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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도시', 세종시의 진짜 '자살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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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도시', 세종시의 진짜 '자살률'을 말하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7.27 13:4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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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현진 세종시 정신건강증진센터장
"아동·여성·노인 등의 정신건강과 행복도시 위해 노력할 것"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한국은 2003년 이후 불명예스런 1위 타이틀에서 12년 째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각종 예방 대책들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청소년 자살률은 물론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지역별로는 어떨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는 충남이 3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29.9명)과 충북(26.6명), 인천(26.2명)이 그 뒤를 이었다. 세종은 18.1명으로 가장 하위에 속했다.

 

2012년 세종시 출범 당시 자살률 전국 1위에 머물렀던 과거를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이주민이 모인 신도시는 정신건강과 관련해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을 다수 함축하고 있기 때문.

 

충남대병원이 올해 3월 위탁 운영하기 시작한 세종시 정신건강증진센터(이하 정신건강센터)는 세종시 내 정신건강과 관련된 거의 유일한 기관에 속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진 센터장을 만나 ‘세종시가 정신건강 안전 도시가 맞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이주와 ‘고립’, 출산·육아·경력단절 여성 비율 높은 도시


우선 김 센터장은 세종시라는 도시가 가진 특성에 주목했다. 이주민들이 모인 도시, 신도심과 구도심과의 발전 격차, 수많은 경력단절여성과 높은 아동·청소년 인구까지. “세종시의 자살률이 의미 있게 카운트 되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세종시의 현재 자살률이 낮긴 하지만, 우울감 경험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스트레스 인지율이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30, 40대 여성인구 비율이 높고, 원치 않는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의 경우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특성을 ‘이주’라고 본다면, 세종시는 정신건강과 관련해 위험한 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환경 유해요소 중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소음, 오염, 공해 등을 제치고 ‘고립’을 1위로 손꼽았다.  

 

그는 “출근 소요시간이 40분 이상이면 이혼률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며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것은 정신건강에서 매우 중요하다. 직장, 가족, 이웃이 함께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그가 접한 한 상담 사례는 자녀가 심각한 우울증, 반항성 행동장애 문제를 가지고 있던 케이스다. 이를 조사하던 중 교육문제로 인해 아버지만 이주 공무원으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

 

김 센터장은 “이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분리되는 가족 자체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러한 특성이 지역사회의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을 위한 각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년층 노인우울증 ‘위험’… 선별검사 통해 적극 개입 ‘필요’



신도심과 원도심 간 발전 격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발전, 교육격차 등에서 유발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크다”며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이 밀집한 원도심에서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원도심은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수치를 보이는 노인자살률과 관련, 65세 노인인구 자살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는 “노인우울증의 특성은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다양한 이유로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누가 볼까봐, 자녀 보기가 미안해서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이어 “이 경우 숫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례를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센터 차원에서 노인정 등 노년층의 밀집 장소를 찾아 선별검사를 진행해 적극적인 개입과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예방교육 등 골든타임 확보해야”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청소년 자살률은 사춘기와 학업 스트레스 등 중·고등학교에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초등학생 인구가 많은 세종시는 지금부터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학생주기별 예방사업이 필요하다는 것. 초등학교에서는 집중력결핍장애(ADHD)와 양육 문제점과 관련된 면밀한 관찰,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계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자살 시도를 했다더라’하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요즘 학교폭력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되다보니 학교 자체적으로도 심층적인 예방·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찾아가는 상담센터나 정신건강 전문가와 학교를 연결, 교육을 제공하는 등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상담가를 대상으로 한 역량 교육을 통해 학교 자체적인 위기대처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신건강 행복도시’ 목표… 세종시 특수성에 맞춰 사업 ‘추진’

 


현재 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행복도시 세종’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신건강 상담을 비롯해 ▲24시간 상담전화 운영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아동·청소년 대상 심층상담 ▲정신건강·자살예방주간 생명존중과 정신건강 인식개선 캠페인 등이다.

 

그는 “세종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젊은층은 직무스트레스 관리, 경력단절과 출산, 육아 상황에 놓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동상담, 노년층은 지속적인 우울검사를 통한 위험군 발굴과 치료개입, 아동·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종시 내 정신건강 관련 센터는 정신건강증진센터와 노인 치매를 중점 관리하는 노인성질환통합관리센터 단 2곳뿐. 특별자치시라고 하기엔 초라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자살위기 등 24시간 지속적인 상담과 개입을 위해서는 광역형 정신건강증진센터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며 “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아동청소년대상 정신건강증진센터, 해바라기 센터도 없는 실정이어서 향후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 사회 인식변화 ‘필요’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 상 정신 상담이나 치료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가 현실 사회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두려운 마음도 크다. 

 

이와 관련해 그는 “편견과 낙인효과로 인해 상담이나 병원 방문을 어려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신 영역의 문제는 칼로 자르듯이 속단할 수 없는 연속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정신건강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중증 정신장애부터 가벼운 스트레스성까지 아주 다양하다는 얘기다.

 

끝으로 그는 “직장 특히 공기업 등에서 인식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이 일하는 직장에서부터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신건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고가 확산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세종시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시청과 연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기 정신건강 상담을 진행키로 했다. 공공기관과 함께 직장과 사회에 만연한 편견 깨기에 나서 세종시를 ‘정신건강 행복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일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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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가마리끼나 2016-07-27 13:09:02
부모님이 세종시로 이사오시면서 친구분도 없고 우울해 하는데 세종시정신건강증진센터가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캔디 2016-07-27 11:56:49
저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산후우울증을 크게 겪었는데 이런곳이 있는줄 알았다면 상담받아볼걸 그랬어요.

라바맘 2016-07-27 11:26:23
세종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좋은 곳이 있다는 것에 하나 알아갑니다~^^

쭈니맘 2016-07-27 11:24:48
자살률을 수치로만 따져 비교 분석했는데...이번 기사를 통해 지역 상황에 맞춰 심각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의미 있는 기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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