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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커피 한 잔의 일상이 되다 ‘갤러리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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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커피 한 잔의 일상이 되다 ‘갤러리C’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1.02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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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CHCLAB 차형철 회장 갤러리 오픈, 정봉숙 누드전 2번째 전시

생활 속 그림, 작품과 함께 스며드는 일상을 꿈꾸는 곳. 위엄 있는 전시장이 아닌 소통과 힐링의 공간, ‘갤러리C’가 30년 만에 돌아온 정봉숙 작가의 누드전으로 두 번째 전시를 연다.

대전 둔산동 주은오피스텔 19층에 위치한 이곳은 (주)CHCLAB 차형철 회장이 갖고 있던 공간을 활용해 꾸민 곳이다. 차 회장의 경영철학에 맞춰 대중과 예술을 공유하고, 청년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탁 트인 전망과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현재 개관전을 마치고 7일까지 정봉숙 작가의 누드전이 열리는 갤러리C를 찾았다. 

공유의 미덕, CEO와 갤러리의 상관관계


차형철(60) 회장은 지난 1996년 대덕 테크노벨리 1호로 (주)CHCLAB을 설립했다. 연구용 작업대와 흄 후드, 바이오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올해 연 매출 210억을 달성, 현재는 명실상부한 대전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차 회장은 “갤러리 공간은 외국 바이오 방문 등 활발히 사용되지 않고 있던 곳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개방한 것”이라며 “공무원이든 사업하는 사람이든 현대인들은 항상 쫓기며 일상을 살아간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좋은 전시를 보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갤러리는 건물 19층 맨 꼭대기에 위치해있다.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저녁에 찾는 이들이 많다. 

그는 “지난달 내년 전시 공고를 냈는데 외국 작가가 공모에 접수하기도 했다”며 “갤러리 운영 목적은 초야에 묻힌 청년 화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것이다. 좋은 작가들을 세상에 알리고,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이 갤러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올해 차 회장은 갤러리C를 오픈한 데 이어 대전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사회공헌사업에 대한 생각은 이미 사업을 시작하면서 목표했던 일이다.

차 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 첫 번째는 내 이름을 걸고 전 세계에 물건을 팔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직원들에게 대기업 못지않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특히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은 오래 전 품었던 목표 중 하나이며 갤러리C 운영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CHCLAB는 오는 2021년 특별한 기술력을 접목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론칭을 앞두고 있다. 2025년 매출 천 억 원 돌파를 시작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 목표다. 

그는 “시장 규모에 따라 아무리 많이 팔아도 대기업이 될 수 없는 분야도 있다”며 “하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인드로 품질, 회사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꾸준히 신뢰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고,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이주영 관장 “작은 갤러리, 작가와 대중 잇는 가교돼야”


갤러리C 이주영(43) 관장은 전시 전반은 물론 일반 대중들이 실제 작품을 사고, 공간에 거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컨설턴트 하고 있다. 작가와 대중을 연결시켜주는 가교이자 아트컨설턴트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

이 관장은 “일반 대중들의 경우 가정에 작품 하나쯤 걸어두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실제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몰라 못사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가구와 분위기 등 장소와 성향을 파악해 선택을 돕고자 한다. 갤러리 차원에서 사후 관리까지 제공해 미술작품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큰 맘 먹고 산 그림이 집에 어울리지 않아 창고로 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작품 구매가 유명 작가에 한정돼 있어 청년 작가들이 작품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 작품을 ‘아트펀드’로만 생각하는 풍토 역시 좋은 작가들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대변한다.

이 관장은 “묵묵히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실력 있는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려 이들에게 격려와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실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 대전에 새로운 목적의 갤러리가 생긴 것이 뜻 깊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2017년 전시계획은 이미 거의 마무리됐다. 청년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개인·그룹전시를 포함해 4월 중에는 외국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법관스님의 단색화 초대전이 예정돼있다.

눈 내리는 겨울, 30년 만에 돌아온 정봉숙 ‘누드전’


현재 갤러리C에서는 개관 두 번째 전시 정봉숙(56) 작가의 누드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를 방문한 정 작가가 한 겨울 눈 내리는 풍경에 영감을 받아 직접 테마를 기획했다. “보통 겨울과 누드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피부를 통해 체온이 느껴져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게 작가의 설명. 

정 작가는 “유학 후 귀국한 뒤 어머니가 연거푸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면서 30년간 병간호를 하며 작품 발표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어머니에게 그림을 가르쳐드리면서 3번 개인전을 열어드렸는데, 그때의 행복한 순간들이 다시 붓을 잡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한 달 간 꼬박 작업에 돌입, 총 9점을 새로 발표했다고.

30년 만에 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온 그는 서울 인사동에서, 대전과 고향 부여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특히 부여 궁남지에서 연 개인전에는 3주간 1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정 작가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화가로서 가장 행복하다”며 “현재 들어온 전시 제의가 많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을 내놓고 싶은 마음에 일단 작업에 매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엔틱풍 가구와 어우러진 17점의 작품. 헐벗고 있는 인물들은 오히려 창밖 겨울 풍경과 반대되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특히 작품 속 동양인의 피부색은 관람객의 눈을 통해 체온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는 “인물화를 전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누드화는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사실 주변에서 인물화를 말리는 사람들이 많다. 잘해야 본전도 안 된다는 얘길 하는데, 인물화는 사실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정 작가에 따르면, 인물화의 경우 대상의 코가 1mm만 달라져도 인상이 바뀐다. 작은 색상의 변화에도 크게 차이가 나 굉장히 정교한 작업 중 하나다. 그래서 어렵다고도 하고, 선호하지 않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

그는 “작품의 여성들은 언뜻 분위기로 서양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두 동양 여성”이라며 “어머니가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은 잠을 적게 잘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림 그리는 일은 신앙이자 연인이자 또 제 자신인 만큼 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갤러리C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픈한다. 월요일은 휴관, 토요일과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이번 정봉숙 누드전은 오는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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