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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락날락하는 우리 고양이,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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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락날락하는 우리 고양이, WHY?
  • 장주원
  • 승인 2018.08.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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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영·장주원의 반려동물 건강]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환

2017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600만에 달한다.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본보는 반려동물 건강칼럼을 연재한다. 필자 장주원 고운동물병원장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대치동 펫프렌즈 동물의료센터 진료수의사, 대치동 래이 동물의료센터 진료팀장, 송파 두리 동물병원 진료 수의사, 24시 대전 동물의료센터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세종 고운동물병원 원장 장주원

‘고양이가 화장실(고양이 모래)에 가서 들어보지 못한 울음소리를 내요.’ ‘자주 모래에 가서 소변을 보는 것 같은데 찔끔찔끔 싸고 시원히 보지 못해요.’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요새 들어 다른 곳에 배뇨 실수를 해요.’

고양이 보호자들이 종종 걱정하는 이야기다. 모두 배뇨 곤란을 동반한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환(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 FLUTD) 증상들이다.

고양이의 비뇨기계통질환을 ‘하부요로계 질환’이라고 부른다. 동물병원을 찾는 고양이 중 4~10% 정도가 하부요로계 질환을 앓고 있다.

비뇨기계 중 하부에 속하는 방광과 요도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양이에게서 자주 발생하지만, 간단한 질병이 아니며 원인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재발도 흔하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이 질환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숙지해 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 시에는 올바른 처치를 통해 고양이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배뇨를 잘 가리던 고양이가 침대나 바닥 등 아무 곳에서나 소변을 보는 행동을 하거나, 예민해지고 공격성을 보이는 등의 행동 변화가 관찰되면 하부요로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하부요로계 질환은 주로 배뇨 곤란, 배뇨 시 통증, 빈뇨(조금씩 자주 배뇨), 핍뇨(소량씩 배뇨), 혈뇨(혈액성 소변)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병과 연관하여 보이는 증상이 있는데, 그루밍(grooming, 털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행동) 횟수가 많아지고 특히 생식기 주변에 집중된다. 배뇨를 잘 가리던 아이가 침대나 바닥 등 아무 곳에서나 소변을 보는 행동을 하거나, 예민해지고 공격성을 보이는 등의 행동 변화가 관찰되기도 한다. 고양이가 이런 초기증상을 보이면 즉시 동물병원에서 하부요로계 이상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보호자가 먼저 질병을 의심하여 내원하게 되면, 이후 동물병원에서는 소변검사, 방사선, 초음파 검진 및 혈액검사 등 진단검사를 한다. 증상의 원인 중 결석이나 종양, 세균감염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검진을 모두 진행하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뚜렷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통 ‘특발성 방광염’으로 진단 된다.

특발성 방광염, 즉 원인불명의 방광염은 하부요로계 질환 중 60~70%를 차지하며, 경험상으로는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특발성 방광염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고양이 방광 벽을 보호하는 단백 물질의 파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스트레스의 영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에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이사, 보호자 변경, 새 식구, 새 가구 배치 등 환경의 변화, 모래나 재질 등 화장실의 변화, 음식의 변화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 질환을 앓는 고양이는 경우에 따라 매우 사소한 변화에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니 보호자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암컷보다는 수컷에서 빈발한다. 비만한 고양이, 움직임의 범위가 적고 실내 생활하는 고양이에서도 많이 발생하며, 습식사료나 생식을 하는 경우보다 건 사료를 섭취하는 경우 발생률이 높다. 언급한 이러한 원인은 국내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환경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자유로운 외출이 어렵고, 넓은 공간에서 키울 수 없으며, 주변 소음 등이 없는 환경에서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병이 자주 발생하며, 재발 또한 흔한 것이 국내 여건이라고 생각하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기 검진을 통해 제대로 된 관리를 받는다면 치료가 어려운 질병은 아니다. 이 질병의 치료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소변을 볼 수 있는 상황(비폐쇄성)인지, 요도가 완전히 막혀 있는지(폐쇄성)를 확인하는 것이다.

요도의 개통이 되어있고 적은 양이지만 배뇨가 이루어진다면 방광염에 준 한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배뇨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배뇨가 불가한 경우 일시적으로 요도를 막고 있는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수 시간 또는 1~2일 안에 다시 발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변줄(배뇨 카테터)을 장착하고 며칠간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주로 선택한다.

하부요로계 질환이 자주 재발하여 입원하는 횟수가 많고 매번 치료가 오래 걸리는 환자라면 수술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환의 치료는 질병의 원인과 심각한 정도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특정 치료 방법이 정답일 수 없으며, 수의사와 상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행성 감염 또는 신후성 신부전으로까지 진행될 위험이 있고, 고양이의 사망 원인 중 2위가 신장 질환임을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에게서 비뇨기계 질환을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재발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 질병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2가지는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 그리고 최대한 물 마시는 양을 늘리는 것이다. 습식사료를 적당히 먹거나 비교적 물을 많이 마시는 고양이는 적절한 배뇨 횟수와 배뇨량을 유지할 수 있어 방광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묘(多猫)를 기르는 가정에서는 마리마다 리터 박스를 각각 두는 것이 도움이 되며, 선호하는 물그릇을 찾거나 신선한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유달리 스트레스에 취약한 동물이기에 환경도 접근방식도 개와는 달라야 한다. 인내심과 배려심도 요구된다. 고양이 친화병원으로서 환경을 갖추고 그들의 예민함과 신중함에 나의 속도를 맞추어 나가는 것이 그 노력의 하나이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태에서 처음 만났지만, 치료 후 편안한 눈빛과 몸짓을 던져주고 가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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