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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2주, 한층 성숙해진 나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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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2주, 한층 성숙해진 나를 느끼며
  • 안서현
  • 승인 2018.01.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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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집현전 유럽체험연수 보고] 두루중 안서현
안서현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 | 두루중 3학년

여행을 가기 전, 나는 사실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아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똑같이 학교를 다니며,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놀고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내가 유럽이라니?' 책을 경계로 그 이상 그 이하로 느끼지 못했던 그 곳을 가본다니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더욱 흥분을 하는 건 부모님이셨다. 마지막 짐을 싸는 순간까지 캐리어의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나는 믿겨지지 않았다. 유럽을 처음 가보는 터라 나는 무엇을 가져가야하는지 그 나라의 문화는 무엇인지 옷은 몇 벌이며, 얼마를 가져가야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사실 나는 항상 독립을 추구했지만 독립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말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양이였다. 이번 유럽여행이 나의 짧은 독립의 첫 걸음으로 여겨진 까닭이다. 첫 도전이었던 만큼 하고 싶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 나라에 가서 물건을 사고 현지인들과 소통을 하고, 무엇보다도 가장 느끼고 싶었던 것은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었다. 많이 느끼리라 다짐하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내가 과연 독립할 수 있을?’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나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을 혼자서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두렵지만 짜릿한 여행을 시작했다.

런던의 잠 못 이루는 밤

밀레니엄브리지에서 촬영한 런던의 야경

영국에 도착해 숙소로 가는 길이 너무나도 예뻤다. 원래부터 고풍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터라, 정말 막 찍어도 화보에 나올 것 같았다. 숙소도 깔끔했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영국의 밤 길거리는 고요했다.

사람 한명 안보이고 약간 으슥한 분위기도 있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내가 유럽에 와있는데! 피곤하긴 했지만 잠 못 이루던 영국에서의 첫 밤이었다.

처음 갔던 곳은 타워브리지였다. 실제로 보니 더 크고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 곳곳을 둘러보며 버로우 마켓에 갔는데 정말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통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여러 가지 음식들을 팔았는데, 물론 맛있게 생긴 음식들도 있었다.

버로우마켓 입구에서.

테이트 모던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그 중 한국 사람이 만든 조형물이 있어 더욱 의미 있었고 줄에 매달린 공이 매일매일 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버킹엄궁전은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 중 하나였다. 깃발을 통해 여왕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운 좋게도 머무르고 계셨다는 것을 알았다. 보초병들도 꽤나 좋은 볼거리였는데, 발을 딱딱 맞추어 시간마다 움직이는 것이 재밌었다.

대영박물관의 고대 이집트 파라오는 보는 순간 위압감이 느껴졌다. 대영박물관 안에는 수 없이 많은 고대 유적들이 많았다. 밤에는 영국 런던아이를 타고 싶었는데 끝나는 바람에 아쉬웠다. 대신 회전목마를 탔는데 영국의 야경과 함께 잠시 낭만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제네바 레만호수에서 사과를 줬더니 백조 무리가 몰려들었다.

스위스 제네바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딱 유럽하면 생각나는 아담한 집들, 거리, 그런 것들이 다 모여 있는 곳 같았다. 영국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부러진 의자 밑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보았다. 유엔 사무국도 책에서만 보다 실제로 보니 더 크게 와 닿았다.

저녁때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탔는데,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나는 처음 스케이트를 타보는 거라 처음에는 어색하고 2번이나 넘어졌지만 정말 재밌었다. 또한 평소에 k-pop을 즐겨듣는데 그때 스케이트장에서 울려 퍼진 k-pop은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좋았다. 한국이 더욱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국제노동기구 ILO

사회책에서 국제노동기구의 설명과 함께 'ILO'가 있는 로고가 있었는데 딱 저 로고를 보는 순간 ‘아! 국제노동기구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괜스레 뿌듯함과 함께 신기함도 들었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광고하던 유니세프도 갔었는데, 내 미래 목표 중 하나가 아프리카에 가서 해외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유니세프를 보니 다시 한 번 다짐했고 미래에 내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레만호수를 산책하며 백조 무리들을 만났는데 사과를 주니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것이 귀엽고 신기했다. 평소에 동물을 많이 좋아해서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에펠탑의 나라, 프랑스

에펠탑 주변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의 소원이셨던 에펠탑을 갔다. 에펠탑을 본 순간 어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에펠탑은 정말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컸고, 흐릿한 날씨 속에 있어도 선명하게 보였다.

에펠탑 아래에는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신기했다. 그 곳에는 컵과 그릇, 젤리, 크리스마스 용품 등 여러 가지를 팔았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하프를 연주하는 분도 보고 길거리 공연을 하시는 분들도 보았다. 큰 성당 안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숨을 죽이게 만들 만큼 고요하고 웅장한 분위기였다.

조르주 퐁피두센터에서는 정말 여러 가지를 보았는데 더 많이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빨리 넘어갔다.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생각을 읽고 싶었지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나중에 가면 천천히 다시 보고 싶다.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고딕양식으로 미술시간에 배운 노트르담 대성당은 정말 크고 웅장했다. 그만큼 줄도 많았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무교였던 나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두 손을 모으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특히 노을빛이 들어오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매우 아름다웠다.

밤에는 루브르박물관에 갔는데 몸이 많이 지쳤지만 모나리자와 비너스를 보는 순간 그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내가 실제로 보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베르사유 궁전은 정말 어머니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다. 어머니가 엔틱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모든 가구들이 엔틱의 최고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화려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집현전 학사 한명이 그 곳에서 길을 잃어 울며 나왔다. 아마 그 학사에게는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개선문에서.

개선문은 벽에 있는 무늬가 참 예뻤다. 야경의 개선문은 더 아름다웠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오르세 미술관을 들어가기 전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를 본 순간 온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화가였기 때문에 많은 글도 찾아보고 나름 공부했는데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의 그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관람선을 타면서 파리의 이곳저곳을 눈에도 담고 마음에도 담았다. 에펠탑이 반짝거릴 때 정말 아름다웠다. 집현전 학사들과 사진도 찍고 빛나는 에펠탑을 보며 여러 감정을 느꼈었던 것 같다. 관람선 2층은 맞바람을 몸으로 그대로 맞아야 했지만 학사들과 웃고 즐기다보니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한 폭의 그림, 독일

브란덴 부르크문에서.

독일에 처음 와서 본 것은 전승기념탑이었다. 전승기념탑을 보고 난 후 프랑스 보다는 조금 더 큰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는데, 그 곳에는 사람도 정말 많고 먹을거리가 많았다. 따뜻한 추로스를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

크리스마스 마켓 뒤에 위치한 빌렐름 카이저 기념교회에 잠시 들어가 보았는데 우리나라 교회와 비슷했고, 우리 나이 친구들이 연극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교회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 송을 불렀는데, 나도 멜로디가 익숙해서 그런지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공화국 광장에서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 집현전 학자들은 브란덴부르크 문을 넘어 파리저광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알아보니 밤에 파리저광장을 간다면 불빛이 예뻐 사진 찍기에 좋다고 한다.

썰매도 탔는데 튜브를 위에 까지 들어 올리는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었다.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군인들과 사진을 찍는 곳이 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찍고 싶다.

베를린돔 꼭대기에서 바라온 도심 전경.

베를린 장벽에 가서 화가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저녁때는 베를린 대성당에 갔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잘한 일 중에 하나가 이 베를린 대성당의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어둑어둑 할 때라 독일 하늘의 풍경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베를린 대성당에 갔다 온 후에 구박물관(Altes Museum)에 갔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색이 아름답게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뮌헨의 마리안 광장에서는 구시청과 신시청을 보았다. 건물의 양식이 무척이나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로덴부르크는 여행 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일단 건물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꼭 동화 속에서 걷는 느낌이었다. 집현전 학사들과 떨어져 다니느라 결국 길을 잃어 성벽을 따라 마을 한 바퀴를 돌았는데 무섭기도 했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다. 여행 가기 전에 고문박물관에 대해 조사를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무서웠고, 죄 없는 유대인들이 학살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유럽의회가 소재한 스트라스부르에 가서 볼거리를 즐겼는데 그곳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집현전 학자들은 그곳에서 크레이프도 먹고 과자가게에 가서 과자와 사탕들을 샀다. 나도 과자가게에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줄 사탕들을 샀는데 많이 뿌듯하고 즐거웠다.

카를 테오도어 다리 앞 원숭이 조형물.

하이델베르크 성에 올라갔을 때는 하이델베르크의 전경이 다 보였는데 물가에 위치한 여러 집들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카를 테오도어 다리 한 편에는 원숭이 동상이 있었다. 원숭이는 지혜의 동물을 뜻하는데, 원숭이 머리 안에 머리를 넣고 사진을 찍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하여 여러 집현전 학사들이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마지막 일정이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를 가보았는데,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크고 고급스러운 집이었다. 집안은 꽤 추웠지만, 벽지와 소품들이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따뜻한 느낌도 받았다. 서재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며 그 시대에 살았던 괴테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고 싶었다. 뢰머광장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배워

일단 유럽을 간 것 자체가 꿈만 같고, 아직도 내가 여행을 갔다 온 것이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럽의 풍경, 유럽의 문화, 유럽에서 사는 사람들까지 정말 너무나도 좋았고 평소에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노래를 들으며 유럽의 풍경들을 보니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여행을 갔다 온 후 조금 더 성숙해진 시야를 가진 것 같고,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 나의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여행 전 자신만만했던 나는 여행을 하며 많이 무너졌다. 감정적으로도 힘들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만큼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다. 부모님 없이도 여행을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나는 여행 온지 일주일도 안돼서 가족들이 그리워졌고 평소에 음식을 잘 안 먹는데 여행가서는 더더욱 안 먹으니 정말 여러모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을 해 나가야하는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에 도전해 보는 것들을 통해 나 스스로도 성장해 나간 것 같다.

오르세미술관에서 만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사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불편함은 언어였다. 사실 영국은 영어를 써서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영어와는 다른 언어를 썼기 때문에 많이 서툴고 현지인들과 얘기할 때 두렵기 까지 했던 것 같다. 나는 여행을 갔다 와서 회화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방학이라 일주일에 한번 씩은 영어 외에 다른 언어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여행 중 힘든 티를 많이 냈는데, 조금 후회된다. 대인관계에 있어 중요한 점들을 내가 조금 놓친 것 같아서, 앞으로는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조금 더 성숙해진 내가 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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