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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 암흑기, 스무살 청년 윤동주가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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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 암흑기, 스무살 청년 윤동주가 쓴 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9.13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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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민 아카데미 5회차 마지막 강연, 뮤지션 지노 박 '서시' 즉흥 연주
책 <윤동주 시 깊이 읽기>의 저자 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교수가 13일 민족시인 윤동주 시민아카데미 5회차 강의를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일제 강점 암흑기, 스무 살을 맞은 청년 윤동주는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민족시인 윤동주 시민 아카데미 5회차 강의가 13일 오전 10시 세종포스트빌딩 5층에서 열렸다. 마지막 강의는 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교수의 강연과 세계적 뮤지션 지노 박(ZINO PARK)의 무대로 꾸며졌다.

권 전 교수는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경대 교수를 거쳐 서울시립대 교수로 25년간 재직했으며 저서로는 <윤동주 시 깊이 읽기>, <개화기 시가 연구>, <시의 정신과 기법>, <한국 근대시의 출발과 지향>, <서울의 詩, 서울의 詩人들>, <서울을 詩로 읽다> 등이 있다.

지노 박은 1979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해온 세계적 뮤지션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주최한 자선음악회 단독 초청 공연을 하기도 했다. 중국 북경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무대도 올랐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올해로 8년째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윤수일밴드, 사랑과 평화 등에서 활동했다. 이장희, 김현식, 이문세 등과 협연하고, 재즈, 팝, 클래식 등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성년 앞둔 청년 윤동주의 시

윤동주 시민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시 낭송을 감상하고 있다.

세종시를 처음 방문한 권 전 교수는 강의에 앞서 “101년 전 돌아가신 윤동주 시인이 올해 세종시와 특별한 인연을 갖게 됐다”며 “생전 나라와 고향 고향을 그리워하던 윤동주 시인을 세종시에서 돌보고 맞이한 것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명예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12월 태어나 1945년 2월 작고했다. 윤 시인이 죽음을 맞이한 해는 대한민국이 독립의 기쁨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권 전 교수는 “1945년은 일제가 항복하면서 한국이 식민지를 벗어나게 된 뜻깊은 해”라며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광복을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떴고, 변한 세상을 끝내 보지 못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윤동주 시인을 제대로, 따뜻하게 품은 곳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권 전 교수는 “윤동주 시인은 만주 용정, 그리고 선대 가족들이 거주했던 함경북도에 연고가 있는데, 실제 고향은 북쪽이어서 남한에서는 윤 시인을 따뜻하게 품은 곳이 없었다”며 “세종시에서 윤동주 시인을 보듬겠다고 나선 일에 대해 문학계는 경탄과 감사를 금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은 가족들이 이주한 만주 용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후손들은 그를 민족 시인으로 칭하고 있지만, 실제 청년 윤동주는 죽을 때까지 의지할 나라 없이 스물여덟 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심경은 1936년 1월 6일 쓴 ‘고향집’이라는 시에서도 잘 드러난다.

헌 짚신짝 끄을고/나 여기 왜 왔노/두만강을 건너서/쓸쓸한 이 땅에/남쪽 하늘 저 밑엔/따뜻한 내 고향/내 어머니 계신 곳/그리운 고향 집 (시 <고향집> 전문)

1941년 2월 7일 쓴 작품 ‘무서운 시간’에서는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나를 부르는 것이오’라는 구절도 나온다.

권 전 교수는 “초기시 작품 '고향집'은 윤동주 시인의 뿌리가 되는 의식이 담긴 작품”이라며 “다른 시의 구절들을 봐도, 의지할 나라가 없었던 심정, 머리 둘 곳 없는 식민지 백성으로서 느끼는 괴로움 등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습작기 시에서 보이는 문제적 관점

윤동주 아카데미 강의에 참여한 시민들이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고 있다.

권 전 교수는 2009년 책 <윤동주 시 깊이 읽기>에서 윤동주 시인이 1935년 9월부터 1936년 7월 말까지 총 11개월 동안 쓴 습작기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당시 윤 시인은 이주지였던 간도 용정에서 평양 숭실중학교로 편입했다가 다시 용정으로 돌아간 때였다. 만 18세를 전후한 나이로 막 성년기를 맞던 시기다.

권 전 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습작기 시절 작품들은 미숙하긴 했어도 결코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없는 문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며 “잘 다듬어진 1940년 이후의 시들의 근원을 간직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시 <이런 날>은 1936년 6월 10일 쓰여진 작품이다. 1936년은 청년 윤동주가 스무살이 된 해이기도 하다. 작품에서는 모순된 삶의 실상이 그려진다. 학교 행사날에는 일제의 깃발, 만주국의 깃발이 함께 휘날리고 그 아래에서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이좋은 정문의 두 돌기둥 끝에서/오색기와 태양기가 춤을 추는 날,/금을 그은 지역의 아이들이 즐거워하다/아이들에게 하로의 건조한 학과로/해말간 권태가 깃들고/모순 두자를 이해치 못하도록/머리가 단순하였구나/이런 날에는/잃어 버린 완고하던 형을/부르고 싶다. (시<이런 날> 전문)

이후 성숙기 시 작품인 자화상, 무서운 시간, 십자가, 별 헤는 밤, 서시, 참회록, 쉽게 쓰여진 시 등을 수강생들이 차례대로 낭송하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일제의 만행에 대한 무력감, 독립을 향한 뜨거운 의지 모두 시를 통해 나타난다”며 “시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쓸쓸하게 떠난 시인의 정신을 섬기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뮤지션 지노 박(ZINO PARK) 미니 콘서트 현장. 피날레 곡으로는 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에 즉흥 연주를 더해 노래했다.

강연 후에는 세계적인 뮤지션 지노 박(ZINO PARK)의 무대가 이어졌다. 연주와 노래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대중가요 곡을 선보였다.

특히 피날레 곡으로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즉흥적으로 곡을 붙여 노래해 관객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지노 박은 “윤동주 시인과 같은 먼저 나아가 걸어가 준 분들 덕분에 음악으로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윤동주 시인이 남긴 시와 정신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월 11일 오후 7시에는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음악회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가 개최된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동시에 새로 곡을 붙여 오케스트라와 성악, 현대무용, 연극이 융합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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