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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자기 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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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자기 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11.09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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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다시 보는 윤동주음악회] <4>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자화상(自畵像)’은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인 1939년 9월 쓴 시입니다.

시인의 자기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이 우물에 비친 달과 구름, 하늘과 바람 등을 배경으로 잘 표현돼 있습니다.

우물 속에 비친 자연과 추억처럼 서 있는 사나이의 부조화가 미움, 가엾음, 그리움의 감정 변화로 나타납니다. 자기연민과 자기반성이 교차하는 시인의 복잡한 영혼 상태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윤동주 시 깊이 읽기>(소명출판, 2009년)의 저자인 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이 무렵의 윤동주는 자기 응시 또는 자기 확인의 방법을 가능한 회피하면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3단계 시작 기간이 거의 4년에 이를 정도로 길었던 만큼, 시인의 시선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진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연전 2학년 때 쓴 ‘자화상’이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의 시선은 자신에게로 향해 있으면서도 그 시선이 시대 인식의 통로로까지 기능하지는 않은 채, 자기 탐색 차원에 멈추어져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다가서면서도 시대 인식에 성큼 뛰어들기를 힘써 경계했던 셈입니다.

무대에는 앞서 윤동주로 분해 ‘서시’를 부른 바리톤 양진원이 우물에 비친 한 사나이처럼 서 있습니다. <영상으로 다시 보는 윤동주음악회 – 2편 참고> 소프라노 심민정이 사나이를 보며 절절한 목소리로 자기연민을 표현합니다.

심민정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리트와 오라토리오 석사과정을 최우수 졸업했으며, 최고 졸업생에게 수여되는 총장상을 받았습니다.

제44회 이태리 세기치(SEGHIZZI) 국제 콩쿨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적인 지휘자 마틴 지크하르트(Martin Sieghart)와 말러 4번 교향곡을 연주, 실황연주가 CD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연을 비롯해 유럽에서만 200회 이상 연주 활동을 했습니다.


― 일시 : 2018년 10월 11일 오후 7시
― 장소 : 정부세종청사 대강당
― 주최·주관 : 세종포스트,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기획·제작 : 이충건
― 총예술감독 : 유태희
― 지휘 : 백정현
― 출연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심민정, 바리톤 양진원
― 작곡 : 일지
― 편곡 : 김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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