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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외줄타기와 패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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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외줄타기와 패당정치
  • 라창호
  • 승인 2016.12.1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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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합

교회 안내 전단에 실린 아주 짧은 칼럼 한 편을 본 일이 있다. 경어체로 쓴 문장을 평문으로 바꿔 옮겨 본다.


1859년 찰스 블론딘(Charles Blondin)이란 무명의 줄타기 곡예사가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실었다. 줄타기 줄 위를 걸어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겠다는 것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폭이 335m로 축구장 4개 넓이에 16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폭포다. 사람들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곡예사를 응원하기 위해 그날 구름처럼 폭포에 모여들었다. 줄을 타기 전에 찰스는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가운데 몇 명이나 제가 저 줄 위에 올라서 폭포를 건널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그러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에게 믿음을 보냈다. 찰스는 줄 위를 걸어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외쳤다. “제가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를 등에 업고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네”하고 소리 질렀다. 찰스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제등에 업히시겠습니까?”


이 말에 청중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앞에서 지켜보던 찰스의 가장 친한 친구 헨리 콜코드(Henry Colcord)가 등에 업히겠다고 말하고, 그의 등에 업혀 줄을 건넜다. 이 친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등에 업혀 건너간 세계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됐다. 입으로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과 실제로 믿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브론딘을 믿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를 믿고 나선 것은 그의 친구 한 명뿐이었다.


교회가 이런 칼럼을 보여 주는 의도는 말로만 믿음 생활을 하지 말고 진솔한 믿음을 실천하라는 뜻 같았다. 또 많은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느껴졌다. 찰스 블론딘이 수많은 군중 앞에서 그의 뛰어난 줄타기 실력을 보여줬지만, 막상 그의 등에 업히겠다고 나선 사람은 친구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그도 친구를 위해 마지못해 나섰는지 모른다.


왜 아무도 그의 등에 업히려 하지 않았을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나섰다가 자칫 눈앞 수십 길 폭포 속으로 떨어지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면 찰스 블론딘은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했을까? 우선 그는 자신의 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일을 함으로써 유명인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헌데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그를 믿고 따르게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직 친구 한 명만이 그를 따랐을 뿐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비유를 해본다. 만약 찰스 블론딘이 수천만 국민을 이끌겠다는 정치 지도자라면 어떻게 될까. 그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우선 그는 위험한 길임에도 별다른 설득도 설명도 없이 그의 등에 업히라고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앞에 두고는 맹목적인 그의 말을 외면했다.


현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국민이 믿지도 따르지도 않는 정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직 자기 패거리의 지지를 받거나, 그 지지만을 바탕으로 국민을 이끌고 가려고 해서는 더더욱 실패할 게 분명하다. 무릇 정치인이 성공하려면 반대편까지를 설득해 자기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설사 위험을 느끼고 망설이는 사람에게도 믿음을 줘 따르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불행히도 아직은 이런 통합의 정치인이 없는 것 같다.


국민의 믿음을 얻으려면 진솔해야 하고, 겉과 속마음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국민들에게 결코 믿음을 줄 수 없다.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도 알아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은  신뢰받을 수 없다.


자기 지지자만을 위한 정치를 하려 해서도 성공할 수 없다. 계층과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을 계기로 국론분열이 더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반대편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온 국민이 흔쾌히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망의 정치인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기존의 정치인들이라도 패당 정치를 접고, 말이 아닌 행동을 앞세워 국민통합의 길로 나서면 국민들이 믿고 따를 것이다. 반면에 국민들도 이제는 따르며 미래를 맡길 만한 정치인인지, 따라서는 안 될 정치꾼인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구분하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지금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때다. 자칫 국민들이 폭포수 위 외줄타기보다 더 위험한 길을 갈지 모른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 국민통합을 기할 정치인을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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