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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명예 얻고 요절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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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명예 얻고 요절한 영웅
  • 박한표
  • 승인 2017.01.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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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

인간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트로이 전쟁의 비극적인 영웅 아킬레우스다. 이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리귀돈’이라 불렀다.


어머니 테티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이지만, 펠레우스는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리귀돈에게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운명이 반쯤 섞여 있다. 따라서 테티스는 리귀돈에게서 죽어야 하는 운명의 반을 걷어주고 싶었다.


어머니 테티스는 남편 몰래 아들을 영생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을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아이를 담갔다. 그러나 발뒤꿈치를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다른 부분은 영원히 죽지 않는 은혜를 입었어도 발뒤꿈치만은 여느 인간과 다름없게 된 이유다.


뒷날 아킬레우스를 죽인 것은 파리스가 발뒤꿈치에다 쏜 화살이었다. 우리는 이 부분을 ‘아킬레스 건’이라고 하며,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급소)’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펠레우스는 테티스의 이런 행동에 기겁을 하고 아내를 나무랐다. 그러자 테티스는 바다로 되돌아간다. 그때부터 ‘리귀돈’이라는 이름이 ‘아킬레우스’(입술에 엄마 젖이 닿은 적이 없는 아기)로 바뀐다.


펠레우스는 어린 아킬레우스를 켄타우로스의 현자 케이론에게 맡겨 교육을 받게 한다. 트로이 전쟁이 터질 무렵에는 어머니 테티스가 아킬레우스를 리코메데스 왕궁으로 데려가 이 궁에 숨어 살게 했다. 칼카스의 예언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예언했다. “트로이 전쟁은 터지게 되어 있고, 아킬레우스는 참전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참전하면 반드시 죽는다.”

 


아킬레우스는 리코메데스의 궁전에서 여장을 하고 수많은 공주들 사이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성격상 전쟁이 일어나면 틀림없이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 곳에 숨어 있던 아킬레우스를 찾아내 전쟁에 참여하게 한 것이 오디세우스다. 방물장수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공주로 여장한 아킬레우스를 찾아갔지만 어찌도 교묘하게 여장했는지 공주들 중 누가 아킬레우스인지 알 수가 없었다. 테티스가 둔갑술의 도사 네레우스의 딸이었으니 얼마나 감쪽같이 변장시켰을 것인가?


고민 끝에 오디세우스는 공주들 앞에 장신구와 자수용품을 늘어놓으며 멋진 칼을 하나 섞어 놓았다. 유난히도 한 공주가 그 칼을 만지작거리며 애착을 보였다. 오디세우스는 그가 아킬레우스임을 짐작하고 자신의 변장을 풀고는 아킬레우스를 설득했다.


오디세우스의 꾀로 아킬레우스는 기어코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의 경고처럼 말이다. 전쟁에 참여하면 불멸의 명예를 얻지만 요절할 것이고, 참전하지 않으면 이름은 날리지 못하지만 장수할 것이다. 갈림길이었다.


펠레우스는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이복동생 포코스를 죽인 죄로 방황하다 트라키아 땅으로 들어섰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 나자빠지는 것을 보게 된다. 바다의 수호신들인 네레우스와 그 딸들인 네레이데스의 복수였다. 네레이데스는 자기 아들 포코스를 죽이고도 제물을 바치지 않는다며 이리떼를 보내 펠레우스의 소들을 죽이게 한 것이다.


그 때 펠레우스는 무력을 쓰는 대신 바다의 여신들에게 기도를 드렸다. 포코스의 어머니 프사마테는 펠레우스의 아내 테티스와 자매간이었다. 테티스가 나서서 남편의 허물을 용서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녀는 화를 가라앉히지 않았다. 그래서 테티스가 그 이리를 대리석으로 변하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인간’ 아이아코스의 아들 펠레우스는 이복동생 살해 및 시체 유기에 연루되어 방황하는 인간으로 내몰렸지만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유혹에만 저항했다. 그래서 끝내는 이복동생 포코스의 어머니인 프사마테(네레이데스 중 한 명)가 노여움을 거두었다. 아들 잃은 여신에 의해, 그 아들 살인 사건에 연루된 죄가 씻긴 것이다.


펠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아들 아킬레우스를 잃고 상심해 있었다. 그러자 테티스가 그를 바다 궁전으로 불러들여 영생불사를 베풀었다.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인간’의 아들답게 방황하던 인간이 영생불사 하는 신이 된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을 때, 펠레우스가 이런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아킬레우스를 보좌하던 장군 중에 포에닉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민토르의 아들이었다. 아민토르의 후궁 중 하나가 포이닉스를 유혹했다. 하지만 포이닉스는 그 후궁이 아버지의 애인이라서 응하지 않았다.


유혹을 거절당하자, 그 후궁은 아민토르에게 포니닉스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거짓 고자질을 했다. 아민토르는 아들을 처벌하여 눈을 멀게 했다. 펠레우스는 자신도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는지라 장님이 된 포에닉스를 켄타우로스의 현자 케이론에게 보내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케이론과 펠레우스의 우정은 이렇게 오래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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