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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공간 '아퀴진', 테이블에 문화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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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공간 '아퀴진', 테이블에 문화를 담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12.16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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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숙경 아퀴진(Artcuisine) 대표

거리엔 캐럴이 울리고, 묵혀뒀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거실로 나왔다. 우리 식탁은 어떨까. 산해진미를 담아낸 상차림이 아니더라도 좋은 분위기로 꾸며진 테이블은 절로 배부르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종시 나성동 세종포레뷰 2층에 ‘아퀴진(Artcuisine)’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이 들어섰다. 식공간 연출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전 세계 58개국 음식문화 탐방을 마친 성숙경(52) 대표가 이곳을 꾸몄다.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식기와 각양각색의 테이블러너. 쉽게 보지 못했던 서버세트와 티세트, 각종 소품까지. 조만간 쿠킹클래스를 선보일 공간, 미리 그곳을 찾아 낭만이 있는 테이블을 들여다봤다.

자신만의 식공간 연출, “미각은 맛을 결정하는 20%에 불과”


아퀴진은 성숙경 대표가 지난 수 십 년간 수집해온 테이블웨어로 꾸며졌다. 요리 기구와 가구는 물론이고 조도까지 신경 썼다는 게 성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우리가 느끼는 미각은 맛을 결정하는 20%에 불과하다”며 “공간을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 조명, 테이블, 서빙, 음악 등 맛 이외의 것들이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분위기의 중요성은 유명한 맛집의 신축이전을 떠올리면 공감할 수 있다. 삐그덕 거리는 문을 열고 드나들었던 단골 음식점이 깨끗하고 넓은 옆 건물로 이전했을 때가 그런 경우다. ‘혹시 사장님도 바뀌었나?’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는 결국 바뀐 ‘분위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맛을 느낀다는 것은 미각을 비롯해 시각과 청각, 어떤 경우에는 촉각까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이 포함돼 있다”며 “내년 초 쯤 쿠킹클래스를 열고, 음식 조리부터 테이블코디, 음식 문화까지 함께 소통해보려 한다. 현재는 브런치 메뉴를 통해 차돌박이 채소비빔밥, 샌드위치, 파니니 등 아퀴진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성 대표는 학기가 끝나면 전 세계로 떠돌았다. 대부분 혼자만의 여행이었고, 그 곳에서 현지인, 현지 음식을 접하며 전 세계 음식문화를 몸소 체득했다.

그는 “한 학기 열심히 강의를 하고 나면 항상 내 모든 것이 소진된 느낌이 들곤했다”며 “그럴때면 짐을 꾸리고 어디든 떠났다.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내 자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게 돼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의 관심사는 화훼에서 시작돼 테이블 연출로 옮겨갔다. 그러다보니 요리와 와인, 커피, 서빙매너로 차츰 확대됐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결국 그를 최고의 ‘식공간 연출자’로 만든 셈이다.

그는 “2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전문적으로 테이블 코디네이트를 배웠다”며 “요리는 한식을 기본으로 중식, 양식, 일식을 배웠는데, 하다보니 동남아 요리와 중동 요리도 하게 됐다”고 했다.

소통과 공감, 쿠킹클래스의 매력… 5년 간 식재료 찾아 전국 일주


성 대표에 따르면, 과거 대전에서 열었던 쿠킹클래스를 통해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통과 공감의 기쁨을 맛봤다. 교과과정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다보니 정말 ‘예술’이 나오게 됐다는 것.

아퀴진 오픈을 위해 그는 지난 5년간 전국의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고춧가루부터 시작해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장 등 재료별 전문가를 정성으로 만나 결국 마음을 텄다. 

그는 “실제 요리를 가르칠 때는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가장 우선”이라며 “요리에 따른 식재료 선택 방법과 보관법 등을 먼저 배운 후 테이블코디네이트, 요리의 유래와 비화 등의 문화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성 대표에 따르면,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담는 일은 결국 문화를 담는 것과 같다. 가령 버터로 볶은 파스타와 올리브로 볶은 파스타의 차이는 결국 날씨에서 비롯됐다. 길다란 이태리 반도에서 추운 지방은 올리브나무가 자라지 않아 버터를 사용했고, 따뜻한 지방은 올리브오일을 썼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도우가 얇은 이태리 피자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두툼해져 다시 한국에 오기까지 각 나라의 역사문화적인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음식은 곧 문화이기 때문에 역사적 배경과 유래를 함께 배우면 더 재밌어진다”며 “문화는 깊게, 요리는 간단하고 심플하면서 맛있게 만들자는 것이 모토”라고 했다.  

스물여섯, 대학원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한 성 대표는 사실 밥솥에 밥도 짓지 못했었다. 국은 물론이고,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는 것.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요리이고, 한 가지 요리만 잘 배워도 그 원리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품격 있는 테이블매너, 아이들 위해 ‘엄마’들이 먼저 알아야


흔히 한국에서는 ‘밥상머리교육’이라고 한다.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8할은 밥상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성 대표는 “진정한 테이블매너는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집에 함이 들어오거나 귀한 손님이 오는데 식사대접을 어떻게 할지 몰라 난감한 엄마들이 많다”며 “그래서 수업 중 반드시 ‘10분 타임’ 코너를 활용해 테이블매너 이론 수업을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테이블 매너는 흔히 말하는 식탁 앞 예절, 특히 국제적인 예절을 일컫는다. 음식을 앞에 두고 화장을 고치거나 먹으면서 내는 소리를 비롯해 대접하는 입장에서의 서빙, 자리배치, 테이블세팅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물론 이는 중식과 일식, 양식이 각각 다르다.

그는 “사실 지금 부모세대 역시 힘들게 자라온 세대기 때문에 겨를이 없었던 측면도 있다”며 “진정한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 나 역시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이를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푸짐한 식탁은 쉽지만 품격 있는 테이블은 의외로 낯설고 어렵다. 현재 성 대표는 아퀴진에서 요리를 포함한 소규모 가정식 식공간 연출도 겸하고 있다. 직접 대접하고는 싶은데 공간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행사의 성격과 테마에 따라 식사와 알맞은 식공간을 제공하는 것.

그는 “획일적인 호텔식 파티가 아니라 수제 홈파티 식으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테이블코디네이트를 예약받고 있다”며 “줄서서 먹고, 시간에 쫓겨 먹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앉아 있는 공간에서만큼은 대접받으면서 먹고 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음식, 맛과 멋이 어우러진 공간


혼자 서프라이즈 식으로 준비하는 식사는 일 년에 한 두 번이면 충분하다. 나머지 일상요리는 오히려 가족과 함께, 적어도 그 노력의 절반은 즐거움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 성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만들기 복잡하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대량으로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일부러 소분해 나눠주기도 한다”며 “여러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하지 말고, 한두 가지 음식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쿠킹클래스는 내년 초 개강을 앞두고 있다. 오전반과 저녁반을 나눠 운영해 직장인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음식문화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음식문화탐방반도 기획하고 있다. 이태리, 동남아, 태국, 터키 등 지난 20년 간의 경험을 꺼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차츰 제자들을 늘려 가정 케이터링, 홈파티 담당 팀을 구성해 즐기는 식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며 “요리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곳, 음식과 더불어 문화를 즐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마운 이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세계 공통의 정서다. 맛과 멋이 어우러지는 테이블. 하루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날마다 먹어야 하는 식사,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 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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