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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이고 원초적인 것'에 대한 현대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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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이고 원초적인 것'에 대한 현대적 해석
  • 유태희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8.06.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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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작가] 서양화가 이양선
‘평화Ⅲ’ 이양선, 캔버스에 아크릴, 53×45㎝, 2018년.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다가 그것을 얻으면 만족해한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금세 사라지고 또 다른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게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의도가 바로 ‘나’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이 과정의 첫 바퀴가 만족과 충만이다. 그림도 그렇다. 그림은 서로 다른 세계의 충돌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유태희 문화전문기자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화가 이양선은 오방색(五方色)을 주로 사용한다. 초기 인류도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하지만 건축, 회화, 장식, 조각, 직조, 도자기 등 모든 예술적 형태에 매혹적인 색채를 더하지는 못했다.

추상적인 장식조차도 신, 삶과 죽음, 비, 수확, 전쟁의 승리 등과 관련된 의미를 갖고 있다. 분명하고 주목할 만한 것은 고대인이 사용한 팔레트는 단순하며 직접적이고, 고대세계 어디에서건 색상의 선택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즉 빨강, 황금색, 노랑, 녹색, 파랑, 자주, 흰색, 검정 같은 것이다. 오방색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윈(1809-1882)은 그의 저서 <인류의 유래>에서 모든 인종이 그들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피부색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겨 왔다고 기술했다.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을 홍인종의 일원으로 여겼기 때문에 빨간색을, 아시아인은 노란색을, 북방계는 흰색으로, 흑인은 검은색으로 묘사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 회교도는 흰색, 마기교도는 빨간색, 기독교도는 파란색, 유대교도는 노란색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원시적이건 아니건 모든 종교는 그들의 신을 찬란한 색채와 결부시켜 생각해 왔다. 이집트에서 태양신 라(Ra)와 오시리스(Osiris)는 황금색, 노란색 혹은 붉은색이었고, 고대 그리스에서 노란색이나 황금색은 아테나 여신을 가리켰다. 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이었다.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음양오행 사상에 근거한 색채 문화를 지녀왔다. 우리나라의 전통 색채는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요소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음양오행 사상을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의 표현 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인의 색채관은 이익의 <성호사설>과 중국 <고공기(考工記)>의 오행에 따른 색상과 중간색의 생성을 해석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오행에는 오색, 방위(方位), 절계(節季)가 따르고 색과 방위와 절계는 오행에 맞추어 생각했다. 중앙(中央)과 사방(四方)을 기본으로 삼아 오방이 설정되고 거기에서 팔방과 십육방이 생성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색상 또한 방위에 따라 오색을 배정하고 오행의 상관관계에서 중간색이 나오며 중간색에서 무한한 색조가 생성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6월’ 이양선, 캔버스에 아크릴, 53×65㎝, 2018년.
‘숲’ 이양선, 캔버스에 아크릴, 38×45.5㎝, 2018년.

서양화가인 이양선의 작품세계도 이 같은 한국적인 미감의 표출에서 출발한다. 오방색으로 대변되는 한국적인 전통 색상들이 작가의 작품들에서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와 서양화의 재료들을 혼용하면서 여러 표현기법을 실험해왔다.

그러면서도 자연 사물들을 빌어 그 원초적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와 오방색에 대한 찬미에서 그의 미학관을 찾을 수 있다.

미학(美學), 즉 미(美)나 예술에 관한 이론적 반성 또는 사색은 멀리 고대 희랍에 그 기원을 두고 있지만 하나의 학문으로서 ‘미학’이라는 명칭은 18세기 독일의 알렉산더 고틀리프 바움가르텐(Alexander Gottlieb Baumgarten)의 저서 <미학>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미학(Aesthetics)을 어원적 의의에 따라 ‘감성적 인식 학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예술을 논리학에 종속되는 철학 과목인 미학의 대상으로 삼았다. 예술을 정초(定礎)하는 철학으로 미학을 범주화함으로써 미학을 철학과 화해시킨 것이다.

술처(J.G Sulzer)에 의하면 바움가르텐의 위대성은 ‘감성적으로 완전한 것’으로서의 ‘미의 학설’에 있다. 슈나이더(E. Schneider)도 예술을 감성적인 완전성의 표현으로 정의했다. 바로 여기에 작가 이양선의 한국적 미감표출에 대한 방점(傍點)이 있다.

서양화가 이양선

미학은 ‘아름다움’을 성립시키는 주관적 원리라는데 동의하며 오방색을 통하여 한국적 미학을 완성하려는 작가 이양선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양선은 지난해 11월 세종특별자치시와 세종시문화재단의 지역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여덟 번째 개인전 ‘세종의 꿈을 그리다’를 개최한 바 있다. 세종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작품화하여 호평을 받은 전시다.

또 이의 후속 작업으로 아홉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내년 9월 중순 서울에서 1차, 10월 초 세종시에서 2차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도시 세종시의 역사적 명소와 상징물들을 추가 발굴하여 ‘도시의 숨결’을 작품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색과 미의식을 탐구하여 현대회화의 맥을 이어나가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는 서양화가 이양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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