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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유럽에서 생명과 통일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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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유럽에서 생명과 통일을 생각하다
  • 신주식 장학관 |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 승인 2018.01.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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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종포스트 집현전 유럽체험연수를 다녀와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장학관 신주식

많은 사람들이 유럽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다. 학창시절 세계사 수업시간에는 이들 국가가 이끄는 역동적인 유럽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도 유럽연합(EU)을 이끌어 가고 있거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문화, 예술, 산업 등 무수한 분야에서 이들 국가가 인류사에 남긴 유산은 지대하다. 오늘날에도 브렉시트(Brexit), 유럽 내 난민, 테러 등으로 여전히 글로벌시대의 변화와 위기의 중심에 서 있고 이러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시점에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들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를 방문하는 유럽체험연수에 함께 참여하게된 것은 큰 영광이었고, 유럽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다. 또한, 세종시 중·고등학생인 학사들과 생활하고 얘기 나누면서 학교생활과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죽음과 비극의 현장에 차별 없기를

세종 인재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종포스트가 주최하고 (주)청암이 후원한 '세종포스트 집현전' 유렵체험연수가 2017년 12월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런던 → 제네바 → 파리 → 베를린 → 뮌헨 → 하이델베르크 → 스트라스부르 → 로텐부르크 → 푸랑크푸르트 유럽 8개 도시를 순회하며 마무리됐다. 사진은 사이요 궁에서 에펠탑을 뒤로 하고 촬영했다. 파리에서는 체류기간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지난해 영국은 유난히 테러가 많았다. 3월에는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차량으로 인도를 돌진하는 테러가, 5월에는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이 열린 맨체스터 아레나 콘서트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고, 6월에는 우리가 방문했던 런던 브리지와 버러 마켓(Borough Market)에서 테러범들이 차량으로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흉기를 휘두르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위협 속에서도 영국인들이 보여 준 용기와 의지는 빛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이에 격려를 보내며 테러를 규탄했다. 우리가 유럽을 방문하는 동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생존자와 시민들을 격려하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발표했다.

돌아보면 2017년에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많은 테러가 발생했던 것 같다. 2017년 첫날에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마지막 날 아프가니스탄의 장례식장을 노린 테러도 있었다. 이외에도 미국, 이집트, 소말리아, 시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났고, 테러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테러 위협으로 인해 유럽 곳곳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장군인들이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사이요 궁에서 바라본 에펠탑 야경.

우리는 에펠탑에서, 베르사유에서, 스트라스부르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는 무장군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극단주의자들의 무모한 행동과 죄 없는 사람들의 희생! 그릇된 믿음이 가져온 무시무시한 결과를 보면서 한편으로 안타깝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또 하나 안타까운 사실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테러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그것에 비해 제3세계의 테러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으며, 모두의 관심에서 쉽게 사라져버린다. 죽음과 비극의 현장에 대해서도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2000년 전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우리는 더 낮고, 더 어두운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도 한 사람에 비해 더 무거울 수 없고, 이 땅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는가.

독일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다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들이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앞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을 되새겼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또하나의 큰 기쁨이었다. 독일의 첫 방문도시 베를린의 중심가 파리저광장(Pariser Platz)에는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 Gate)이 세워져있다. 파리의 개선문만큼 화려하지도, 에펠탑만큼 많은 인파가 붐비지는 않지만, 브란덴부르크문은 유럽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프로이센이 유럽의 중심국가 중 하나로 성장하던 18세기 후반에 건축되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숱한 전쟁을 겪은 후 냉전시대에는 베를린과 독일을 동서로 가르는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1989년 11월,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브란덴부르크문은 다시 독일 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는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되어 공원의 장식물이 되었거나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는 장벽의 잔해를 보며 나는 한없이 부럽고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들이 제네바 유엔사무국 앞에서 힘차게 점프하고 있다.

19세기 독일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관세동맹을 바탕으로 여러 공국이 연방을 이루고 있었다. 19세기 후반,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 철과 피로 결정된다’는 그 유명한 연설로 후일 철혈재상이라 불리는 비스마르크를 비롯한 독일인들의 노력으로 독일은 1871년 드디어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었고,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두고두고 치욕이 되었지만, 베르사유 궁전에서 통일독일의 황제대관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전쟁의 승리뿐만 아니라 외교적 노력이 독일의 통일을 가져왔다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다. 그것은 120년이 지난 20세기 후반, 독일이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휴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속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으면서 이들 주변국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야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해결해야 한다. 미래의 외교관, 우리 청소년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전 참전 무명용사들을 추도하다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들이 영국 국방부 건물 앞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탑에서 무명용사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런던을 방문하는 동안 우연히 방문했지만, 사실 발견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뜻 깊은 장소가 있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을 추모하는 기념비였다.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버스를 내리던 중 영국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발견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살고 있고, 이름조차 생소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자유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목숨을 바친 이들이 거기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름 모를 골짜기에서 고향의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죽어갔을 병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일행은 묵념으로 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시했고, 돌아오는 길 내내 영국이라는 나라와 평화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세종포스트 집현전 학사와 부제학(지도교사)이 런던브리지와 런던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루브르박물관 입구. 유리 피라미드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의 작품이다.

11박 13일 동안 유럽 주요국가의 역사와 문화, 생활 등을 체험하면서 제법 길고 낯선 여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해준 9명의 학사들이 대견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시간이었다.

우리가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세종의 청소년들이 서로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고, 유럽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청암그룹 이언구 회장의 깊은 뜻은 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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