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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하이텍고, 한국식 ‘도제교육’으로 고정관념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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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하이텍고, 한국식 ‘도제교육’으로 고정관념 깨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10.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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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세종시교육청 진로진학 공동캠페인

4년제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성세대들과 우리 사회는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필수’로 고집하고 있다.

‘필수’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땀’의 가치로 ‘혼’이 살아있는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세종시 유일 특성화고가 있다. 세종하이텍고등학교(교장 홍성구)다. 지난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선정, 직업교육 명문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는 세종하이텍고를 찾아갔다.

올해 세종하이텍고는 세종시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설계·CAD, 용접, 제과제빵 등 3개 직종에 걸린 11개의 상을 모두 휩쓸었다. 졸업 후에는 여군 기술부사관, 현대중공업 취업, 한양대 기계공학부 진학 등 다양한 경로로 기술명장의 길을 열고 있다.

옛 부강고 개편해 새롭게 단장, 전국 단위 학생 공모


세종하이텍고는 지난 2013년 기존의 부강공업고등학교를 혁신적으로 개편, 교명을 변경하고 의료화학공업과, 하이텍기계과 등을 신설해 새롭게 태어났다.

한 과당 3개 반, 총 6개 반을 운영 중이며 454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데, 이 중 세종시 학생은 60%, 충북지역 학생 30%, 기타 지역이 10%로 매년 신입생의 10명 이상이 전라도, 경기도 등 전국에서 몰린다.

학교에 따르면, 재학생의 90%가 충북지역 학생들이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변화다.

‘의료화학공업과’는 첨단 의료 화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분야다. 학생들은 의료공정기초, 고분자재료화학일반, 환경공업일반 등 특수한 교육을 바탕으로 화학분석기능사, 의료전자 기능사, 바이오제품제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 졸업 후에는 LG화학, 전주제지, 코오롱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유명 기업에도 취직하고 있다.

‘하이텍기계과’는 제도, 모델링, CAD 등의 설계 과목과 자동화설비 등의 제작 기술, 용접 및 산업 설비 등을 다룬다. 학생들은 ▲컴퓨터 응용 선반 기능사 ▲컴퓨터 응용 밀링 기능사 ▲특수용접 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기계 관련 강소기업, 대기업 취업에 나서고 있다.

홍성구 교장은 “지역 내 산업체와 유관기관 등과 협력해 학생들의 취업을 연계하고 있다”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한국기술교육대, 공주대 등과 계약학과를 만들어 재직 후 2년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정… 한국식 도제교육의 신(新) 모델


세종하이텍고는 지난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선정,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도제식 교육’은 우리나라의 학교중심 직업교육과 스위스의 산업현장 중심 도제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직업교육 모델로 2년 전 국내 학교현장에 도입됐다.

고교단계의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학생의 현장 적응력과 실제적 기술능력을 높이고, 기업은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학교는 ‘취업 담임제’를 통해 도제교육에 나가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

하이텍고는 도제학교 지정 후 기존 교육과정을 NCS 기반 도제교육과정으로 개편했다. 고용노동부의 심사를 통과한 50여개 검증된 기업과 학내 도제교육센터를 연계, 현장기술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

홍 교장은 “직업이라는 의미가 시대적기술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마이스터고 육성, 산학일체형 도제교육 등을 통해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도제학교 학생들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조기에 직업철학을 확립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학·관 공조 체계 구축… 8개 창업동아리 활성화


지난해 하이텍고 졸업생 취업률은 54.1%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산업 현장으로 편입됐다. 높은 취업률은 지역 산업체와의 연계에 있다.

한화L&C를 비롯한 35개 강소기업, 6개 직업교육기관과 MOU를 체결, 공동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취업과 채용을 잇는 노력에 매진한 것.

홍 교장은 “오창, 오송 등 화장품제조와 제약 등과 관련된 지역 주력 사업을 고려해 지역 산업체와의 협력과 연계성에 중점을 뒀다”며 “지역 산업체를 비롯해 공무원 공채, 여군 기술부사관, 현대중공업, 한양대 기계공학부 진학 등 다양한 경로로 아이들이 뻗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텍고는 ‘달인 프로젝트’를 통해 1학년은 기초학력 신장, 2학년은 전문기술 습득, 3학년은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전문심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8개 창업동아리를 활성화해 각종 박람회, 축제 등의 진로체험교육에 나서고, 공채 및 공공기관 대비반과 전문기술자격증 취득반, 기능영재팀 4개 반을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 심각, 스펙보다는 ‘인성’이 기본”


기업체에서는 ‘기술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하고, 구직자들은 ‘취업문 뚫기가 바늘구멍 같다’고들 한다. 취업준비생의 절반은 공시족인 상황에서 채용시장이 미스매치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 것.

홍 교장은 “청년실업, 노인실업, 경력단절여성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청년실업”이라며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니 저출산이 심화되고, 인구절벽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졸자 절반이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초래한다”며 “도제학교 등 산업계와 교육계가 힘을 모아 기술 인력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장과 교사들에 따르면, 지역 기업체 채용의 경우 첫 번째는 인성, 두 번째는 발전가능성을 보는 곳이 대부분이다.

홍 교장은 “기업체에서는 거창한 스펙보다는 인사예절이나 출결 등 기본적인 성실성에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위해 평소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에 주력하고 있으며 학내 8개 봉사팀을 운영해 노인요양시설과 지역 노인정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성화고 수요 증가, 이제 직업인식도 바뀌어야”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의 도제교육 역사는 400년이 넘는다. 무엇보다 사회문화적 인식과 가치관이 달라 스위스의 도제교육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 교장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식 도제교육을 정착함에 있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선도적인 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성화고 수요가 증가하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아 2개반 학급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텍고 학생 10여 명은 글로벌현장학습을 통해 호주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근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홍 교장은 “학생들은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만큼이나 기술자 역시 합당한 보수와 대우를 받는 등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에 눈을 뜨고 있다”며 “서로의 직업을 인정하고 대등하게 인식한다는 것, 이는 한국에서 점차 변화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기술자들은 40대까지도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자기성장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를 위해 정부의 일학습병행제 역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학생들의 다양한 진학 수요를 위해 추진되는 제2특성화 고등학교가 오는 2019년 3월 세종시 금남면에 들어선다. 향후 행복도시 5, 6생활권 내에는 제3특성화고 설립도 예정돼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진학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세종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이제 미래 사회에 발맞춰 ‘직업인식’도 변화해야 할 때다.

[기고] 변화하는 세상, 발맞추는 학교

 

빌게이츠는 그의 책 ‘생각의 속도’에서 “다가올 10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속도를 압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기술 과학의 발전과 많은 생활의 변화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학교란 ‘교육’과 ‘학습’의 공간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지식을 익혀 계승해 나가는 것도 물론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넓은 안목을 갖추고 올바르게 진로를 설계하며, 사회의 공익에 도움이 되는 판단력과 적응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 또한 새 시대를 준비하는 학교의 역할입니다.

 

세종하이텍고등학교는 그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감성이 조화로운 글로벌 기술명장’을 기르자는 일념 하에 선생님들의 열정과 연구로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본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산학협력 교육과정을 운영해 1학기 동안 2차례의 기업현장직무체험(OJT, on the job training)과 센터 OJT 과정을 통해 기업문화를 익히고, 실제적인 현장직무능력을 함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 의존해 전해 듣던 지식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히며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일이나 스위스는 4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도제제도(apprenticeship)를 정착시켜 세계적으로 가장 부강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문화적인 여건과 기업환경이 다른 한국에서 학교중심으로 도제교육을 정착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학생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과제를 하나하나 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성실하고 근면한 자세로 도제교육에 참여하여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기술명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합니다. 이제 어느 지역, 어떤 대학에 진학하느냐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적성, 행복을 위해 어떠한 ‘업(業)’을 선택하느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할 때입니다. 더불어 단순한 숫자로 채점된 점수가 아닌, 내적인 인성과 감성 또한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미래사회가 기존의 고정관념과 사회인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선택과 적성을 존중하고, 능력과 가치를 인정해주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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