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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로 변신, 세종시 아줌마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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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로 변신, 세종시 아줌마들의 ‘반란’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10.14 1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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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줌마학교 윤숙 대표 & 연극 배우들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온 날들. 그들도 언젠가는 꿈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다. 

아줌마학교(대표 윤숙) 수강생인 세종시 기혼여성들이 연극 배우로 나선다. 오는 20일 오전11시 세종포스트 빌딩 청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두 번째 연극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배우들을 만났다.

임신·출산·육아, 거기다 ‘이주’까지. 새로운 도시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던 여성들은 글쓰기와 연극 수업을 통해 성장을 경험했다. 수다는 최고지만 막상 자신의 이야기에는 서툴렀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 '엄마, 이제 이렇게 살지 않을게'… 한 여성의 꿈과 자아찾기
  
이번 연극은 과거 여행작가를 꿈꿨던 평범한 가정주부가 자신이 잊고 있던 꿈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속 얘기에 서툴고, 주변에 쉽게 휘둘리는 평범한 30대 아줌마지만, 시댁에도 잘하고 가정에도 헌신적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류선영(35)씨는 “주인공 선영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2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며 “한 강연회를 다녀온 뒤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시어머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주식으로 대출금을 날리게 되면서 갈등에 휩싸인다”고 설명했다. 

연극 대본은 윤숙 작가가 집필했지만, 이야기의 에피소드들은 각자 나눴던 이야기나 릴레이 글쓰기를 조합해 탄생했다.

윤 작가는 “대본과 연출 등 큰 틀을 혼자 끌고가다보니 지난해 첫 연극 때만큼 쉽지 않았다”며 “대사량을 적절히 분배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연기지도는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각자가 맡은 연극배역에 실제 이름을 사용할 만큼 자신의 이야기 그 자체가 연극이 됐기 때문이다.

연극 통해 찾은 내 안의 또다른 ‘나’… 새로운 꿈찾기


올해 아줌마학교 3기에 입학한 정선미(35)씨는 극중 다소 센 캐릭터, 요즘 말로 하면 걸크러시(?) 언니 역을 맡았다. 그야말로 왕년에 놀았던 언니다.

정 씨는 “내 안에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도 잠재돼있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아줌마들은 아이 혼낼 때 말고는 큰 소리 낼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오히려 연기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고 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선미씨는 아줌마학교 수강 후 소설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취미처럼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좀 더 확장시켜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왕년에 왕십리 불나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나이트 죽순이 역은 김형숙(41)씨가 맡았다. 완전히 자유롭다기보다는 남편에게 자유를 계속 억압당하는 캐릭터다.

김 씨에 따르면, 춤을 추는 신이 있어 ‘진짜 나이트를 한 번 가서(?) 연습을 해야하나’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연습에 매진 중이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자신감, 배우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두 아이와 남편에게 집중됐던 관심이 나에게 맞춰지면서 가족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했다.

주인공의 시어머니 역은 천미혜(37)씨가 맡았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무서운 시어머니로 자기 자식, 아들만 챙기는 역할인데,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도 모자라 여행작가가 꿈인 며느리의 꿈 찾기를 방해하기도 한다.

천 씨는 “시어머니 배역을 맡으니 오히려 목소리도 큼직하게 나오고, 괜히 욕도 거칠게 잘 나왔다”며 “아가씨때는 연극 공연을 자주 보러다녔고, 학창시절 연극부 단원을 꿈꾸기도 했는데 이제야 실현됐다”고 했다. 

주인공을 맡은 류선영씨는 이번 연극을 통해 버킷리스트 한 가지를 이뤘다. 어릴 적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꿈을 30대 아줌마가 되고나서야 이뤘다.

그는 “연극은 결혼 후 20대 후반까지도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우연치 않게 세종에 이주해 연극 수업을 알게 돼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연극에 집중하면서 달라진 점은 스스로의 생활에 중심을 맞추게 됐다는 점”이라며 “평소 출장이 많은 남편을 따라 같이 다니고, 남편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내 약속을 깨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반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에게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극중 주인공처럼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 실제 여행을 자주 다니는 선영씨는 최근 온라인에 여행 사진과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동대표이자 오지랖 아줌마 역을 맡은 이다겸(37)씨는 아줌마학교 1기 연극에 이어 두 번째 연극에 도전했다. 1인 2역을 맡아 주인공 딸 역도 맡게 됐는데, ‘엄마 꿈은 뭐야?’라는 대사로 주인공에게 꿈을 상기시키는 역할이다. 

그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 임신과 출산으로 휴직해 전업주부가 된 뒤 현재는 다시 복직을 앞두고 있다”며 “아줌마학교 연극 수업을 통해 새로운 진로와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연극을 좋아하는 그는 어린이 대상 연극 지도사와 유아교육 강연자로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경력단절과 ‘이주’로 인한 우울… 아줌마학교 통해 ‘극복’


임신·출산·육아의 반복과 경력단절을 겪은 이들은 자존감 상실과 우울감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부족으로 인해 입소하지 못해 자녀를 끼고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려니 어려움은 배가 됐다.

이다겸씨는 “아줌마학교 1기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수업 중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일을 병행할 만큼 나아졌다”며 “연년생을 키우며 너덜너덜해졌던 마음이 지금은 매끈하게 정리됐다”고 했다.

세종으로 이주하면서 새 도시, 새 이웃들과 적응하는 과정도 벅찼다. 전에 살던 곳에서의 관계가 끊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김형숙씨는 “세종시는 전국 각지에서 이주민이 모이는 도시다보니 아직 색깔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엄마들의 성향도 각각 달라서 융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도시 특성 상 사람들이 차갑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점도 큰 특징”이라며 “엄마가 무엇인가를 하려면 아이를 맡아줄 곳이 필요한데, 세종시는 어린이집 보육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내 젊은 시절의 꿈 되돌아보는 시간되길” 

고단한 현실, 사람들에게 ‘꿈’이란 사실 먼 얘기다. 애 키우랴, 집안일 하랴, 시댁 챙기랴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스스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우리네 아줌마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을 통해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김형숙씨는 “내 젊은 시절의 꿈, 학창시절에는 모두 꿈이 있었다”며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그 때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다겸씨는 “당장 연극을 보고 꿈을 찾기보단 자그마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당장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용기, 삶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포스터에는 노란색의 커다란 나비가 그려있다. 그저 단순히 꽃동산을 노니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아니다. 

윤숙 작가는 “포스터 속 나비는 한 번의 날개짓으로 연속적인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비효과를 뜻한다”며 “여성들은 흔히 마흔만 되도 다시 꿈꿀 수 없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연극을 통해 누구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극은 자기안에서부터 시작됐다. 공연을 위해 대사를 녹음해 틀어놓고 설거지를 했던 아줌마들이 곧 배우로 변신한다. 서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한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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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네 2016-10-14 13:49:57
연극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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