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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초가 끝나면 영광을 얻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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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초가 끝나면 영광을 얻으리니
  • 박한표
  • 승인 2017.10.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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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3>헤라클레스의 첫 위업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가 최초의 위업을 달성한 곳은 키타이론 산이다.

키타이론 산은 아테나이에서 테베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아주 험한 산이다. 신화 속에서는 이 산이 자주 등장한다.

키타이론 산은 영웅들이 버려져 괴로워하고 방황하던 시련의 산이다. 가령, 세멜레 자매들이 아기 디오니소스를 찾아다니던 산이었고, 암피온과 제로스가 버림받았던 곳이다. 오이디푸스가 버려진 땅이고 뒷날 바로 그 오이디푸스가 딸 안티고네와 방황하던 산이다.

우리의 ‘스타 영웅’ 헤라클레스에게는 헤라가 ‘키타이론의 사자’를 보내어 시험에 이르게 한 산이다.

키타이론의 사자가 소떼와 양떼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키타이론 산과 가까운 테스피아이 왕궁에 머물면서 사자 퇴치에 나섰다.

우선 올리브 나무로 몽둥이를 만들어 둘러메고는 사자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사자를 만난 헤라클레스는 그 사자의 입을 손으로 찢어 죽였다.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위업이다.

헤라클레스는 사자의 가죽을 벗겨 모피로 만들어 입고, 입을 벌려 놓은 사자의 머리를 투구 삼아 썼다. 그리고 몽둥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후 이 모양새가 그의 상징이 됐다.

‘네메아의 사자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151×166㎝, 1634년, 프라도미술관(스페인 마드리드)

헤라클레스는 정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테스피아이의 왕 테스피오스는 헤라클레스를 보는 순간 그를 닮은 자손을 거느리고 싶었다. 그런 자손 몇 명만 있어도 왕국을 잘 지켜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밤마다 자신의 딸을 들여보냈다.

왕의 딸이 50자매였는데, 이들 중 49명이 헤라클레스와 함께 잠자리를 했다. 막내딸은 뒷날 헤라클레스의 신전을 지키는 최초의 처녀 사제가 된다. 대단한 정력가로 부러움을 살만하다. 이처럼 테스피아이 왕궁에서 잘 쉰 다음, 헤라클레스는 테베로 되돌아간다.

헤라클레스는 테스피아이에서 테베로 되돌아가던 중 테베의 왕 크레온의 딸 메가라와 결혼한다. 결혼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테베로 돌아가던 헤라클레스는 소떼와 소떼를 모는 군사, 그리고 그 군사를 지휘하는 에르기노스 왕의 대리인을 만난다. 이들은 테베가 에르기노스 왕에게 해마다 조공으로 바치는 소 100마리를 끌고 가는 중이었다.

테베가 에르기노스 왕에게 조공을 바치게 된 것은 테베의 왕자 메노에케오스의 마부가 돌팔매질을 하다 실수하는 바람에 오르코메노스의 왕 클리메노스를 맞혔기 때문이다. 이일로 죽음에 이르게 된 클리메노스 왕이 아들 에르기노스에게 유언으로 복수를 당부했다. 에르기노스는 왕위를 계승하자마자 테베로 진격해 20년간 해마다 100마리씩 소를 바칠 것을 강요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테베의 왕이 바친 100마리의 소를 도로 빼앗았다. 그러자 에르기노스 왕이 군사를 몰고 테베로 쳐들어온다. 그러나 에르기노스는 이 싸움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헤라클레스를 길러준 암피트리온이 전사한다.

평화를 찾은 테베 왕 크레온은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의 딸 메가라와 나라를 주었다. 헤라클레스는 메가라와 결혼한 후 3명의 자식을 얻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헤라의 저주는 끝이 아니었다.

‘테스피오스의 딸들’ 귀스타브 모로, 캔버스에 유채, 258×255㎝, 1853년,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프랑스 파리)

헤라의 딸림 여신 중에는 ‘리사’와 ‘마니아’가 있다. ‘리사’는 ‘발광’, ‘마니아’는 ‘광기’라는 뜻이다. 두 딸림 여신은 조금 다르다. 마니아가 내미는 칼에는 날과 자루가 있다. 따라서 마니아가 칼을 내밀 때 자루를 받는 자는 그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된다.

그러나 리사의 칼에는 날과 자루가 따로 없다. 어느 쪽을 잡든 리사가 곧 날이 되어버린다. 헤라는 이 리사를 테베의 헤라클레스에게 보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발광하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는 자식들과 아내를 죽였다.

헤라클레스가 제 정신을 차리자, 암피트리온의 환영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발광’이 떠난 헤라클레스를 용서한다.” 헤라클레스가 테세우스를 만난 것은 그 무렵이었다.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보다 용기와 힘은 모자라지만 지혜와 자비심을 고루 갖춘 영웅이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들은 앞문을 닫을 때는 반드시 뒷문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그대에게 ‘발광’을 보낸 신들은, 이로 인해 지은 죄를 씻는 방도 또한 알고 있을 것입니다.”

헤라클레스는 테세우스를 따라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의 신전에 찾아가 신의 뜻을 묻는다. 신의 뜻은 다음과 같았다. “아르고스의 지배자를 찾아가 12년 동안 종살이를 해야 한다.”

신전 지킴이 사제의 덧붙인 설명도 있었다. “헤라의 영광(헤라클레스란 이름은 헤라의 영광이란 뜻이다)이여, 헤라 여신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고 있군요. 고초가 끝나면 ‘영광’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헤라클레스는 이제 아르고스 땅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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