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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절망의 대한민국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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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절망의 대한민국 바꿀 수 있을까
  • 곽효원 인턴기자
  • 승인 2017.01.3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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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 대선에서 이슈화될지도 주목

 

“우리… 시간을 좀 갖자.”


얼핏 연인 사이의 대화 같지만 실은 기본소득의 잠재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 문구다. 기본소득이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청년들이 있다.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다. 문구는 이 프로젝트 팀장인 서한나(26여) 씨의 명함 뒷장에 적혀있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기본소득에 공감하는 청년 9명이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 팀장과 팀원 중 한 명인 신승리(31) 씨를 만나봤다.


기본소득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기본소득은 심사 절차와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이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프로젝트는 시민 후원금과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후원금을 받아 공개추첨을 통해 시민 3명을 선정, 이들에게 매달 50만 원씩 6개월 동안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엄밀히 말해 기본소득이라기보다는 이벤트에 가깝다. 왜 이런 이벤트를 벌이는 걸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어떤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홍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로젝트 팀은 기본소득이 우리 삶에 많은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에게 조건 없이 매달 50만원이 지급된다면?’ 이 질문에서부터 상상력이 시작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해?” 서 팀장은 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이 있다면 경제적 수입이 없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일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젝트 팀원인 신승리 씨는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고 다른 것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며 “모두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질 때 어떤 변화들이 생겨날지 기대된다”고 했다.


서 팀장은 A씨의 사례를 들었다. 대학생 A씨는 학자금을 스스로의 힘으로 감당한다. 그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하는 이유다. 디자인이나 미술을 하고 싶지만 일을 하느라 제대로 준비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 팀장은 “기본소득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기본소득이 A씨에게 삶의 고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프로젝트는 기본소득의 개념과 철학에 대한 강연도 열고 있다. 최근에는 ‘부루수저’라는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부루수저 게임은 ‘수저와 사다리’라는 SBS 기획을 모티브로 했다. 게임의 1부는 흙수저와 금수저로 나눠 진행되고 2부에서부터 기본소득이 도입된다.


서 팀장은 “1부에서 파산을 면치 못했던 흙수저들이 기본소득이 도입되자 파산은 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는 “세율을 다르게 해서 게임을 진행했다. 세금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낸 세금을 다시 기본소득 개념으로 돌려받으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계층이 무너질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오히려 다 같이 잘 살게 됐다”고도 했다.


기본소득이 나태한 삶을 일반화시키는 유행병?

 

 

하지만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하지 않는 삶, 나태한 삶이 일반화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띄어쓰기 프로젝트는 흥미로운 조사를 소개했다. 핀란드 TANK 리서치 결과다.


신 씨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정작 내가 일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4%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 단위에서 이 제도를 첫 시행한 핀란드에서조차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생소함이 얼마나 팽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본소득 지급이 게으른 삶을 보편화시킬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대다수 사람들이 본인 스스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프로젝트 팀의 설명이다.


서 팀장은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는 게 어렵다고 느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이해해줬다. 작년 11월에 진행한 대전 으능정이 거리 홍보캠페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노숙자 분이 팸플릿을 15분 정도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프로젝트 팀은 6개월간 매달 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받게 될 대상자 3명에 대한 공개 추첨을 2월 12일 진행한다. 2차 부루수저 게임도 준비 중이다. 매달 대전 번화가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참여와 기본소득에 대해 알리는 홍보 캠페인도 지속한다.


서 팀장은 “앞으로 더 많은 시민에게 기본소득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서 ‘대전 기본소득 띄어쓰기 프로젝트’를 검색한 뒤 지원서와 최저임금 647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면 추첨대상자가 될 수 있다.


올해 대선에서 ‘기본소득’ 이슈화될까?

 

 

한편 올해 대선의 최대 이슈를 ‘기본소득’으로 꼽은 <한겨레21>(제1145호)이 일반인과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조사에 참여한 대선주자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조사 당시 경선 포기 전),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8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8명 전원이 ‘정치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본소득제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단, 당장 제도 도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엇갈렸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 7명이 ‘기본소득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


7명 중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기본소득이란 용어 대신 ‘기본소득의 취지를 살린 각종 수당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기본소득제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장기적 시각에서 도입’ ‘기존 복지제도 전면 개편을 전제로 도입 검토’ 등의 입장을 보였다.


일반국민들은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49.3%가 ‘있다’고 대답해 ‘없다’는 응답자(50.7%)와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히 맞섰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21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 창’(리서치뷰)이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임의걸기 방식(휴대전화 ARS RDD)으로 지난 12월 22~23일 진행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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