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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일터 내줬더니 일감마저 외지인이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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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일터 내줬더니 일감마저 외지인이 독식”
  • 홍석하
  • 승인 2012.05.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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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원주민의 ‘눈물’ ㅣ 덤프기사 최창성(가명)씨 인터뷰

중장비 브로커들 현장 일감 싹쓸이
중개비 요구에 출혈경쟁 부추겨
그나마도 일 없어 노는 날이 태반

최창성(44·가명)씨는 행정도시건설이 추진되기 전에는 연기군 남면에서 부인과 식당을 운영했다. 큰 식당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단골손님이 제법 있어서 아이들 교육하고 저축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행정수도 들어선다며 식당과 집, 논과 밭을 다 내줬다.
최씨는 2008년부터 행정도시건설청의 원주민 취업프로그램인 직업전환교육을 받고 덤프기사로 일하고 있다. 보상금으로 덤프트럭을 사고 집도 조치원에 전세로 얻었다. 최씨가 덤프 일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일거리가 많았다. 건설청에서 직업전환교육을 받은 원주민과 건설업체와 연결을 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씨는 지난해부터 일거리가 줄어들더니 올해 들어서는 아예 노는 날이 더 늘었다. 20일 기자가 최 씨의 차고지를 찾았을 때 차량 30여대가 주차돼 있었다. 일감이 없어서 노는 덤프기사가 최씨 외에도 수십 명이나 됐다.
일감이 줄어든 까닭은 최근 건설현장이 토목공사도 줄어들어든 탓도 있지만 건설업체가 협력업체를 앞세워 중장비와 덤프트럭을 갖고 내려와 원주민 덤프기사에게 돌아갈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장비 브로커들이 개입해 덤프 이용요금(일대)을 싸게 후려치는 바람에 적은 일감도 찾아먹기 힘든 상황이다.
기자를 만난 최씨는 담배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지난 설 이후 지금까지 일이 없다. 내일이면 충북 청원으로 일을 나가지만 거리도 멀고 또 얼마나 일을 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현재 세종시건설지역은 모두 200여대의 덤프트럭이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80여대가 원주민 차량이다.
원주민들은 평균나이 40대 후반의 기사들로서 15톤이나 25톤의 덤프를 운행하는데, 대부분 대출을 받아 장비를 구입해 매달 300만원이 넘는 할부금을 갚아가고 있다. 일을 할 때는 한 달 평균 유류비만해도 400-500만원에 이른다. 최씨는 지난해부터는 기름 값마저 부쩍 올라 죽을 맛이란다.
최씨는 그래도 보상금으로 덤프트럭을 구입했기 때문에 할부금 걱정은 안한다고 말했다.
보통 15톤 덤프차량 하루 일대가 35만원, 25톤이 52만원 선인데 속칭 ‘탕띠기’와 운행횟수 할당으로 과속과 난폭운전을 해야 겨우 식구들 생활비를 번다.
일감이 없어 할부가 몇 개월 밀려 덤프를 접으려고 해도 막상 다른 일을 엄두도 낼 수 없다. 아직은 세종시건설이 초기 단계가 첫마을 아파트 단지 외에는 입주가 된 곳이 없어 취업자리도 없는 형편이다.
최씨와 동료 조합원들이 건설업체에 일감을 요청해도 도무지 들어갈 수 가 없다. 중장비 브로커가 건설업체와 단단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는 덤프가 1회 운행에 3000-4000원씩을 받아 확보된 자금으로 협력업체에 로비를 해 일감을 잡고 있다.
또 건설업체와 협력업체는 브로커를 통하면 현장관리 명목으로 차량마다 하루 1만원씩을 받아간다. 게다가 원주민 조합간의 출혈경쟁을 부추겨 무조건 가격이 싼 장비를 선택하기 때문에 기름 값이 인상되는데도 중장비 일대는 계속해서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건설현장은 건설업체와 브로커 사이에 구축된 밀착관계로 원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사법당국은 이를 알고도 잡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물증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최씨는 말한다. 정부청사 건물이 올라갈수록 조상대대로 내려온 터전을 내준 원주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고…….
"우리 원주민들은 처음에는 세종시건설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현장질서를 위해 안전운전교육도 받으면서 어떤 현장을 가더라도 꾀 안 부리고 마무리까지 잘했다.
하지만 브로커와 건설업체의 유착으로 자부심은 산산조각 났다. 희망이 안 보인다."
최씨는 현정부가 세종시건설에 관심이 적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시건설로 생겨난 원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더 이상 ‘원주민 우선’이라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생계를 이어나갈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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