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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운명 가른 교통의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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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운명 가른 교통의 부침
  • 전재홍
  • 승인 2017.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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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의 근대도시답사기 ‘쌀·米·Rice’] <3>연산군에서 연산면으로

우리나라의 근대도시는 일제강점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근대도시를 답사하고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건축공학박사인 전재홍 근대도시연구원 원장이다. 오늘은 한때 연산군이었던 충남 논산 연산면사무소 답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전재홍 근대도시연구원 원장 | 건축공학박사

영조 때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서 만든 전국 읍지(邑誌)인 여지도서(輿地圖書)가 있다. 여기에 실린 연산현 지도를 보면 관아의 정문인 외삼문을 지나 중문을 거쳐야 동헌에 이를 수 있었다. 지금은 외삼문인 아문만 남아있다.

아문의 가운데로는 수령과 사신·빈객들이 드나들었고, 왼쪽은 양반과 아전들이, 오른쪽은 군관이나 백성들의 출입로였다. 수령 출입문은 양쪽보다 넓게 분할해 건축됐다.

남향은 오로지 임금만… 아문 사이로 보인 면사무소

연산동헌은 서향배치다. 조선시대 관아도 방위에 우선해 건축했는데 본 건물은 남향을 살짝 피하거나 동향 서향 북향을 택했다.

이는 왕만이 남향할 수 있는 불문율이 있어 신하의 집이나 관아배치에 적용된 것 같다.

18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연산은 공주부에 속해 연산군(連山郡)이 된다. 1910년에 군수 윤두병과 조선인 서기 3명, 일본인 서기 1명이 근무했다.

이듬해 신우선(1873-?)이 군수로 부임해 3년간 재직했다. 그는 후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찬의를 지냈다.

같은 해 부임한 일본인서기 우메히라시즈오(梅原靜雄)는 30년 후인 1941년부터 광복 때까지 수원읍장을 지냈다. 이로 비춰볼 때 관료경력을 쌓으며 여러 곳을 전전한 것으로 보인다. 연산군은 1914년에는 논산군에 편입돼 연산면이 된다.

1983년에 찍힌 사진을 보면 아문사이로 연산면사무소가 보이고 단층으로 건축됐음을 알 수 있다. 건축연도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다.

벽체는 벽돌을 쌓고 모르타르로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기와를 얹었으며 건물 가운데에 배치된 출입구에 포치가 설치됐다. 왼쪽 벽체에는 두 개의 긴 세로창이 나있다. 서양식과 일식 또는 전통양식의 절충형 외양이다.

조선시대 연산현지도. 관아와 배산의 배치와 주변지형을 보여준다. 여지도서.
풀이 무성한 연산면사무소 자리. 가운데 느티나무왼쪽이 군청창고, 오른쪽이 아문이다. 전재홍 사진
1983년에 촬영된 연산아문 사이로 보이는 면사무소 건물. 논산문화원 자료사진.

면사무소 이전 둘러싼 영화같은 이야기

연산면사무소는 일제강점기부터 연산리 관아에서 자리를 지키다 연산역 앞 청동리로 이전계획이 세워지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1958년 연산리는 이전반대를, 청동리는 이전유치를 주장하며 서로 대치했다. 그 정점에서 무장경찰이 출동해 주민들이 연행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시 일간지의 면사무소 이전 관련 기사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00여명의 부녀자들이 이전을 반대하며 10일 동안 농성을 함으로써 이전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1958년 4월 28일 새벽 잠자는 틈에, 면 직원들이 트럭을 동원해 청동리로 이전해버렸다.

이에 분노한 2백여 연산리 주민들은 5월 24일 새벽 4시경 면사무소를 급습해 서류와 책상을 연산리 구청사로 이전하며 사태가 험악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30여명의 경찰에 의해 진압되어 남녀 주모자 10여명이 연행돼 문초를 당했다.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서류와 책상을 다시 신청사로 옮겼다.”

현재 연산역 앞은 면사무소와 보건지소, 연산파출소가 있어 행정, 의료, 치안서비스가 밀집돼 있으나 무정차역이 되면서 한적한 풍경을 연출한다. 도시의 상권이 교통의 부침에 따라 운명을 어떻게 달리하는지를 실증해준다고 하겠다.

교통로의 변화로 도시의 확산이 멈춘 연산역 주변. 오른쪽이 연산파출소. 전재홍 사진
1958년 이전과 관련되어 연산리와 청동리 주민 갈등이 촉발된 면사무소 건물은 없어지고 1980년 12월 그 자리에 새로 건립했다. 논산문화원 자료사진.
2017년 연산면사무소 전경. 37년이 지났지만 신축당시의 외형을 유지한다. 전재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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