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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끝내는 것은 정의와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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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끝내는 것은 정의와 타협
  • 박한표
  • 승인 2017.12.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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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7>헤라클레스의 위업 7~8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가 수행해야 할 여섯 번째 미션은 스팀팔로스의 요사한 새 떼를 쫓아 없애는 것이었다.

스팀팔로스는 아르카디아 동북쪽에 있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늪의 이름이다. 이 늪에 사는 새가 ‘스팀팔로스의 새’다. 이 새들은 아레스가 보낸 것이다. 그래서 이 새는 전쟁터의 주검을 양식으로 삼는다.

이 새들이 놀라서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태양이 가려져 늪이 어두워진다. 산 속의 죽음인 네메아의 사자와 바닥없는 샘 안의 죽음인 히드라를 없앤 헤라클레스는 ‘하늘의 죽음’인 스팀팔로스의 새 떼와 싸워야 했다.

‘헤라클레스와 스팀팔로스의 새’ 알브레히트 뒤러, 캔버스에 유채, 87×110㎝, 1500년, 게르만국립박물관(독일 뉘른베르크)

헤라클레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테나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혼자 조용히 생각해 보고, 상상해 봐야 한다. 언제나처럼 이 싸움에서도 아테나 여신이 돕는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보낸 새들이라면, 정의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쟁은 정의가 끝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헤라클레스에게 청동 꽹과리 비슷한 악기를 주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란 새들이 늪 위로 날아올랐다. 헤라클레스가 독화살을 새들을 향해 쏘자 더 견디지 못하고 흑해에 있는 아레스 섬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까지 본 여섯 가지 미션은 아르고스 왕 에우리스테우스가 터 잡고 있는 미케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일곱 번째 미션이 시작되면서, 미션을 수행해야 할 무대가 확장된다. 헤라클레스는 아득히 먼 곳까지 가야한다.

일곱 번째 미션은 크레타 섬의 미친 황소를 잡아오라는 것이었다.

크레타 섬의 황소하면, 우리는 바로 에우로페(Europe)를 생각해야 한다. 유럽(Europe)이라는 말의 어원이 에우로페다.

황소로 변장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등에 태우고 돌아다녔던 곳이다. 에우로페는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의 딸이다. 아게노르는 아내 텔레파사와의 사이에 카드모스, 포이닉스, 킬릭스 세 아들을 두고 있었다.

‘에우로페의 납치’ 티치아노, 캔버스에 유채, 178×205㎝, 1562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미국 보스톤)

아게노르 왕은 아들들에게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에우로페를 찾아오라고 명했다. 아들들은 사방팔방 찾아다녔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게노르가 에우로페를 찾을 때까지 귀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귀국을 단념하고 각자 누이를 찾으러 갔던 곳에 안주하여 살기로 한다.

장남 카드모스는 누나 에우로페 찾는 일을 포기하고 트라키아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얼마 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가 단서를 찾기 위해 찾아간 곳은 델포이다. 아폴론의 신탁은 다음과 같았다. “에우로페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황소가 쓰러진 땅에 도시를 건설하라.”

델포이를 떠난 카드모스는 곧 황소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들을 지나 한참을 가던 황소가 보이타이 지방의 한 언덕 위에 쓰러졌다. 이곳이 훗날 테베가 될 땅이었다. 테베의 시조가 바로 카드모스다.

어느 날 지중해 동쪽 바닷가에서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태우고 달아나다가 도착한 섬이 크레타다. 크레타는 제우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제우스는 이 섬의 동굴에서 자랐다. 에우로페는 이곳에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 아들을 낳았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이다.

‘헤라클레스와 크레타 섬의 황소’ 장-밥티스트 스투프, 테라코타 부조, 10.8×23㎝, 18세기 말~19세기 초, 디트로이트미술관(미국 디트로이트)

미노스는 장성한 뒤 크레타 섬에서 배 다른 형제들과 왕위를 겨루게 되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이렇게 빌었다. “파도를 가르시고 황소 한 마리를 크레타 땅으로 떠오르게 해주세요. 미노스 왕국이 서는 날 포세이돈 신을 섬기는 제물로 이 소를 바치겠습니다.”

미노스는 이 황소 덕분에 왕위에 올랐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포세이돈을 이를 괘씸하게 여기고는 자신이 보낸 이 황소를 미치도록 만들었다.

훗날 미노스는 황소 때문에 욕을 본다. 자신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를 사랑해 대가리는 황소, 몸뚱이는 사람인 아들 미노타우로스를 낳는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를 시켜 만든 미궁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뒀다.

헤라클레스는 포세이돈이 미치게 하여 크레타 섬을 난폭하게 돌아다니던 이 황소를  생포해 미케네로 돌아왔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라는 게 마음이 걸렸던지 풀어준다. 이 황소는 온 헬라스 땅을 다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렸다. 훗날 영웅 테세우스 손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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