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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저드 영입한 대전시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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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저드 영입한 대전시향에 거는 기대
  • 권오덕
  • 승인 2016.10.0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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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덕칼럼] 부드러운 카리스마 과시한 성공적인 취임연주회

베토벤 7번·멘델스존 협주곡 등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과시
바이올린 백주영과 호흡도 기대이상으로 짜임새 있는 협연
기량 처지는 단원 솎아내고 우수연주자 영입이 선결과제다
국내최고의 교향악단으로 키우려면 최소 10년 이상 맡겨야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제임스 저드(67)의 취임 연주회가 9월 30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 마디로 말해 성공적인 연주회였다.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큰 때문인지 객석은 꽉 찼고, 연주 또한 수준급이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마치 취임한지 몇 개월은 족히 되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할 정도로 단원과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과 메인곡인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은 그리 만만한 레퍼토리가 아님에도 쉽게 소화했다. 특히 7번은 바그너가 ‘무도의 신화’라고 말했듯이 리듬 요소가 강한 곡이다.

 

빠른 템포에 화려한 리듬이 많아 자칫 악기 간에 호흡이 어긋날 수가 있는 난곡이다. 그러나 저드는 전혀 흐트러짐 없이 단원들을 제어하며 시종 제 템포를 유지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백주영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협연 역시 수준급이었다. 저드는 백의 안정적인 연주와 함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유려하게 이끌어 관객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1번을 앙코르로 연주해 팬들에 화답했다.

 

대전시향은 앙코르로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 중 간주곡을 들려 줬다. 그러고 보면 이날 연주는 본곡과 앙코르 모두 낭만파 연주로 채워졌다.

 

잘은 모르지만 독일 낭만주의음악에 장기가 있어 보인다. 10월의 두 번째 연주회 역시 후기낭만주의의 대가 말러의 교향곡1번(타이탄)이 예정돼 있어 어떤 연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제임스 저드는 대전시가 지난 7개월 간 다섯 명의 후보를 테스트해 뽑은 지휘자다. 조심스러운 테스트 결과였지만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이는 이날 연주회가 끝난 후 가진 리셉션에서 권선택 시장이 한 인사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휘자가 어떻습니까, 제 선택이 마음에 드십니까?” 자신의 이름 ‘선택’을 교묘히 내세운 자신감 넘치는 수사로 들렸다. 이날 리셉션에는 시향 후원회 ‘높은음자리표’ 회원 100여 명과 음악애호가들이 참석했다.

 

앞서 말한 대로 제임스 저드는 취임 후 불과 며칠 사이에 첫 지휘봉을 잡아 “짧은 기간에 이렇게 소리가 달라질 수 있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만족스러워했다. 물론 그동안 리허설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수차례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 왔지만.

 

60대 후반으로 약간 고령이긴 하지만 저드의 경력과 행로를 보면 앞으로 기대를 걸만하다. 일찍이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밑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밑에서 유러피언 유스컴퍼니 부지휘자를 맡으며 내공을 쌓았다. 현재는 뉴욕리틀오케스트라와 이스라엘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17/2018 시즌 슬로바키아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8년 간 있으면서 이 교향악단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그는 10년 전 서울시향 지휘자모집에서 정명훈과 경합하기도 한 실력 있는 지휘자다.

 

기왕이면 한국인을 뽑자는 의견에 따라 탈락했지만 오디션점수는 대등했다고 한다. 이같이 다양한 경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저드의 활약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의 임기는 2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2년의 임기는 너무 짧은 게 사실이다. 지난 1984년 창단한 대전시향은 초대 정두영을 시작으로 이번이 8명 째다. 평균 4년씩 재직한 셈이다.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마에스트로 서울시향 정명훈도 얼마 전 좋지 않게 물러났지만 10년을 맡아 서울시향을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탈바꿈시켰다. 필자는 교향악단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맡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유수의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모두 그렇다. 세계 최고 명문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경우를 보자. 1882년 창단돼 134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겨우 6명의 지휘자가 거쳐 갔을 뿐이다.

 

창단지휘자는 브람스의 친구인 한스 폰 뷜로(1830년-1894), 2대 아르투르 니키쉬, 3대 푸르트벵글러, 4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5대 클라우디오 아바도, 그리고 현재(6대)는 사이먼 래틀이 15년째 맡고 있다.

 

평균 재직기간이 20년이 넘는다. 생전에 한국에 온 카라얀이 35년으로 가장 길고 그 다음으로 니키쉬 28년, 푸르트벵글러 24년이다. 이들은 오늘날의 베를린 필을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끌어 올리는데 크게 공헌했다.

2018년부터 러시아출신의 키릴 페트렌코(1972- )가 맡는다. 고유의 전통적인 소리와 음색을 갖추려면 최소한 10년은 길들여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우수한 단원의 영입이다. 현재의 구성으론 일류교향악단으로의 도약이 쉽지 않다. 현재의 80여 단원 중 적어도 20~30%는 솎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전 단원을 대상으로 한 평가 작업이 이뤄져야한다.

 

갖가지 불협화음과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정명훈의 서울시향도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둘째 지휘자에 대한 임기 보장이다.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하지만 여건이 열악한 지방교향악단이 이런 정도의 지휘자를 영입하긴 쉽지 않다. 임기 2년, 연임 4년은 오케스트라를 개혁하고 새롭게 탈바꿈시키기엔 턱 없이 짧은 기간이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맡겨야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휘자 저드 임명이 권 시장취임 이후 가장 잘한 인사”라는 어느 팬의 목소리가 귀에 남는다. 잘 뽑은 지휘자가 오래도록 대전시향을 이끌어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우뚝 올라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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