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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공간이 문화콘텐츠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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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공간이 문화콘텐츠를 만났을 때
  • 이규식
  • 승인 2018.09.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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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의 ‘문화의 눈으로 보다’] <6>도심의 허파, 문화의 요람
프랑스 디종 다르시 공원의 야외음악회.

#.도시와 녹지

무슨 사연인지 도심 한복판 낙후된 상가건물에 나붙은 공원 조성 반대 플래카드가 애잔하다. 재개발 예정지인데 행정당국 또는 시행자 측과 보상비용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 중일 수도 있고 땅 소유주가 이런저런 이유로 부지 전용을 원치 않는 까닭일지도 모른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행인들은 그저 힐끗 눈길을 주며 또 ‘알박기를 하는군’ 하며 심드렁할 수 있겠다.

그런데 플래카드가 걸린 건물은 그야말로 도심 한복판이다. 그곳에 공원을 조성한다면 삭막한 번화가 중심지에 녹지공간과 나무, 숲, 꽃과 벤치 등이 생길 테고, 휴식과 담소의 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쌍방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프랑스 파리 보쥬광장.

어느 곳이건 매일반이지만 특히 도시 번잡한 지역에 조성되는 녹지는 매연과 일상의 번잡함에 찌든 시민들에게 활력을 준다. 녹지, 공원은 아무리 많이 개발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땅값이 금싸라기 같은 상업지구 번화가에 자리 잡은 공원녹지는 가뭄에 단비처럼 인근 근무자나 행인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에서도 이즈음 공원 조성 문제에 관련하여 공청회 등 여론 수렴 단계에 접어든다니 모쪼록 최대한의 부지를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모범 초록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충분한 녹지확보가 한몫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한결같이 미흡했던 녹지공간 확보, 미래를 내다보는 도로조성 미비로 인한 숱한 부작용을 세종시는 답습하지 않았으면 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녹지공간.

#.녹지는 유익하다

도시 기반 조성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헐값에 사들인 땅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데만 급급하여 불과 얼마 뒤를 내다보지 못한 우리나라 신도시 조성역사를 뒤돌아보자. 좁은 도로망, 온통 아파트 숲의 삭막함을 상쇄할 녹지확보에 인색하여 획일적이고 그만그만한 회색 빌딩 숲으로 채워진 우리나라 신도시의 숱한 전철을 세종시는 답습하지 않기 바란다.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나무 그늘 벤치나 잔디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퇴근 후, 또는 주말에 가족 산책을 나설만한 공원과 정원을 만드는 것은 도시 행정, 특히 특별자치시 행정서비스의 기본이다. 이미 어느 정도 진척이 이루어진 세종시의 경우 통계상으로는 얼마 마한 녹지, 공원면적에 이런저런 시설을 갖추었다고 자랑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민들 또는 방문객들이 감각으로 느끼는 쾌적 지수, 체감온도는 행정 통계상의 데이터와는 다르다.

뉴욕 센트럴 파크, 동경 우에노 공원, 파리 뱅센과 불로뉴 숲 같은 도심 속 거대녹지가 더없이 소중한 것은 도시가 뿜어내는 오염과 번잡함을 여과하는 ‘도시의 허파’, 빡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탈출구’라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도심의 온갖 불순물을 걸러내는 허파가 크고 깨끗할수록 그 도시는 건강하고 거기 사는 시민들은 행복해진다.

프랑스 니스 마티스 미술관 앞 공원.

#하드웨어 녹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러면서도 이제 단순한 녹지공간 조성에 만족하지 않는다.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 하드웨어를 움직이고 부가가치를 올려줄 문화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지기를 바란다.

힘들게 마련해 놓은 푸르른 녹지공간과 공원, 정원,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숲의 효용성을 더 만끽할 문화콘텐츠가 갖추어져야 한다.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몇 가지 운동기구를 설치해 놓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문화의 향기를 향유하고 예술 공연을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할 때 문화도시는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파리 불로뉴 숲 서울공원.

노천 무대, 잔디가 객석이면 어떻겠는가. 연주자와 관중이 호흡을 맞추는 가운데 최대한 소음을 억제하려는 통행인들의 시민의식만 갖추어진다면 얼마든지 멋진 콘서트가 펼쳐질 수 있다. 우리 머리에 각인된 것처럼 연주회란 화려한 실내공연장에 연주복을 차려입고 자못 엄숙한 분위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녹지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다.

고액의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경건주의를 벗어날 때 문화와 예술은 놀이가 되고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런 분위기는 잔디와 나무, 꽃과 풀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래지향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 곳곳에 다양한 녹지공간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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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규식은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남대 명예교수다. 대전시 문화예술진흥위원, 대전시 도시디자인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장,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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