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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역사가 살아있는 연기향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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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역사가 살아있는 연기향토박물관
  • 유태희
  • 승인 2018.09.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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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문화 인물] 임영수 관장 겸 우리전통놀이연구소장
연기향토박물관은 세종시에서 출토된 선사·삼국·고려·조선 시대의 유물과 일제강점기, 근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불상, 무기, 오층석탑, 토기 청자 등 1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연기향토박물관은 한창 보수공사 중이었다. 장맛비로 박물관 부속 건물인 ‘놀이문화장’ 뒤편 축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임영수 관장은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임 관장의 모습과 영국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오버랩됐다.

‘피터 래빗’의 이야기 작가이자 그림을 그린 화가인 비아트릭스 포터, 그는 죽으면서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기부했다. 이 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자원과 문화자산을 확보해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일을 한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겸 우리전통놀이연구소장

― 언제부터 박물관을 했나. 박물관의 역사에 대해 말씀해달라.

“박물관을 등록하고 허가받은 지 22년이 되었으니까 제 기억이 맞는다면 1995년도에 개관했다. 내가 영 숫자에 밝질 않다.”

― 관장의 삶의 궤적과 박물관은 별로 관련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박물관을 하게 되었나.

“원래는 동양화가였고 조치원문화원에서 사무국장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명직 군수가 취임해오더니 문화원을 폐쇄해버렸다. 애들하고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참 답답했다. 그래서 충남도에 문의를 해보니 박물관폐쇄의 권한이 군수에게는 없다는 거다. 그래서 사정 사정해서 한쪽 귀퉁이에 책상을 갖다 놓고 다시 출근했다.

할 일도 없고 우두커니 있는 것도 잠깐이지 오랫동안 할 수가 없더라. 하는 수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전에 잠시 얼굴을 내밀고는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분 집에 막걸리를 몇 병 사 들고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무엇을 태우려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살펴봤더니 아, 글쎄 옛 고서적이며 서간문서부터 고물(古物)들이었다. ‘태우지 마시고 나에게 주면 잘 보관하겠다’고 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다니면서 얻기도 하고 돈을 주고 매입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참,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연기향토박물관 전시실 내부
연기향토박물관 전시실 내부

― 일화 하나만 소개해 달라.

“하루는 야외 스케치를 하려고 버스를 타고 가다 잘못 내렸다. 그냥 여기서 그리자 생각하고 화구를 펼쳤는데, 땅에 켜켜이 쌓여 있는 사기 조각 같은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분청사기였다. 연기군청에 정식 신고를 했더니 이런 깨진 걸 어디에 쓰느냐고 하더라. 그 동네가 전동면 송성리라고 ‘점고개’라고 부르는 곳이다.

아무리 지방, 농촌 마을이라고 해도 엄연히 역사가 있는 법인데 이건 아니다 싶어 문화원장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다행히 ‘연구해 보라’며 권유하고 격려해뒀다. 그러다가 이기봉 문화원장이 분청사기 가마터 공개 전시회를 열어줬는데 형사들이 나를 붙잡으러 왔다. 누가 도굴꾼으로 신고를 한 거다. 오해는 풀렸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연기향토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소개를 부탁한다.

“세종시에서 출토된 선사·삼국·고려·조선 시대의 유물과 일제강점기, 근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불상, 무기, 오층석탑, 토기 청자 등 수없이 많은 유물이 가득하다.”

― 소장 유물이 몇 점이나 되나.

“총 1300점 정도다. 산사유물이 40점, 토기 200점, 불상 30점, 기와 50점, 청자와 분청, 백자 등 도자기가 500점이다. 민속자료가 300점이고 기타 200점이다.”

연기향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불상

― 연기향토박물관에 유물이 많은 까닭이 있나.

“세종시를 금강이 휘감고 있지 않은가. 문명이 일찍 형성됐고, 그렇다 보니 선사시대부터 시대별로 유적지가 유달리 많다.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산 흔적이 많이 발견됐다. 백제는 웅진성을 방어할 목적으로 연기군 전역에 성을 쌓았다.

고려 시대에는 몽고 반란군을 쳐부순 연기대첩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왜병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보니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 분청사기 가마터가 여러 곳 있었는데, 궁궐에 납품하는 수준 높은 도자기 생산지였다. 출토 유물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 부속기관으로 전통놀이연구소가 있고, 관장이 우리전통놀이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던데…

“제3전시실에는 전통놀이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전통놀이연구소 강주현 선생의 설명을 빌리자면 우리 교과서에 수록된 204개의 놀이 중 90%가 일제에 의해 강제 보급됐다고 한다. 놀이에 치욕적인 역사가 숨어있는 셈 아닌가.

우리전통놀이연구소는 우리 전통놀이를 연구하고 보급하고 자리 잡도록 하는 노력을 한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민간자격증으로 ‘전통놀이 전문강사’를 배출하고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700명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연기향토박물관 전시실 내부
전통놀이체험교육장

― 박물관 관장으로서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박물관을 방문해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교과서에 실린 대다수의 일본 놀이를 우리 것으로 바꾸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진실이다. 역사 왜곡도 이런 틀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아서 우리의 놀이문화를 알려주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알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손 흔들며 친절히 배웅하는 임영수 관장을 뒤로 한 채 혼잣말을 주절거렸다. ‘곧은 이 임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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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양대길 34-4
문의 : ☎(044)862-7449
요금 : (개인) 성인 3000원 | 학생 2000원 (단체, 20인 이상) 성인 2500원 | 학생 1500원
시간 :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휴일 : 설날, 추석
주차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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