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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고스란히 담긴 투쟁의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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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고스란히 담긴 투쟁의 원본
  • 이순구
  • 승인 2017.03.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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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의 미술산책] <5>라스코 동굴벽화와 고구려 고분벽화

인류에게 문화는 평범한 삶의 흔적이 아니다. 삶의 질적 가치이며 자존의 발자취다. 문화로 남은 기록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열쇠다. 따라서 함부로 거스를 수도 없고 바꾸어서도 안 된다.


벽화는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투쟁의 원본이다. 말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매우 밀접하게 지낸 동물이다. 특히 인간의 수명으론 상상하지 못할 시기에 그려진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미술사에 의문을 갖게 한다.


라스코 동굴벽화는 기원전 1만 5000년에서 1만 3000년 즈음의 동굴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천연 안료인 숯이나 흙에서 추출된 안료를 이용한 그림들이 동굴 안에서 1940년까지 밀폐돼 있었다. 오늘날에 이르러 우리가 이 그림들을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이 동굴에 그려진 800여점의 그림들은 말, 들소, 사슴, 염소들이며 그 외 사람형상과 순록, 고양이 등도 나타난다.


이 그림들은 주술적 목적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냥에서 더 많은 동물을 잡으려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라스코 동굴벽화 중 ‘중국 말’로 지칭된 그림이 있다. 프랑스에 중국말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좀 생소하다. 물론 중국말의 종류가 전 세계에 퍼져있었다거나 하는 동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말이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의 일반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벽화의 말은 ‘타르망’이라는 몽고말이다. 말 그림 주변에 보이는 화살 같은 것은 부러진 화살촉이 아니라 성스러운 풀을 뿌리는 의식의 한가지로 해석한다. 풀은 곧 인간의 먹이이자 가축인 초식동물의 먹이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것이란 얘기다. 갈기 위에 보이는 4개의 선은 인도 베다신화에서 발견되는 말의 제의를 상징하며 이는 우주이자 4방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한다.


라스코 동굴의 벽에 그려진 그림의 반 이상(59.5%)이 말 그림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많은 말을 그란 것으로 보아 식용을 위한 사냥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순록을 사냥하여 먹은 잔여물들이 가장 많이(86.8%) 발견됐는데 정작 순록의 그림은 소수(0.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식용을 위해 말을 해체한 뼈 흔적(0.75%)도 극히 적었다. 이로써 말은 식용이 아니라 제의에 사용됐을 것이란 확신을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조심스럽다. 세계사가 서양의 관점에서 기록됐고 그것이 일반화된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사의 관점을 서구중심이 아닌 다른 지역의 관점으로 연구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검정과 갈색의 주조, 새끼를 밴 듯 불룩한 배를 가진 이 말은 풍요롭게 보이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다. 라스코 동굴벽화가 발견된 후 단순 명료화된 형태로 시작됐다는 미술의 역사는 한때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비해 우리와 근접한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 중 <수렵도>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석총을 쌓은 현실 안에 백회를 바른 후 역시 원형질적인 안료로 그린 이 그림은 도식화된 단순미를 가졌으나 장면의 특성은 매우 동적이며 활기차다.


앞으로 달리는 호랑이를 겨냥한 사냥꾼의 힘차게 달리는 모습에서 속도감을 볼 수 있다. 더욱 압권은 앞을 지나친 대형의 말사슴(馬鹿)을 향해 상체를 뒤로 돌린 채 활을 겨냥한 무사의 동작이다. 뛰어난 복식과 뛰는 말의 큰 움직임, 쫓기며 당황한 호랑이와 사슴, 그리고 단순화된 산의 기하학적 표현, 기호화된 구름 등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내용을 전달하기에 뛰어난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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