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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부터 한글날 의미 되새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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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부터 한글날 의미 되새겨야 하는 이유
  • 라창호
  • 승인 2016.10.0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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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행정용어부터 쉽게 쓰자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말은 하지만, 한자(漢字)가 너무 어려워 글로는 제 뜻을 펴지 못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긴 나머지 유능한 신하들과 함께 독창적인 우리 고유의 문자를 창제했다. 1443년 음력 12월의 일이다. 세종은 이를 곧바로 반포하지 않고 3년 동안이나 다듬고 실제로 써본 후 반포했는데, 지금으로부터 570년 전인 1446년 음력 9월이었다. 새 문자는 표음문자로 과학적이어서 누구나 알기 쉽고 배우기 쉬웠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천을 겪었고 지금은 쓰이지 않는 글자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 반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 문자를 갖지 못했을 것이고, 나라발전과 문화발전도 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우리글을 쓰면 쉽게 알아볼 것을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고, 특히 관청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가 더 그러함은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에 문상을 위해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가느라고 대전-당진고속도로를 탔는데, 서산 IC로 나가기 얼마 전 도로 우측에 ‘염수분사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서있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서해안 지역은 겨울철에 눈이 많고 또 자주 내린다는 사실이 떠올라 생각해 보니, 눈 내릴 때 도로가 얼어붙지 않도록 소금물을 도로상에 분사한다는 뜻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금물 분사구역’이라 했으면 금방 알았을 텐데 말이다.


도로상의 표지 말은 간결성이 요구돼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한자말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말을 섞어 쓰거나, 순 우리말을 써도 글자 수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는 누구나 알기 쉽게 표기해 쓰면 어떨까. 예컨대 ‘연약 지반 구간’ 같은 경우도 ‘지반 약한 구간’으로 표기하면 안 될까? 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잘못 진입했을 때 입구에서 돌아 나올 수 있도록 한 ‘회차로’도 ‘되돌아오는 길’이나 ‘돌아 나오는 길’ 로 표기하면 되지 않을까?


흉악 사건현장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고 경고표지가 붙게 되는데, 노란 줄에 매달린 ‘촉수엄금’이라는 글씨를 방송을 통해서 본 일이 있다. 참 어려운 말이다. 일제시대(日帝時代) 때의 잔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냥 우리말로 ‘손대지 마시오’ 하면 안 될까? 꼭 ‘촉수엄금(觸手嚴禁)’같은 어려운 한자어를 써야만 하나? 한자를 모르는 어린이나, 한자를 배우지 않은 요새 젊은이들은 알아보기조차 힘들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착한 표지판에서도 ‘관계자 외 출입금지 및 촉수를 금합니다’라는 글을 볼 수 있다. 내원사 바로 뒤 도솔산 등산길 옆에는 산불발생시 불이 사찰로 옮겨 붙기 전에 진화할 목적으로 대형 물탱크와 스프링클러 장치를 해 놓고, 기계실인지 창고인지 모를 목조건축물을 지어놨는데 그 출입문에 붙여 놓은 경고문이 그랬다. 등산객 중에 “촉수를 금합니다’가 무슨 말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외에도 표현이 부적절하거나, 쓰이고 있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용어를 굳이 어렵게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일제(日帝) 때 잔재인 행정용어가 아직도 쓰이는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쉽게 고쳐 쓰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참다운 도리일 것이다. 법령용어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행정용어도 쉬운 말을 써 주민들을 편하게 해야 한다. 이는 기대하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제라도 공직자들은 570년 전에 이미 어려운 한자어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알기 쉬운 우리 문자를 만든 세종대왕의 거룩한 뜻을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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