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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귀 기울임'…영유아 보육 30년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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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귀 기울임'…영유아 보육 30년 노하우
  • 최태영
  • 승인 2016.04.04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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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연수원장



아이누리·아이세상 수탁 등 어린이집 총 4곳 운영



세계적 영유아 교육법 이탈리아의 ‘레지오에밀리아접근법’ 도입 운영
지난해 세종시 처음으로 ‘시간제일시보육’ 시행… 경단녀 등 ‘대환영’
대덕대 위탁 등 어린이집 4곳, 대학 보유 현장 통한 경험·이론 학습
“신뢰 통해 국내 최고 어린이집 만들 것”… 보육 노하우 외부 공유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최고점인 99.01점으로 인증 획득. 지역 최초로 경력단절여성이나 취미 활동 등을 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시간제일시 보육제도 도입. 역시 지역에서 처음으로 세계적인 영유아 교육법인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도입 운영.


세종시 ‘아이누리’와 ‘아이세상’ 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대덕대 영유아보육연수원(이하 연수원) 얘기다. 대덕대는 현재 이 두 곳 외에 대학 부속어린이집과 대전 으능정이어린이집 두 곳 등 총 4개의 어린이집을 수탁 또는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영유아보육연수원장인 장혜자 교수(영유아보육과). 그는 영유아 교육에서만큼은 국내 최고임을 자부한다. 단순히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영유아 보육법을 직접 배우기 위해 보육 선진국도 마다않고 다녀온다. 이런 선진 보육법을 대학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접목해 최고를 추구한다. 지표상으로도 대덕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대덕대가 세종시에서 수탁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특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 교수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지난해 아이누리어린이집이 평가인증에서 99.01점의 최고 성적으로 인증을 받은 얘기부터 꺼냈다. 아이누리는 보육환경을 비롯 건강, 안전, 보육과정운영, 운영관리 등 5개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2013년 대덕대가 수탁 받아 개원한 아이누리는 개원 당시 1년이 넘도록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전기세도 내지 못할 만큼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정원 94명인 아이누리는 그러나 지난해 정원을 모두 채웠다. 작년 한 해 대기자 수만도 400명을 넘을 정도로 학부모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단시간에 무엇이 바뀌었기에 이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장 교수는 2005년부터 어린이집 평가인증 조력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년 평가에서도 3차 지표에 준하는 환경, 각 영역별 지표 등을 꼼꼼히 체크해 최고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런 정량평가에만 올인하는 게 아니다.


장 교수는 어린이집과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아이누리와 아이세상 두 어린이집은 매년 ‘온동네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연다. 세종시는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사는 용광로 같은 지역. 이런 곳에서 어린이집을 지역사회에 개방한다. 학부모는 물론 지역민을 초청한 일종의 오픈하우스를 진행한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영유아와 학부모도 초청한다. 나눔장터를 통한 물품 교환, 어린이집 구경하기, 가족액자 만들기, 팝콘 튀기기 등 주민 참여형 행사를 벌인다. 여기다 나눔장터를 통해 번 수익금을 그해 12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성금으로 낸다. 이 행사 때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학생들도 풍선불기 등 재능기부로 보육활동을 지원한다. 어린이와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 유도,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의 영유아 성장 및 발달 등 선순환 보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장 교수는 “아이의 양육과 보육은 부모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어른들, 지역사회 모두 관심을 갖고 키워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어린이집과 지역사회 협력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그런데 아이누리와 아이세상 어린이집만의 독특한 교육법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영유아 보육법인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이다. 이 교육법의 핵심은 ‘귀 기울임’과 ‘기다림’이다. 영유아들의 작은 행동이나 모습 하나까지 부모들이 항상 귀 기울인다. 여기다 발달을 위해 기다린다. 교사와 부모 모두 인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소통한다. 이 모든 활동을 기록 작업으로 남긴다. 이 기록들을 모아 연말에는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부모들에게 보여준다. 앞서 3개월마다 한 번씩 전시회를 연다. 자연스럽게 가정과 부모, 어린이집과 행정기관, 지역사회 간 끊임없이 소통한다. 장 교수는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데리고 지난해 1월 중순 7일간 이 보육법의 원조 도시인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시를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식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적용하며 표준교육과정과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장 교수가 또 하나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시간제일시보육제’다. 작년부터 세종에서 최초로 도입 운영하고 있다. 맞벌이 부모든, 전업주부든, 부모가 필요한 시간대에 맞춰 하루 2~4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즉 ‘내(부모)가 필요한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


아이누리의 경우 94명 정원 중 총 5명 범위에서 시간제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36개월 미만 아이가 대상이며 하루 전날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교사들도 보통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1급 교사들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신청과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장 교수는 “시간제보육은 경력단절여성들이 뭘 배우고 싶을 때, 전업주부들이 취미활동을 하고 싶을 때, 아파서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때,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등등 부모 각자가 필요에 의해 이용하면 된다”며 “사실상 필요에 의한 ‘선택적 보육’으로,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이런 제도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대학의 인프라도 십분 활용한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3대의 전용버스를 활용, 대덕대가 보유한 농장에 영유아들을 데리고 가 자연과 친환경 등을 체험하는 행사를 연중 갖는다. 다른 어린이집이 하지 못하는 외부활동을 전폭 지원하는 대학 측의 배려도 엿보이는 부분.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영유아 보육에 기여하고 있는 장 교수. 그에겐 꼭 이루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국내 최고의 어린이집’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는 “보육의 중심은 신뢰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은 편안하고, 교사들은 질(質) 높은 보육 교육 현장에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장 교수는 충북대 대덕대 등 대학에서만 18년, 유아교육 분야에선 30년의 노하우를 쌓은 베테랑이다. 그는 “우리만 잘하는 보육이 아니라, 연구하고 교육해 쌓은 운영 노하우를 세종시 뿐 아니라 전국에 널리 알리고 공유하고 싶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에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시에서 시작된 유아 교육 접근법.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직 교사였던 로리스 말라구치와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재건을 위해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교사를 포함한 부모와 어른들에게는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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