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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봄밭갈이 시작하니 조상님께 한 해 풍농 기원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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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봄밭갈이 시작하니 조상님께 한 해 풍농 기원하나이다
  • 정규호(연기장류박물관 기획실장)
  • 승인 2012.05.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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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의 민속문화 엿보기 l 청명(淸明) 한식(寒食) 이야기

한국의 촌락은 농경을 근간으로 생업을 영위하며, 삶을 개척해 왔다. 오늘날 다양한 수리관개의 발전과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기후에 의한 풍흉이 좌우되는 시절은 아니지만, 전통농경사회에서는 기후가 매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절기에 따라 다양한 세시풍속과 민간의례가 행해졌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한 해 살이를 매 절기마다 되돌아보고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바탕으로 힘찬 하루 하루을 살아가는 밑거름으로 삼아 봄이 어떨런지?

청명, 농사일 준비하는 시기로
농경세시·민간의례 결합된 날
한식, 4대 명절 중 하나
신라부터 제사 올리고 성묘 드려

4월 5일은 흔히 식목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24절기중 5번째에 해당되는 청명(淸明)과 4대명절중의 하나로 인식되었던 한식(寒食)날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청명은 춘분과 곡우사이의 절기로 음력으로는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일~6일 무렵에 든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도에 있을 때로, 일년 중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라는 하여 청명이라 한다.
청명이 되면 비로소 봄밭갈이를 한다. 천수답이나 물이 부족한 논에서는 봄철 논물가두기를 한다. 논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물이 부족한 모내기 때 요긴하게 쓰자는 것인데, 가두어 둔 물은 대부분 봄 가뭄에 마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부터 "청명한식날 논물은 비상보다 더 독하다"고 했다. 농가에서는 논물을 가두어 두면 지력이 소진되고, 논갈이에 지장이 있어 이를 기피해 왔다. 그러나 관(官)에서는 이를 모른 채 일방적으로 봄철 논물 가두기 강력 추진하는 바람에 논물가두기는 농민을 무시한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는 저수지의 확충, 농업 용수의 개발, 양수기의 보급 등으로 논물 가두기는 사라졌다.
이 때에 비로서 춘궁기에 접어드니, 아이들은 물이 오른 소나무가지를 꺽어서 즙을 먹거나, 삐삐, 또는 삘기라 부르는 띠(牙)의 어린 순이 돋는데 군것질거리가 없던 농가의 아이들이 다투어 뽑아 먹기도 했다. 이는 봄철 절대 부족한 비타민을 섭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풋나물과 산채를 먹는 풍속이 있었다.
또한 한식날은 동지 날로부터 105일째 드는 날로 청명절(淸明節) 다음날이거나 같은 날에 드는데, 전통적으로 4대 명절중의 하나로 여겨 왔다. 한식은 원래 한국의 풍습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절기였으나 한국에 토착화되었다. 지역적으로는 한반도 북쪽지역이 남쪽지역에 비해 한식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식의 유래는 중국 옛 풍속에 "이날은 풍우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에서 왔다"는 〈개자추전설 介子推傳說〉이전해진다.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公子) 중이(重耳)가 망명·유랑하다가 진나라 문공(文公)이 되어 전날의 충신들을 포상했다. 이때 과거 문공이 굶주렸을 때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서 바쳤던 충신 개자추가 이 포상자들 중에 들지 못하자 개자추는 부끄럽게 여기고 산중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문공이 뒤에 잘못을 뉘우치고 그를 찾았으나 산중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불을 놓으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불을 질렀다. 그러나 끝내 나오지 않고 홀어머니와 함께 서로 껴안고 버드나무 밑에서 불에 타 죽었다. 이에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날은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예로부터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쳤으며, 신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조상께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드린 중요한 날이다. 원래 성묘는 춘하추동 계절마다 하는데, 여름철에는 단옷날에, 가을철에는 추석날에, 겨울철에는 음력 10월 초하룻날에 그리고 봄철에는 이 한식날에 성묘를 하였는데, 자손들이 저마다 조상의 산소를 찾아 높고 큰 은덕을 추모하며 제사 지낸다.
조상묘 앞에 과(果-과실), 적(炙-구운 고기), 병(餠-떡)을 차려 놓고 한식차례를 지낸다. 조상 묘의 풀을 베는 사초를 하거나 새잔디를 다시 입히기도 하는데 이를 개사초라 하였다. 또한 이 때를 귀신없는 날이라 하여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하는 경우도 성행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속담에 ‘정성이 있으면 한식에도 새배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정성만 있다면 아무리 때가 늦더라도 하려던 일을 이룬다는 조상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 있는 뜻이다.
청명은 비로소 농사일을 준비하는 시기로서, 조상숭배를 정신문화의 근간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이 풍농을 위해 조상을 섬기면서 한 해를 시작하는 농경세시와 민간의례가 결합되어 있는 날로서 조상들의 정신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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