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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서 닭·토끼 키우는 교장선생님, '아이들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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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서 닭·토끼 키우는 교장선생님, '아이들 행복이란...'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6.2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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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교장이 들려주는 도담초 사육장 이야기


도심 속 초등학교에 살고 있는 30여 마리의 토끼들. 세종시 도담동에 위치한 도담초등학교에선 암탉과 토끼를 함께 기르는 정다운 사육장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1일 오전 도담초 김순옥 교장을 만났다. 그는 학교 곳곳을 소개하며 특별한 도심 속 학교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2013년 개교하면서 이 사육장을 만든 사람도 바로 김 교장이다.

 

“2013년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뒤 신도심 학교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 뭘까 고민했어요. 바로 그때 아이들에게 흙과 자연의 냄새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교에서 직접 토끼장과 닭장을 만들어 설치했고, 그렇게 새, 닭, 토끼들은 도담초 아이들의 친구가 됐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가꾸고 키우는 경험도 초등교육에서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신도심 내 학교 중 토끼와 닭 등 동물을 키우는 사육장이 있는 곳은 도담초가 유일하다. 사료부터 청소·관리까지, 수고를 감수하면서 사육장을 가꾸는 이유는 뭘까.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면 친구와 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아이로 자라난다는 믿음 때문이죠.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사육장 특유의 냄새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겁니다.”

 

학교 아이들은 물론 인근 유치원 꼬마들까지 토끼를 보러온다. 점심시간이면 아기 토끼들이 잘 있는지, 또 밥은 잘 먹는지 궁금해 이곳을 찾는다.

 

“토끼는 번식이 굉장히 빠릅니다. 사육장에서는 감당이 어려워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들에게 분양을 권유하기도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웃음). 사료부터 풀, 먹이까지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것이 많아요. 무엇보다 청소와 관리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요.”


토끼는 보통 생후 3~4개월이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1년에 6번쯤 출산이 가능하며 한 번에 6~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김 교장에 따르면, 학교는 이미 지난 3년간 많은 수의 토끼를 분양해왔다. 대부분 공주에 위치한 농장이나 농사를 짓는 가정집에 보냈다.

 

특히 토끼와 함께 키우는 토종닭은 지난해까지 유정란을 낳았다. 덕분에 아이들도 알의 부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올해는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 때문에 주변 소음 피해를 줄이고자 암탉만 키우기로 했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이들이 낳은 무정란을 볼 수 있다.

 

“병아리가 엄마 닭이 돼가는 과정도 아이들에겐 특별한 일이예요. 지난해까지는 부화기를 직접 만들어 부화도 시키고, 병아리를 키워 엄마 닭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봤지요.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관찰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사육장 옆에는 작은 텃밭이 조성돼있다. 학년별로 고구마, 가지, 오이, 호박, 방울토마토 등 밭작물을 직접 재배한다. 이미 오이는 아이들의 팔뚝만큼 자라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작은 공간이지만 교실과 텃밭, 운동장을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작은 연못에서는 소금쟁이와 개구리, 다슬기를 볼 수도 있지요. 아이들은 연못에서 돌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발을 담그기도 합니다.”

 

운동장 한 편에는 벼를 심은 큰 화분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모내기부터 시작해 직접 아이들의 손으로 재배하고 있다.

 

“벼의 한 살이를 직접 체험하고 있어요. 모심기를 하고, 이삭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벼가 익으면 직접 수확도 합니다. 말린 벼는 정미소에 보내 탈곡하고, 쌀을 더 보태 인절미를 만들어 먹으면서 벼의 한 살이를 관찰하는 거죠.”



동물과 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학교. 공간 활용에세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여유 공간이 적어 만만치 않다. 김 교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과대학교’ 논란으로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도담초는 현재 61학급, 1500명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다. 완성학급 24학급 600명 수용을 목표로 지어진 것에 비하면 규모가 2배 이상 급격하게 늘었다.

 

“도담초 학구 아이들 즉, 도담초 졸업생이 될 아이들을 받은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통학차량으로 한솔동 아이들을 데려와 가르쳤고,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미르초, 늘봄초로 다시 보냈지요. 본교에서 1년 정도 임시 교육을 받고 원래 학구의 학교로 돌아간 겁니다. 정성을 쏟아 기른 아이들을 보내면서 섭섭한 마음도 컸지요.”

 

한솔동 아이들을 위한 임시학교로 쓰이다 기존 학군 내 도담초 아이들을 받게 된 건 2015년부터다. 당시 김 교장은 6개월 간 매일 오전 7시40분 1호차 통학버스 도우미를 자처했다.

 

“당시 학생 수가 적어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울 정도였어요. 새로운 아이들, 학부모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니 막막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특성상 전국 각지에서 모이게 된 만큼 이들을 융화시키는 작업도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죠.”

 

1년을 제한적으로 다니는 임시 학교. 애교심이 생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행히 학부모들은 좋은 학교 문화 만들기에 동참했다. 그렇게 학교는 2년 간 무사히 운영됐지만, 과대학교라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올해 도담초가 61학급이 됐습니다. 자투리 공간이란 공간은 전부 교실로 전용하게 되면서 동아리 활동, 또래활동, 이야기 나눔자리도 사용할 수 없게 됐죠. 과대 해소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지만 학교, 교육청, 학부모, 아이들 입장이 다 다르다보니 해결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학교 측은 이대로라면 내년에 적어도 2개 반(50여 명)을 신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복도는 좁아질 대로 좁아졌고, 더 이상 전용할 특별실이 없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아이들로 키우겠다는 김순옥 교장의 목표. 교육공동체가 내놓을 현명한 해결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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