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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 얻었으면 돈 가지려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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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 얻었으면 돈 가지려 하지 말라
  • 김충남
  • 승인 2017.02.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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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19>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다. 꽃이 아름다운 장미는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튼실한 모과는 꽃이 변변찮다. 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생물은 좋은 것만 다 가지거나 나쁜 것만 다 가지지 못한다.


생물마다 좋은 것, 나쁜 것, 강한 것, 약한 것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뿔이 있는 소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다’는 각자무치(角者無齒), 이것이 바로 신의 창조원리다.


인간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신은 한 인간에게 모든 능력을 다 주지 않으셨고 한 인간에게 모든 복을 다 주지 않으셨으며 한 인간에게 완벽한 성품을 다 주지 않으셨다. 잘하는 능력과 못하는 능력, 행복과 불행,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 모두를 동시에 주셨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신의 창조 원리인 각자무치의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각자무치는 신의 창조원리이고, 그 원리의 근간은 ‘공평함’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학문에 뛰어난 사람과 무예에 뛰어난 사람, 재능이 있는 사람과 덕이 있는 사람,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과 물건을 잘 파는 사람, 이처럼 각자 다른 것을 가지고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으셨다.


세상사 이치도 각자무치다.


어떤 총각이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제 배필이 될 여자는 얼굴이 예쁘고 키도 크고 몸매도 날씬하며 요리와 살림도 잘하고 애도 잘 키워 줄 수 있는 여자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처갓집이 부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후에 하느님으로부터 응답이 왔다. “야 인마, 그런 여자 있으면 내가 갖지 너한테 주겠냐.” 모든 조건을 갖춘 배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세상사란 없다. 다시 말해 재물, 권세, 명예 모두를 평생 누릴 수 있는 세상사란 없다. 이것이 각자무치의 세상사 이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각자무치의 세상사 이치를 모르고 재물, 권세, 명예를 다 움켜쥐려고 하나 도리어 하나도 갖지 못하고 다 잃게 된다. 돈을 벌어 권세를 얻으려다가 이 둘을 다 잃게 되고, 권세를 휘둘러 돈을 벌려다 이 둘을 다 잃게 되고 명예를 이용해 돈과 권세를 얻으려다 모두를 다 잃게 된다.


그러므로 돈을 얻었으면 권세를 탐내지 말고, 권세를 얻었으면 돈을 포기해야 하고, 명예를 갖게 되면 돈과 권세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무탈하게 살 수 있는 도리요, 세상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지는 원리다.


소가 뿔로, 호랑이가 이빨로 만족해하듯이 내가 가진 것, 잘하는 것을 가지고 만족해하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각자무치의 삶의 이치며 지혜다. 이 나라 전직 대통령은 최고의 지위와 권세를 갖고도 재물을 탐하다가 모든 것을 다 잃었고 공자의 제자 안연은 평생 가난했지만 도 닦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평생을 만족해하며 살지 않았던가.


기업운영의 이치도 각자무치다.


우리나라의 문어발식 재벌기업은 하나의 기업체에서 건설, 금융, 전자,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사업을 다 움켜쥐고 있다. 심지어 유망 중소기업체의 사업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이는 마치 소가 호랑이의 이빨까지 가지려하고, 호랑이가 소의 뿔까지 가지려 하는 것과 같다. 소는 뿔로, 호랑이는 이빨로 공생하며 살듯이 각각의 기업은 각자무치의 이치로 기업마다 주종 사업만을 운영하면서 각기 다른 사업과 공생해야 한다.


그렇다. 세상 이치가 각자무치임을 깨달아 나에게 없는 것을 원망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으로서 만족과 행복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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