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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아버지의 나라 아테네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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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아버지의 나라 아테네에 도착하다
  • 박한표
  • 승인 2018.06.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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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6-4>악녀 메데이아의 계략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테세우스는 악당 6명을 차례로 물리치고 드디어 아테네에 도착했다. 그는 곧장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왕궁으로 향했다.

처음에 아이게우스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아르고호의 영웅 이아손의 전처였던 악녀 메데이아가 있었다. 여기서 아이게우스가 메데이아와 재혼하게 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간다.

아이게우스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방문하고 트로이젠을 거처 아테네로 돌아오다가 코린토스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그때 메데이아는 코린토스에 망명객으로 머물러 있었다.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두 아들을 죽이고 아테네로 도망쳤다.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로부터 약속을 하나 받아낸 터였다. 아이게우스가 아테네에 피난처를 미리 마련해두고 아내로 삼기로 한 것.

아이게우스는 약속을 지켰다. 메데이아도 얼마 후 아이게우스에게 메도스라는 아들을 낳아 주었다.

‘마라톤의 황소를 길들이는 테세우스’ 샤를 반루, 캔버스에 유채, 66㎝×147.3㎝, 1730년경,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미국).

메데이아는 테세우스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테세우스의 정체가 밝혀지면 아들 메도스의 왕위 계승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에게 속삭였다. “이 사나이는 음모를 꾀하여 아테네의 왕위를 빼앗으려는 것이 분명해요.” 메데이아의 꼬드김에 넘어간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를 죽이려고 마라톤 지방의 미친 황소를 퇴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마라톤의 미친 황소는 헤라클레스가 일곱 번째 미션으로 크레타섬에서 잡아 온 포세이돈의 황소다. 헤라클레스가 황소를 잡아 와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바치자 왕은 다시 그것을 헤라에게 바쳤다.

헤라클레스가 잡아 온 것을 헤라가 좋아할 리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황소를 풀어주었다. 고삐 풀린 황소는 아테네 근처 마라톤으로 달려가더니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황소를 잡으려 했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의 권유로 테세우스도 이 방법으로 사라지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어려움 없이 황소를 잡아서 돌아왔다.

일이 실패로 끝나자, 메데이아는 축하 파티에서 테세우스의 포도주에 독을 섞어 죽이려 했다. 그녀는 독배를 아이게우스에게 건네면서 테세우스에게 권하도록 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순간이 왔다.

테세우스가 막 잔을 들어 마시려는 순간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을 보았다. 그것은 트로이젠에서 자신이 섬돌 바위 밑에 남기고 온 바로 그 칼이었다. 깜짝 놀란 아이게우스는 잽싸게 테세우스에게 달려가 손을 쳐 잔을 떨어뜨리고 아들과 감격의 포옹을 했다. 음모를 꾀한 메데이아는 결국 아테네에서 내쫓겼다.

‘메데이아’ 프레데릭 샌디스, 도금한 목판에 유채, 61.2㎝×45.6㎝, 1866~1868년경, 버밍엄미술관(영국 런던).

아테네 시민 모두가 아버지 아이게우스와 아들 테세우스의 만남을 기뻐하고 축하했다. 하지만 아이게우스의 동생 팔라스와 그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게우스가 죽으면 자신들이 권력을 이어받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나타난 이상 그 믿음은 허상에 불과했다. 그들은 은밀하게 쿠데타 계획을 세웠다. 팔라스의 아들들은 두 패로 나누어 한패는 왕궁을 공격하고, 한패는 매복해 있다가 테세우스를 죽이기로 작전을 짰다.

하지만 레오스라는 배반자가 테세우스에게 쿠데타 계획을 알려주었다. 테세우스는 먼저 그들에게 기습을 가했다. 팔라스의 아들들은 목숨을 잃거나 멀리 도망갔다. 이로써 테세우스는 왕위 계승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아테네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아테네의 평화가 깨지고 말았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에게 아테네의 처녀 총각 일곱 명씩을 공물로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산 제물이 될 운명이었다. 온 나라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테세우스가 태어나기 오래전 크레타 왕 미노스의 아들 안드로게오스가 아테네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크레타섬에서 도시 아테네로 유학을 왔던 셈이다. 아이게우스가 언젠가 아테네에서 영웅들을 위해 경기를 개최하자 안드로게오스는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아이게우스는 안드로게오스가 장차 자기 왕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겁이 난 아이게우스는 그를 마라톤으로 보내 황소를 잡아 오도록 했다. 안드로게오스는 용감하게 출정했지만, 불행하게도 황소 뿔에 받혀 죽고 말았다. 격노한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아이게우스를 응징하기 위해 아테네를 공격했다.

당시 아테네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었기 때문에 싸울 형편이 아니었다. 아이게우스가 델포이에 가서 재앙을 피할 방법을 묻자 미노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주라는 신탁이 나왔다. 게다가 미노스 왕은 에게해 일대에서 막강한 세력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테네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노스는 휴전을 대가로 9년마다 아테네의 처녀 총각 일곱 명씩을 원했다. 미노스는 크레타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에게 그들을 먹잇감으로 주려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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