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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울타리에 뿔 걸려 빼도 박도 못하는 숫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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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울타리에 뿔 걸려 빼도 박도 못하는 숫양”
  • 김학용 주필
  • 승인 2016.11.2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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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 선생의 30년 강의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89) 선생의 주역강의가 막을 내렸다. 제자들은 지난달 28일 유성호텔에서 수료식을 가졌다. 50여 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주역전의(周易傳義)’라는 책 한 권을 떼는 데 매주 2시간씩 공부해서 3년 3개월이나 걸렸다.


3년 3개월 동안 1180쪽 ‘주역 전의’ 한 권 공부한 제자들

 


대산은 유성(대전동방문화진흥회)에서 30년 가까이 강의해왔다. 주역뿐 아니라 시경, 서경, 대학, 중용, 맹자 등 사서삼경 대부분을 강의했다. 마지막은 역시 주역이었다. 복희(伏羲), 문왕(文王), 주공(周公), 공자(孔子)가 함께 완성했다는 주역 본문에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해설을 붙인 1200여 쪽 분량의 ‘주역전의’ 강의다.


수료식은 그의 은퇴식이었다. 대전뿐 아니라 서울 대구 강원 등 전국에서 제자들이 찾아왔다. 대산한테 주역을 배운 사람은 8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총재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대산에게 주역을 배웠다.


대산은 주역의 대가로 이름났던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 선사의 제자다. 19세에 대둔산에서 야산을 만나 주역을 배웠는데 1년도 안 돼 주역책을 모두 외웠다. 당시 야산의 주역 제자 108명 가운데 ‘통강(通講)’으로 강의 자격을 얻은 사람은 대산을 포함해 3명뿐이었다.


야산에게 13년 동안 주역을 배운 후에도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여 가르칠 만한 실력을 갖추었으나 스스로 강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배운 것을 속에 묵히고 있으려니 속이 탔다. 이 때문인지 건강도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1987년에 기회가 왔다. 서울에서 야산의 후손 등 대학생 5명이 찾아와 강의를 부탁했다. 그의 나이 50대 후반이었다.


강의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은 좋지 않았으나 죽더라도 한번 해보자며 서울로 올라갔다. 대학생 20명을 놓고 가르쳤다. 일독(一讀)을 끝내자 소문이 났다. 흥사단에서 공개강의를 시작했고 명성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주역 강의를 시작한 뒤로 건강이 좋아졌고 강의를 할수록 힘이 났다. 주역강의는 천직이었다.


강의가 30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결강이 한 번도 없었다. 몇 년 전부터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강의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강의는 지속됐다. 스승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걸 알면서도 제자들은 스승을 놔두지 않았다. 스승도 “쓰러지더라도 강단에서 쓰러지겠다”며 강단을 지켰다.


‘30년 무결강’은 스승과 제자들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대산은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했다. 제주 가는 비행기가 태풍 때문에 못 뜨다가도 대산이 공항에 가면 날이 개었다. 교통이 막혀 대산이 열차 시간을 넘겨 도착할 땐 열차의 연착으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으니 하늘이 도운 것 아니냐고 했다.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으면 망해… 주역 알면 변하는 때를 알지”


― 30년 강의를 마쳤는데 소회가 어떻습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강의를 다했으니 후련하지. 배웠던 사람들에겐 고맙고.”


― 주역을 공부하면 무엇이 좋은가요?


“주역은 지시식변(知時識變)이야. 때를 알고 변한 줄을 아는 거지. 수시변역(隋時變易)이라는 것이야. 사람이 살면서 때를 모르고, 변할 줄 모르는 게 제일 답답해.”


― 변해야 될 때 변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까?


“때를 모르고, 변해야 될 때 변할 줄 모르는 사람은 욕심만 가득해서 맨날 그러려니 하다가 뒤집히고 망하는 거야. 그러나 때를 알아야 때에 맞춰 변할 수 있지. 주역을 공부하면 때를 알 수 있어.”


― 주역을 ‘우주의 도덕책’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게 중정지도(中正之道)야. 주역의 기본이지. 중(中)을 지키고 바른데(正) 처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잘못하는 일이 없어. 중정(中正)을 지키면 내게 흉한 일이 생기지 않아. 주역은 피흉취길(避凶取吉),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것을 취하는 공부야.”


― 주역을 공부하면 사람이 달라집니까? 많은 제자들을 보셨을 텐데요.


“사람은 점(占)을 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지게 돼 있어. 점이 좋지 않게 나오면 조심하고, 잘 나와도 함부로 하지 않게 돼. 주역 공부를 하면 분수를 지키고 나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착해지고 직업에 충실한 사람들이 많아.”


― 물질문명으로 사회가 더 혼탁해지는데 주역이 도움이 될까요?


“주역은 동양 최고의 경전이야. 주역을 공부하면 남을 해치고 빼앗고 죽일 까닭이 없어. 정치와 사회도 다 안정되게 돼 있어. 주역 공부를 해야 돼.”

 


박근혜 대통령, 울타리에 뿔이 걸려 빼도 박도 못하는 숫양


올초 대산의 신년특강을 들었던 제자들은 요즘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놀라고 있다. 대산은 지난 2월 주역으로 2016년 운세를 설명하면서 “올해는 문서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있을 것”이라며 “숫염소가 울타리를 들이받아 빼도 박도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렵게 생각하고 조심조심해야 한다”고 했었다.


금년은 병신(丙申)년으로, 주역괘를 지으면 ‘화천대유(火天大有)의 상구효(上九爻)’에 해당된다고 한다. 대산은 “화천대유의 상구효가 변하면 뇌천대장(雷天大壯)의 상육효가 되는데 강한 숫염소가 스스로 강한 것만 믿고 날뛰다가 울타리에 뿔이 걸려서 나가지도 못하고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산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임진(壬辰)년 초에는 ‘천풍구(天風) 2효’를 가지고 여성 대통령 당선을 전망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여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산 제자들은 스승의 설명을 듣고 무슨 말인지 알았다. 그해 말 정말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나 주역점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대산도 “열 번이면 7~8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다 맞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과외를 해서라도 배우려 할 것이다. 주역은 점이 아니라 해석이 어렵다고 한다. 주역은 점서라기보다 자신을 다스리는 수양서요, 만물의 이치로서 마음  공부를 하는 인문학이다. 주역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온 주역 대가의 30년 강의가 끝났다. 후학들이 이어받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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