁

#. 무엇이 올바름인가? (7월 25일)
풍향 : 북동-동 | 풍속 : 7~11㎧ | 파고 : 1~1.5m | 천기 : 구름 많음

옛말에 평생을 시궁창 속에 뒹굴거나,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도, 말년이 깨끗하면 그 인생을 깨끗한 삶이라 높였다. 반면 일생을 이슬만 먹고 살았어도, 고결한 절조를 유지하며 살고 황금 보기를 돌같이 했다 해도, 말년의 한순간이 한 푼의 동전에, 서푼의 벼슬에, 새로운 이름을 탐하여 말년을 망치면 그 삶은 더러운 삶이라 낮추었다. 내 처신에 대하여 뒤돌아보고 생각해본다.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너무 더디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빠르다. 시간은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길다. 하지만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짧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한시바삐 임지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울릉 독도경비대장인 필자 유단희(경정, 우측 두 번째)와 3명의 독도 경비대장들(경감).

#. 울릉 경비대장 선발 통보 (7월 30일)
풍향 : 북-북동 | 풍속 7~11㎧ | 파고 : 0.5~1.5m | 천기 : 구름 많음

막상 선발 통지를 받고 보니 이제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집사람이 며칠 전부터 자꾸만, “엉뚱한 생각 마세요. 울릉도는 너무 멀고 연고도 없어서 절대 안 돼요”라며 걱정스러운 말로 나와 전화로 통화했던 얘기가 자꾸 귓전에 맴돈다. 나와 함께 독도를 지킬 4인의 독도 경비대장은 국가관이나 사명감이나 경력이 화려하다.

무엇보다 이승수 울릉 경비대장은 직급 상향조정으로 울릉 경비대장직에서 물러나고 독도 경비대장을 자원했다. 부인도 경찰 공무원으로 가족 모두가 충성 조직이다.

김병헌 경감은 독도에서 무려 3년 6개월간 근무하고 경감으로 특진한 경우인데 1년간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 의지가 대단하다.

나홍규 경감은 경찰대학 8기 졸업생인데 해외 평화유지군을 비롯하여 해외 분쟁지역을 누비고 다니던 사람이다. 맏아들이고 부인이 시부모를 잘 모시는 보기 드문 효부이다.

윤장수 경감은 독도 경비대장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경력자이고 승진 후보자인데, 승진과 동시에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지원했다고 한다. 든든한 리더라는 생각이 든다.

나로부터 14세조 충경공 류형 장군께서는 1602년 1월(선조 35년)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어 우리의 바다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셨다. 충경공께서도 28세에 출사하여 50세로 타계할 때까지 23년의 공직생활 중 출생하고 자란 서울에서 근무한 것은 불과 3년이 채 안 되신다.

대부분은 해남, 부산, 보령, 거제, 해미, 회령, 경성, 영변, 황주 등 주로 해안이나 최전선 국경에서 근무하셨다. 생의 마지막도 우리나라 최북단의 회령에서 무너진 성을 복구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시다 돌아가셨다.

400여 년이 지난 오늘 나는 독도와 울릉도의 해안 경계를 책임지는 경비대장에 발탁되었다. 이것이 우연일까?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모든 면에서 지극(至極)하셨던 것 같다. 바로 나의 조부님을 뵈면 그렇다. 당신이 윗대에 제사가 있으시면 3일 전에 제수를 미리 마련하시고 바깥출입을 안 하셨다. 그리고 제삿날에는 직접 제삿날을 맞으신 분의 산소에 다녀오신다.

만약에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우면 산소에서 집까지 빗자루로 쓸고 오신다. 어느 산소는 몇 킬로미터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그리 하셨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지금 너무 편하게ㅐ 조상님을 보내고 맞이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행동과 결과가 좌우되는 법이다. 나는 지금 올바로 보고 올바로 생각하며 올바르게 행동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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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단희 전 총경은 초대 울릉도・독도경비대장이다. 1957년 10월 세종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치원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청주 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서울 혜화경찰서 경무과장, 성남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성남수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생활관장을 지냈다.

<독도 일기>는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2012년 2월 22일 출간했다. 본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1~2012년의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가 2012년 출간한 <독도일기>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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